게이밍 시장 잡는다.. 인텔, 신형 CPU와 그래픽 카드 동시 공개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9월 27일, 인텔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있는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인텔 이노베이션’을 열고 인텔이 진행 중인 전방위적인 기술 혁신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4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와 인텔 데이터센터 GPU를 비롯해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최초의 게임용 아크 GPU 등 다양한 하드웨어가 공개됐다. 아울러 기업이 컴퓨터 AI 비전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인텔 게티 플랫폼이나 다중 장치에서의 개방형 플랫폼인 인텔 유니슨, 시스템 파운드리 전략 등도 다뤄졌다.
일반 소비자들이 주목할만한 내용은 클라이언트 컴퓨팅 분야다.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3세대 슈퍼핀 공정과 x86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활용해 전작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성능을 제공한다. 또한 2020년 9월 출시된 인텔 Xe 그래픽 제품군이 처음으로 데스크톱용 게이밍 GPU인 인텔 아크 A770으로 출시된다. 이번 발표는 경쟁사인 AMD가 라이젠 7000 시리즈 프로세서의 세부 정보를 공개한 직후 발표된 만큼, 하반기 PC 시장에서 CPU와 GPU 시장 경쟁 모두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게이밍’ 자리 노리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
1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9-13900K를 위시한 6개 프로세서가 먼저 공개되며, 빠른 시일 내에 전체 22개 프로세서가 추가로 공개된다.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처음 적용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는 13세대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최대 두 배 이상 증가한 L2 및 L3 캐시를 통해 효율 코어의 성능을 최대 두 배까지 끌어올렸다.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는 고연산 작업을 중점적으로 처리하는 성능 코어와 저전력 및 가벼운 작업에 특화된 효율 코어가 결합돼 고성능과 고효율을 동시에 만족하는 인텔 프로세서 고유의 동작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성능 코어가 전작 대비 600MHz 더 빨라진 최대 5.8GHz로 동작하며, 효율 코어의 성능과 캐시 메모리 용량이 더욱 커졌다. 인텔 자체 기준으로는 단일 코어 기준 15%의 성능 향상과 다중 코어 기준 최대 41%의 성능 향상을 기록했다. 다중 스레드 성능에 대한 전력 소모 대비 효율은 전작인 i9-12900k가 241w에서 동작하던 효율을 65W로도 낼 수 있으며, 동일한 241W에서는 37%가량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 최고 성능인 253W에서는 최대 41%의 격차를 보여준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업데이트된 인텔 스레드 디렉터, 윈도우 11 22H2에 최적화돼있다.
칩셋은 새로운 700 시리즈 칩셋은 물론 기존 600 시리즈도 호환돼 12세대용 메인보드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인텔 700 시리즈 칩셋은 PCIe 3.0 및 4.0을 포함해 총 28개의 레인이 제공되며, 최대 20Gbps급 USB 3.2를 지원한다. 메모리도 DDR5-5600 및 5200을 지원하며, 메인보드 구성에 따라 이전 세대인 DDR4 메모리도 활용할 수 있어서 예산과 성능을 고려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향상된 캐시 메모리와 효율 코어 성능 덕분에 생산성은 프로그램에 따라 최소 16%에서 최대 69%까지 차이가 났다.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퓨젯벤치 결과에서는 16% 차이가 났고, 포토샵과 애프터 이펙트는 각각 33%, 34%씩 성능 차이를 보였다. 오토 캐드 및 오토테스크 레빗은 각각 47% 및 69%로 성능 차이가 더 컸다. 인텔은 어도비 포토샵과 미디어 인코더를 동시에 활용할 때 i9-12900K와 비교해 i9-13900K가 27% 더 빨랐으며, 블렌더와 언리얼 엔진을 동시에 수행할 때는 i9-13900K가 12900K대비 34% 더 빨랐다고 밝혔다.
게이밍에서는 13세대 인텔 코어 i9-13900K와 AMD 라이젠 9 5950X의 직접 비교됐다. 평균 초당 프레임 비교에서는 게임에 따라 최소 6%에서 최대 58%까지 차이가 났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섀도우 랜드에서는 라이젠 9 5950X와 i9-13900K의 프레임 차이가 6%였지만, 마운트 앤 블레이드 II와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에서는 16%, 파크라이 6는 31%, 스파이더맨 리마스터에서는 최대 58%까지 차이가 났다.
이번에 출시되는 프로세서는 8개의 성능 코어와 16개의 효율 코어로 구성된 인텔 i9-13900K 및 i9-13900KF, 각각 8개씩 성능 및 효율 코어를 갖춘 i7-13700K 및 13700KF, 6개의 성능 코어 및 8개의 효율 코어를 갖춘 i5-13600K 및 13600KF까지 여섯 종이 출시된다. K 및 KF 시리즈는 모두 오버클로킹을 지원하며, 이중 KF는 내장 그래픽이 제외된 사양이다. 가격은 i5-13600KF가 294달러(한화 약 42원 대)부터 시작하며, i9-13900K가 최대 589달러(한화 약 84만 원대)로 책정됐다.
