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두개입'에 위안화 하락 주춤..달러 강세에 경기 둔화 겹쳐 전날엔 역대 최저 달러당 7.2위안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14년만에 7.2위안을 넘어서는 등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환율 안정을 강조하며 환투기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조만간 위안·달러 환율이 7.3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은 29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005위안 내린 7.1102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날 중국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당 7.15위안대에 거래됐다. 전날 7.2위안을 돌파했던 환율이 다소 진정세를 보인 것이다. 전날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역내 시장에서 7.2521위안까지 올라갔으며 역외 시장에서도 7.2674위안까지 상승했다. 환율 상승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역내 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7.2위안을 넘어선 것은 2008년 2월 이후 14년여 만에 처음이다. 위안화 환율이 역외 시장에서 7.2위안을 넘어선 것도 2010년 홍콩 역외 시장이 개설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에 중국의 경기 둔화 흐름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6일 세계은행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에서 2.8%로 크게 낮춰 중국 정부 목표치(5.5%)의 절반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날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14의 중국 내 판매량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올해 아이폰 생산을 최대 600만대 늘리려던 계획을 철회했다는 뉴스가 나온 것도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이달 들어서만 4% 이상 하락했고,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13% 가량 떨어져 아시아 신흥국 통화 평균 하락률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옵션 시장에서는 위안화 환율이 한 달 안에 7.3위안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연말까지 위안화 가치가 7.3위안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미국 등 다른 주요 국가들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미국과 반대로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했지만 성장이 둔화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외환보유고가 크게 줄어들었던 2015년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은 일단 구두 개입을 통해 환율 안정을 시도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전날 열린 외환시장 자율기제 회의 내용을 전하면서 “올해 들어 위안화 환율은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수준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외환 시장의 기본 안정을 유지하고 환율의 빠르고 큰 변동은 단호히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외환 시장 운행은 전반적으로 규범적이고 질서 있지만 소수 기업이 풍조를 따라 외화 투기를 하고 있다”며 “위안화의 일방적인 가치 상승이나 하락에 베팅해서는 안 되며 장기간 도박을 하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환 당국의 이 같은 입장이 나온 이후 역내·외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7.2위안 아래로 내려오며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인민은행은 28일부터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0%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기관이 위안화 선물환 거래를 할 때 인민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금액을 늘려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조치다. 인민은행은 또 현재 환율 방어를 위해 은행들에 ‘경기대응 조정요인’ 재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환율 결정에 당국의 주관적 평가를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키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중국은 2017년 환율 결정에 경기대응 조정요인을 도입했다가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자 2020년에 이를 폐지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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