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빅블러 가속화, '리테일 미디어' 시대가 열린다

박준호 2022. 9.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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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했다. 코로나19 확산과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빅블러 시대로의 전환은 점차 가속되는 추세다. 커머스 업계도 새로운 변화의 국면을 맞았다. 경계융화 시대에서 단순히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과 같은 기존 방식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업계는 새로운 경쟁력으로 '미디어'에 주목하고 있다.

오늘날 소비 시장에서의 큰손은 단연 MZ세대이다. MZ세대는 압도적으로 높은 영상·소셜미디어 이용률을 자랑한다. 나스미디어의 인터넷 이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 온라인 동영상 이용률은 무려 98.3%이다. 소셜미디어 이용률 역시 83.8%에 이른다. 그 결과 주 소비층의 눈길을 잡아끌기 위한 필수 요인으로 미디어가 떠올랐다.

오늘의집, 29㎝ 등은 미디어 콘텐츠에 커머스를 녹여서 자연스러운 구매를 유도하는 '콘텐츠 커머스' 전략에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 콘텐츠와 커머스 융합에서 한발 더 나아간 움직임이 포착됐다. 단순 볼거리를 넘어 통합적 미디어 경험을 제공하는 '리테일 미디어'의 등장이다.

리테일 미디어는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커머스 형태다. 브랜드는 고품질 미디어 기능을 통해 브랜드 메시지를 다채롭게 확장할 수 있고, 소비자는 브랜드 콘텐츠 시청은 물론 럭키드로우·경매 등 이색 놀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

미국 '네트워크'(NTWRK)가 대표적이다. 네트워크는 미국 최초의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이다. 네트워크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 역할과 브랜드와 팬들이 가장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커머스 역할을 모두 인정받으며 리테일 미디어 입지를 다져 왔다. 그 결과 유명 인사와 브랜드 사이에서 제품 홍보를 위해 찾는 플랫폼으로 각광 받고 있다. 빌리 아일리시는 네트워크에서 신규 앨범에 대한 인터뷰와 피규어 상품 언박싱을 진행했고, 나이키는 신제품의 단독 론칭을 위한 플랫폼으로 네트워크를 즐겨 찾는다. 네트워크는 단시간 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지난해 기준 사용자를 200만명 확보했다. 이뿐만 아니라 15%에 이르는 높은 구매 전환율과 매달 조회수를 1000만뷰 이상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프리즘(PRIZM)이 최초로 리테일 미디어를 선보이며 새로운 커머스 시대 포문을 열었다. 프리즘은 고감도 콘텐츠 제작 능력과 이를 플랫폼에 담아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론칭 초기부터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국내 럭셔리 호텔,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행보가 주목할 만하다. 프리즘은 조선팰리스, 롤스로이스, 마티에 오시리아, 아미라 작가 등과 이색적인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선보이는 한편 오어 및 JW PEI 등 패션 브랜드 선론칭 독점 구성 상품을 잇달아 소개했다. 그 결과 프리즘은 이색 협업과 단독 프로모션에 적합한 커머스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작 콘텐츠는 브랜드에 원본 지식재산권(IP)으로 판매되기도 하며, 미디어 역할을 인정받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이색 커머스 경험을 선사하는 참여형 콘텐츠도 제공한다. 럭키드로우와 슬라이딩 경매는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리즘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다. 한정판 스니커즈나 아트 작품 등 주로 수집품에 적용된다. 마치 팝업 스토어에 방문한 듯한 경험을 제공, 시청 시간을 방송 시간 20분 가운데 16분 이상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상품 판매를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그 자체로 즐길 수 있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완결적 미디어 형태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은 소비자에게는 흥미로운 시각적 자극과 이색 경험, 브랜드에는 고품질 미디어와 커머스 기능을 제공하며 양쪽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와 커머스가 온전히 융합돼 영역 구분도 모호해졌다.

e커머스 업계에 빅블러 현상은 빠르게 가속되고 있다. 결국은 커머스와 미디어, 콘텐츠와 상품 간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브랜드와 소비자 간 중심점 역할을 하는 '리테일 미디어'가 커머스 업계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유한익 알엑스씨 대표 contact@rx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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