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라크 쿠르드족 지역 공격 최소 9명 사망
“히잡 반정부 시위 책임 돌리기” 비판 제기
이란군이 이라크 북부에서 활동하는 쿠르드계 분리독립 세력의 거점을 공격해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의문사한 뒤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이 개입했다고 이란 정부는 주장했다. 이란 정부의 실정을 다른 세력에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쿠르드 자치정부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28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에 있는 쿠르드족 분리독립 무장정파 이란쿠르드민주당(KDPI)의 코야 군기지를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으로 공격해 최소 9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이외에도 최소 10곳의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의 거점이 자폭 드론의 동시다발 공격을 받았다. 삼만 바라잔치 쿠르드 자치정부 보건부 장관은 “부상자 중 상당수의 상태가 위중해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RGC는 국영통신 IRNA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테러 조직들의 기지가 해체되고, 쿠르드 지역 당국이 그들의 의무와 책임을 다할 때까지 우리의 굳은 결의로 군사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IRGC는 앞서 지난 24일과 26일에도 이라크 내 쿠르드족 거점을 미사일 등으로 공격했다.
이란 정부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끌려간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를 당한 후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초기부터 이라크 북부에 기반을 둔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이 시위에 관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도 순찰대에 체포됐다가 숨진 아미니는 쿠르드족 출신으로 그의 사망 이후 쿠르드족 주요 거주 지역인 이란 북서부에서 특히 반정부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란 북서부 지역 거주 쿠르드족은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외무부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이라크 주권에 대한 침해이며 우리는 바그다드 주재 이란대사를 소환해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명의로 낸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이라크 주권과 국민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비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성명에서 “이란은 국경을 넘는 공격으로 내부 문제와 국민의 정당한 불만으로 인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에서는 전날 20여개 대학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집단 파업을 벌였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이란인권’에 따르면 이란 정부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7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란 당국은 이날까지 시위 참여자 12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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