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복고풍 뮤지컬 영화의 흥행 예감

데스크 2022. 9. 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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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내 생애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아무리 의학기술이 발달해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대게 수명은 80세 전후다. 인생을 완주하기도 전에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면 그마저도 힘들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로 돌아가 그때의 추억을 소환해 보는 것은 어떨까. 28일 개봉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주인공 세연을 통해 인생의 종착지인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밝고 희망적으로 그려낸다.


무뚝뚝한 남편 진봉(류승룡 분)과 무심한 아들, 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연(염정아 분)은 어느 날 폐암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두 달이라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이 서글퍼진 세연은 남편에게 마지막 생일선물로 문득 떠오른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다. 막무가내로 우기는 아내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여행길에 따라나선 진봉은 아무런 단서 없이 이름 석 자만 가지고 무작정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시도 때도 없이 티격태격 다투던 두 사람은 가는 곳곳마다 자신들의 찬란했던 지난날 소중한 기억을 하나, 둘씩 떠올리게 된다.


뮤지컬 장르를 통해 지쳐있던 관객들의 피로감을 풀어준다. 그동안 흥행에 성공했던 대부분의 작품들은 사회문제를 담아낸 작품들이었다. 코로나와 경기침체로 힘든데 어두운 사회 이면을 다룬 영화까지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 하지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힘든 현실을 잠시 잊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영화에서는 신중현의 ‘미인’, 이문세의 ‘조조할인’과‘알 수 없는 인생’,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등 흘러나온다. 대중음악을 이용한 주크박스 뮤지컬은 국내 불모지나 다름없는 뮤지컬 영화계에 자극을 주고, 선곡한노래들은 중년 세대에게는 익숙함을 MZ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전달하며 즐겁게 한다. 주연배우의 능숙하지 않은 노래 실력과 서툰 안무는 오히려 영화를 따뜻하게 만드는 요소로 이 영화만의 매력으로 작용했다.


복고감성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복고가 선호되고 유행하는 원인 중 하나는 현재가 어렵고 막막할수록 과거의 추억에서 위안을 찾으며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심리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과거는 80~90년대이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거치며 90년대 한국은 산업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루며 풍요로웠다. 하지만 경제황금기를 누렸던 그 시절과 달리 오늘날 한국의 경제상황과 미래는 암울하다. 비록 시한부 판정과 첫사랑 찾기, 신파적 전개까지 영화의 플롯은 새로움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뻔하고 진부하지만 이런 것들이 단점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소박하고 친근하게 느껴져 긍정적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배우 염정아의 새로운 변신이다. 한국영화계 여성 캐릭터가 설 자리는 쉽지 않음에도 염정아는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이어왔다. ‘완벽한 타인’에서는 문학에 빠진 가정주부로, ‘카트’에서는 정규직 전환을 둔 선희로,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팜므파탈 사기꾼으로, ‘장화, 홍련’에서는 예민한 새엄마로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을 해왔다. 이번에는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세연 역을 맡아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전한다. 50대 배우가 20대 젊은 세연을 연기하는 장면은 다소 어색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능청스러운 감정 연기로 20대의 모습을 잘 살려냈다.


경제적 풍요와 의학기술 발달로 기대수명은 80세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더 오래 산다고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는 할 수 없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생에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을 간직한다면 죽음을 앞둔 긴장감 속에서도 감사와 충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준다. 또한 함께 만족스럽게 인생을 갈무리하는 것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방법임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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