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물방울만 그렸다"..화가 김창열은 왜?
[앵커]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고(故) 김창열 화백.
눈 감는 날까지 무려 50년 동안 물방울 그림 하나에만 매달렸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뭐였을까요?
그런 궁금증을 품고 화가인 아버지를 오래도록 곁에서 지켜본 아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가 찾아왔습니다.
김석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아버지는 1971년에 첫 번째 물방울을 그리셨다. 그때 이후로 단 한 번도 다른 것을 그린 적이 없으시다."]
해방을 맞은 1945년.
일본인들은 떠났지만, 또 다른 풍파가 닥칩니다.
["낙서를 했어.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글이었지."]
살기 위해 혈혈단신 고향을 뜬 15살 소년.
삼팔선 앞에서 난생 처음 목놓아 기도합니다.
["신이시여! 만약 당신이 존재한다면 나를 도와주세요!"]
그렇게 가까스로 내려온 남쪽에서 맞은 전쟁은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화가가 된 김창열이 처음 그린 건 그래서 '공포'였습니다.
서울에서 뉴욕으로, 다시 파리로.
그 고단한 생(生)의 여정에서 우연히 만난 한 점 물방울.
그건 화가의 눈물이었을까.
["네 아버지에게 늘 놀라웠던 건 그가 가진 죄책감이었어. 친구들이 다 죽었는데 자신은 살아 있다는 죄책감."]
예술가이자 아버지인 '인간 김창열'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아들 김오안 감독.
침묵과 고독으로 가득했던 아버지의 세상, 회한의 시간을 살다간 그의 삶을 담담하게 영상에 담았습니다.
[김오안/'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감독 : "이 나이에 제가 좀 더 깊게 아버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젊은 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슴에 묻은 채 50년 동안 물방울 하나만 그리다 간 화가 김창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그를 구원한 건, 그림이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김형기/자막제작:정지인/화면제공:영화사 진진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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