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알레고리'에 대한 재해석[그림으로 보는 의학코드④]

입력 2022. 9. 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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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의사와 미술사학자가 함께 설명해드리는 예술
오범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부교수
오경은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조교수
이 기사는 09월 28일 15:2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뇰로 브론치노 <사랑의 알레고리>, 1545년 추정, 내셔널 갤러리 소장. /출처=영국 내셔널갤러리
오범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부교수 오경은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조교수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품 중 가장 관능적이라고 홍보하는 16세기 피렌체 회화가 있다. 아뇰로 브론치노(1503~72) 작 <사랑의 알레고리>가 그것이다. 실제로 이 미술관에 가보면 이 작품을 마주한 이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감상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는 아마 시선을 사로잡는 관능미, 아름다운 색감과 질감, 그리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의미 때문일 것이다. 

오래 전 학부생 시절 수업시간에 관례적으로 수용되던 도상학적 의미를 배웠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가운데 왼손엔 파리스의 심판 때 받은 황금사과, 오른손엔 화살촉을 쥔 여성은 비너스, 그 왼편에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는 날개 달린 소년은 큐피드로, 두 사람은 세속적 사랑의 상징이다. 그들의 상단에는 뒤통수와 안구가 없는 인물로 묘사된 '망각'과 등에 모래시계를 맨 노인으로 표현된 '시간 아버지'가 있어 이 장면을 푸른 장막으로 덮으려하거나 드러내려 하고 있다. 연인들의 왼쪽에 사랑의 장면에 장미꽃잎을 뿌리려는 즐거운 표정의 체럽(cherub 아기 모습을 한 천사)은 '우매한 쾌락'이고, 그 뒤로 인형 같은 얼굴에 차가운 표정을 한 '기만'이 한 손으로 그들에게 벌꿀 집을 내밀며 다른 한 손으로는 예쁜 드레스 아래 드러난 자신의 괴수의 몸을 숨긴다. 연인들의 오른편 뒤로는 노파로 그려진 '질투'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한다. 합해서 이는 사랑이 가져오는 쾌락과 고통을 그렸다는 것이다. 

전부터 나는 이 해석이 와 닿지가 않았는데 우선 납작 탄탄한 가슴과 우람한 이두박을 가진 '질투'가 나이든 여성으로 보이지 않고, 또 시간과 망각이 사랑의 양가적 감정에 어찌 관계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새로운 해석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 사랑의 알레고리는 단순한 인간 간의 애정이 아니라 성병, 특히 매독의 원인과 증상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유효한 해석으로 보이는데, 우선 성병(venereal disease)이란 단어의 어원이 '비너스의 행위' 즉 육체적 쾌락에의 탐닉에서 온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브론치노가 <사랑의 알레고리>를 그린 1540년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지의 궁중 문화에서 매독(syphilis)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콜럼버스가 미대륙에서 돌아온 1493년을 기점으로 유럽 대륙 최초로 스페인에서 매독이 발발했다고 하고 이것이 프랑스로 번져, 다시 1494~1498년 1차 이탈리아 전쟁 시기 프랑스군이 나폴리를 점령하며 이탈리아에도 매독이 창궐한다. 이는 쾌락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던 궁중 문화에 공포를 가져오며 주요 이슈로 부각했다. 

매독이란 매독균(Treponema pallidum)에 의한 세균성 전염병으로, 매독균으로 발생한 피부궤양에 신체부위가 직접 접촉하면 감염되는 성병이다. 이렇게 발생한 1기 매독이 치료되지 않으면 2기로 진행되어 전신에 발진, 발열,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마저도 치료받지 못할 경우 3기 혹은 후발 매독으로 발전하는데 이는 내부 장기 손상으로 발현되며, 뇌막, 뇌혈관 등의 중추신경계로 매독이 침범하면 신경매독이 된다. 현재는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 주사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는 세균학적인 지식이 부족하였으므로 치료법을 찾지 못했던 시대다. 이는 향락 문화에 젖은 귀족들에게 대단한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런 배경 하에 브론치노의 <사랑의 알레고리>를 재검토해 보면 무분별한 쾌락에 취한 비너스와 큐피드 주변 캐릭터들의 의미가 공고해진다. 기존 학설이 '질투'로 읽어냈던 인물은 치료를 못 받은 매독 감염자의 임상적 재현물인 것으로 볼 만하다. 고통에 차 몸을 웅크리는 그의 눈 주위와 손가락 관절 주변은 붉고 부어 있으며, 머리를 쥐어뜯자 듬성듬성 탈모가 발생한다. 이 빠진 잇몸에서는 분비물이 나온 것이 구개 고무종(gumma 매독 감염으로 발생하는 결절) 소견이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가시가 발을 꿰뚫는데도 즐거움에 취해 해실 웃는 체럽은 매독이 척수로 침투해 신경 손상이 일어난 결과 감각이 상실된 척수매독(Tabes dorsalis) 상태로 볼 수 있다. 화면 좌측 상단의 '망각'의 뇌와 안구가 비어있는 것 또한 치료받지 못한 매독이 시신경 및 뇌에 손상을 가져옴을 상징한다. 이와 같이 이 그림의 주제가 매독의 증상 및 감염경로에 대한 것이라면, 화면 상단의 캐릭터들의 재현 또한 의미심장해진다. '망각'이 장막을 쳐 이 무절제한 쾌락의 결과를 잊혀지게 하려는 반면 '시간 아버지'가 그걸 거둬내는 모습은, 이 성적접촉의 결과가 결코 시간이 흐른다 해서 사라질 것이 아님을 상징한다 하겠다. 매독의 잠복기는 한동안 그 증상들을 숨겨두지만 결국엔 강렬한 통증과 신경손상이 반드시 오게 되리라는 호된 경고인 것이다. 

<사랑의 알레고리>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모티브들을 활용한 수려한 회화의 겉옷을 입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요한 공중보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무절제한 사랑은 쾌락 뿐 아니라 고통스러운 결과도 가져온다는 경고 말이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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