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아쉬운 1순위 역사, 양준석이 끊어줄까?

김종수 2022. 9. 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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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LG 세이커스는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 혜택을 제대로 받지못한 대표적 팀으로 불린다. 한번도 1순위를 못뽑았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뽑기는 했으나 다른 팀과 비교해 결과가 썩 좋지못했다고 보는게 맞다. 올시즌 양준석(21·180㎝)까지 통산 4번(KT와 함께 공동1위)이나 1순위 지명권을 쓰게되는 행운을 누렸으나 아직까지는 그 효과가 크지않다.


선수층이 두텁지않은 국내농구계에서 1순위 지명권은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당해 최고의 신인을 뽑을 수 있다는 것으로 우승은 물론이거니와 오랜기간 강호로 군림하게 되는 기틀까지 마련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잘 뽑은 신인 하나가 팀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DB 김주성, 모비스 양동근, KCC 하승진, KGC 오세근 등이 대표적이다.


LG는 우승이 급한팀이다. 2번째 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하며 오랜시간동안 KBL에서 경쟁해왔으나 KT, 한국가스공사 등과 더불어 아직까지도 무관에 그치고 있다. 모 기업의 지원도 좋은편이며 그간 꾸준히 우승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FA에도 적극적이었으며 1순위 지명권도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1순위 지명권같은 경우 다소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양준석 이전까지 LG는 1순위 지명권을 송영진, 김종규, 박정현 등에게 행사했다. 다들 빅맨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하나같이 해당년도 최고 신인으로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박정현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떨어져보일뿐 대학시절 각각 중앙대, 경희대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송영진, 김종규는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업그레이드 시키기에 충분한 조각들이었다.

 


아쉬웠던 1순위 신인의 육성 및 활용법

본인들에게 찾아온 2번의 1순위 지명권으로 전정규, 박성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가스공사와 비교하면 LG의 1순위 환경은 전체적으로 결코 나쁘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육성과 활용에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어 왔다. 특히 큰 기대를 모았던 송영진같은 경우 LG에서는 부진하다가 타팀으로 가서 제 역할을 해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송영진이 오기전 LG는 김태환 감독의 공격농구로 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었다. 외곽슛을 앞세운 ‘조조이(조성원+조우현+이버츠) 트리오’는 화력만큼은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LG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빼어난 포인트가드와 건실한 토종빅맨이었다. 마침 다음 연도 드래프트에서 그러한 빈 곳을 확실하게 채워줄 출중한 자원이 나왔다. 천재 포인트가드로 불리던 김승현과 무적 중앙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송영진이 그들이다.


당시 김감독의 선택은 송영진이었다. 김승현도 탐나는 선수임은 분명했지만 아무래도 국가대표급 4번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양궁부대 특성상 골밑보강은 필수였기에 더욱 그랬다. 어쨌거나 LG는 송영진의 가세로 금방이라도 우승을 차지할 듯이 보였으나 현실은 달랐다. 중앙대에서 펄펄날던 송영진이 프로무대에서는 제대로 적응을 못했던 것이다.


그럭저럭 한사람 몫은 해줬지만 팀이 바라던 기대치는 그게 아니었다. 결국 FA가 된 현주엽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보상 선수로 보내지고 만다. 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영입한 현주엽보다 나간 송영진의 활약이 더 좋아지면서 LG는 아쉬움을 곱씹어야만 했다. 팬들 사이에서도 ‘저렇게 잘하는 선수를 왜 활용을 못한 것이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기존 선수들의 출장시간 활용문제 해결을 위해 주전 3번 조우현이 1번으로 포지션을 변경해야했던 상황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에 대해 송영진 KT코치는 “신체에 맞는 플레이를 펼치지도 못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았다. 내 장점은 풍부한 활동량이었는데 팀에서는 벌크업을 해서 파워 빅맨이 되기를 원했다. 일단 무리할 정도까지 먹어대면서 살은 쪘지만 그로인해 기동성을 잃었고 원하던 플레이가 제대로 나오지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찌보면 억지로 맞지않는 옷을 입힐 것이 아닌 중앙대 시절처럼 플레이하게 가만히 놓아뒀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송영진 활용에 실패했던 LG와 달리 3순위로 김승현을 뽑았던 오리온은 슈퍼루키의 활용법을 극대화해서 바로 우승까지 차지하며 대조를 이뤘다. 빠른 농구에 강한 김승현을 고려해 마르커스 힉스라는 젊고 잘달리는 외국인선수를 지명해 환상적인 콤비를 만들어내는 등 제대로 밀워줬고 결과도 좋았다.
 


무관의 역사, 우승의 길에 양준석이 있어줄까?

송영진 때의 실패 경험 덕분일까?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 지명 후에는 지나친 간섭이나 플레이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다. 김종규는 꾸준하게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함께 우승까지 가는데는 실패한다. 서장훈, 김주성, 함지훈, 하승진, 오세근 등 국가대표급 빅맨과 함께 뛰는 팀들이 모두 우승을 맛본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거기에 더해 타팀으로 이적하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남지도 않는다.


현재 상무에서 군복무중인 박정현은 2019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선발된 이후 아직까지도 제대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는 커녕 팀내에서도 주전을 굳히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송영진, 김종규보다 아마시절 명성이 떨어졌음을 감안하더라도 1순위라는 상징성을 감안했을 때 LG팬들의 실망이 클 수 밖에 없다.


어쨌거나 지난 3번의 1순위 동안 빅맨을 뽑았던 LG의 이번 선택은 가드였다. 빅맨 최대어였던 이두원(22·204cm)과 누구를 선택할지 관심이 모아지던 가운데 팀 역사상 처음으로 1순위로 가드를 지명했다. LG는 FA 시장에서 거액을 들여 이관희, 이재도라는 1, 2번을 완성한 상태다. 공격력과 파이팅은 좋지만 둘다 동료를 봐주는 능력 등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둘보다 좀 더 정통 1번에 가까운 양준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기성 SPOTV 해설위원은 양준석에 대해 “일각에서는 유현준과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단순히 신체조건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듯 한데 개인적으로 기대치를 좀더 높혀보면 김태술과 더 닮은 것 같다. 단순히 패스만 잘하는 것이 아닌 시야가 넓고 순간 판단력이 좋다. 때문에 속공상황은 물론 세트오펜스에서도 안정적인 게임조립능력이 돋보인다”며 안정적인 리딩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더불어 “3점라인에서 꽤 떨어진 거리에서도 슛을 성공시키는 것을 비롯 미들슛 또한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등 슈팅력이 안정적이다. 시야와 패스가 좋은 선수가 개인 공격력까지 출중하다보니 상대 수비가 막아내기 상당히 까다롭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최상의 몸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고있는데 부상 회복과 재활만 잘 이뤄질 수 있다면 충분히 프로무대서 주전급 1번으로 활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당장 양준석으로 인해 LG가 큰 폭으로 변화할 공산은 낮다. 부상 회복 및 재활 등으로 인해 개막전부터 출전은 어려울 전망이며 현 LG전력 또한 우승을 노리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최상은 양준석이 성장하는 가운데 팀 전력도 업그레이드되며 적절한 시기가 왔을 때 함께 우승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다. 아쉬운 LG의 1순위 역사를 양준석이 바꿔놓올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유용우 기자,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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