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사장 "장기대관 보단 순수예술 강화..극장 본래 기능 되찾을 것"

2022. 9. 2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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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장형준 사장 취임 간담회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 [예술의전당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예술의전당은 극장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 높은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일 년에 두 차례, 해마다 여름과 겨울이면 대작 뮤지컬이 올라갔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약 10년 만에 본래의 기능을 강화한다.

장형준 예술의전당 신임 사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페라·발레 전용 극장으로 지어진 오페라극장은 장기대관보다는 오페라와 발레 콘텐츠 중심의 순수예술 작품을 선보이며 본래 자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술의전당은 2025년까지 자체 제작 오페라 3편을 선보인다. 예술의전당이 오페라를 마지막으로 제작한 것은 2016년이었다. 오페라 공연 강화의 첫 단추는 오는 10월 21일 ‘오페라 갈라’ 무대다. 장 사장은 “이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선언식 같은 공연”이라고 했다.

‘오페라 갈라’를 시작으로 2023년 개관 35주년 기념 오페라 ‘노르마’, 2024년 오페라 ‘오텔로’ 등을 공연한다. ‘오텔로’는 한국 출신 세계적인 테너 이용훈의 국내 오페라 데뷔 무대다. 2024년 7월에는 유럽 오페라 극장에서 활약해 온 세계적인 성악가 연광철과 사무엘 윤의 리사이틀이 열린다. 자체 제작하는 한국형 창작 오페라도 2025년 2월 세계 초연으로 선보인다. 장 사장은 “한국적인 이야기를 담은 창작 오페라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세계 초연한 이후 전 세계 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가고자 하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의 오페라 기획 공연은 오페라극장의 장기 공연이 이어지던 여름, 겨울 시즌동안 집중된다. 장 사장은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은 CJ토월극장과 자유소극장에서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 [예술의전당 제공]

피아니스트 출신인 장 사장의 취임 이후 예술의전당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변화는 오페라, 발레는 물론 순수예술 각 장르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통 순수예술 공연장으로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선 ‘예술성 중심의 음악회’를 기획,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김봄소리가 출연하는 ‘클래식 월드 스타 시리즈’를 선보인다. 35년 전통의 교향악축제는 “창작곡 위촉을 확대”하고, 여름음악축제는 “해외 아티스트 초청” 무대로 진화한다. 또 동시대 음악을 집중적으로 기획한 ‘미래음악 시리즈’,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한 연주회도 예술의전당이 선보이려는 무대다.

미래 세대 예술가를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것도 예술의전당이 중요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배출한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 커리큘럼 강화를 통해 차세대 음악가들을 양성한다. 장 사장은 “초등학교 시절 성장의 밑거름을 마련하고 세계에서 활약하는 클래식 연주자를 배출하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는 초등학교 1학년~6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로 24년째 운영 중이다. 장 사장은 “어린 학생들이 경쟁에 노출되기보다는 음악적 재능을 편히 다질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공연계의 화두로 떠오른 영상화 사업도 예술의전당이 주력하는 분야다. 올해로 영상화 제작 10년차에 접어든 예술의전당은 지난 5월 공연 촬영, 편집, 송출이 가능한 공연영상스튜디오 ‘실감’을 완공했다.

장 사장은 “영상화 사업은 예술의전당의 미래 먹거리”라며 “예술의전당 내 6개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도 실시간 송출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완비했다. 제작한 공연 영상을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클래식 미디어 채널과도 협업을 추진해 수익화는 물론 K-클래식 전파에도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관객들의 관람 환경 편의 개선을 위해 예술의전당 전용 모바일 앱 ‘싹 패스(SAC PASS)’도 연말 무렵 선보인다. 예매부터 공연장 입장, 회원혜택, 주차 결제까지 모바일을 통해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탄소중립 시대의 ‘공연장의 역할’도 강조되는 만큼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종이 티켓을 줄여 친환경 공연 문화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다.

연주자이자 서울대 음대 교수 출신으로 후학 양성에 앞장서온 장 사장은 지난 6월 예술의전당 17대 사장으로 임명됐다. 장 사장은 “음악대학 역시 경영의 측면에선 공연장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대외적인 노출은 적었지만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음대에서도 경영이 필요한 페스티벌 등을 개최해왔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예술의전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운영 방향성을 세운 만큼 예술의전당의 재정 확보는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여파로 재정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재정 상태의 어려움은 있지만 개선될 예정”이라며 “정부와 국회, 예술의전당 모두 순수예술이 확대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국고가 증액될 예정이고 기업 후원과 협찬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뛸 것”이라고 밝혔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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