아크 A770, 그래픽 카드 시장에 대형 변수로 떠오르다
인텔 아크(Intel Arc)는 인텔의 고성능 그래픽 브랜드다. 통합/저전력 시리즈인 Xe-LP와 고성능 게이밍인 Xe-HPG, 데이터센터 및 고성능인 Xe-H와 고성능 컴퓨팅인 Xe-HPC까지 네 개의 계층으로 구성되며, 이번에 출시된 인텔 아크 A770은 Xe-HPG에 속한다. 특히 ‘게이밍’에 임하는 인텔의 자세는 최근 몇 년간 그래픽 카드 기업들이 보여준 행보와 대비를 이룬다.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는 기조연설에서 “GPU의 평균 가격은 300달러 정도지만 지난 몇년 새 꾸준히 올랐다. 이는 게이머들이 패배 의식을 느낄 정도며, 인텔은 이 문제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년 간, 그래픽 카드가 인공지능 및 코인 채굴에 대량으로 사용되면서 그래픽 카드 가격이 출고가 대비 5배까지 폭등한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주요 제조사인 엔비디아와 AMD는 가격 정책을 시장에 맡겨버려 게이머들이 그래픽 카드를 구할 수 없게 됐다. 현재는 채굴 시장의 변화와 재고로 인해 가격대가 안정적인 상황에 접어들었지만, 상향 평준화된 가격으로 인해 엔비디아 RTX 4090이 263만 원에 출시하는 등 가격이 매우 비싸졌다. 오는 10월 12일 출시될 인텔 아크 A770의 판매 가격은 329달러(한화 약 47만 원)로 책정되는 만큼, 꾸준히 상승한 그래픽 카드 시장을 냉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인텔 아크 A770은 경쟁사 제품 대비 최대 65% 우수한 실시간 광선 추적(레이 트레이싱) 성능을 갖췄으며, TSMC N6 공정이 활용된다. GPU는 32개의 Xe 코어와 32개의 레이 트레이싱 유닛이 적용되며, 최대 225W의 전력을 소비한다. 연결 단자는 PCIe 4.0x16 슬롯에 560GB/s 대역폭의 GDDR6 16GB 메모리가 적용돼 가격 대비 높은 메모리 구성을 갖췄다. 자세한 게이밍 성능은 제품이 출시되는 10월 12일에 공개되며, 업스케일링 기술 기반으로 프레임을 끌어올리는 XeSS(인텔 Xe 슈퍼 샘플링)도 올해 20개 이상의 게임 타이틀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디오 성능은 H.264 하드웨어 인코딩 및 디코딩과 H.265 하드웨어 인코딩 및 디코딩, AV1 인코딩 및 디코드, VP9 비트스트림 및 디코딩을 모두 지원한다. 또 인텔 프로세서와 함께 활용 시 성능을 끌어올리는 인텔 딥 링크 기술이 적용돼 하이퍼 인코딩과 스트림 어시스트 기능도 쓸 수 있다.
근본 되찾는 인텔, 남은 건 ‘소비자 평가’
이번에 출시된 13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는 전작인 12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의 성능을 개선한 제품이다. 하지만 앞서 인텔이 ‘리프레시’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제품은 전작과 차이가 별로 없었던 반면, 이번에 출시된 13세대는 12세대와 성능부터 효율까지 많은 부분에서 바뀌었다. 특히 전력 효율에서 제법 차이가 있을 것이며, 다중 코어를 활용하는 고연산 작업에서의 효율이 크게 상승해 작업용 데스크톱으로도 각광받을 듯하다.
다만 인텔이 내년 출시 예정인 인텔 4 공정 기반의 메테오레이크는 전력 효율과 성능 면에서 완전히 차원이 다른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 시장에서는 다소 쉬어가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다. 물론 반도체 위기에도 가격대를 유지하고, 효율은 상승한 만큼 선택하더라도 아쉬울 것은 없어보인다.
또한 인텔 아크 A770은 엔비디아와 AMD가 양강 구도로 형성한 그래픽 카드 시장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발표에서도 언급됐듯 현재 그래픽 카드 가격은 과거와 비교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아졌고, 이 부분에서 인텔이 총대를 메고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제품이 기대한 만큼 성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충분한 생태계 조성과 호환성 확보를 통해 신뢰도를 얻어야 가능한 얘기다. 인텔 아크 그래픽 카드가 이제 시작인 만큼 실사용에서는 어떨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소비자의 기대에 부흥하는 완성도와 품질을 제공한다면, 그래픽 카드 시장은 대단히 빠르게 재편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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