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하나은행, 특별퇴직 근로자들 재채용 의무 있다"

김효정 기자 입력 2022. 9. 29. 12:52 수정 2022. 9. 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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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퇴직이나 희망퇴직 등 근로자의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와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9일 하나은행 퇴직 은행원들이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고용의무 이행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나은행과 한국외환은행이 합병하기 전 외한은행에 입사한 A씨 등은 2016년 임금피크제도 적용 나이인 만 56세가 되면서 퇴직했다.

당시 하나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신 특별퇴직을 선택한 근로자를 별정직원(계약직)으로 재채용한다는 규정이 포함된 '임금피크제 개선안'을 시행하고 있었다. A씨 등은 특별퇴직을 선택했으나 별정직원으로 재채용되지 못했다.

A씨 등은 2009년 노사합의로 작성한 임금피크제 개선안은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나은행이 재채용 의무를 부담함에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임금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특별퇴직 신청자들에게 재채용 기회를 부여하는 것일 뿐 특별퇴직자를 모두 재채용하겠다고 확정적인 약속이나 합의를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임금피크제 실시 당시 인력현황·업무수요 등을 고려해 채용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안내했음에도 A씨 등이 아무런 이의없이 특별퇴직을 신청했기 때문에 고용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1심은 하나은행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임금피크제 개선안 중 재채용 부분은 근로관계 종료 후에 관한 내용으로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취업규칙으로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2심은 이를 뒤집고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임금피크제 개선안 관련 공문에 여러차례 '특별퇴직시 별정직원(계약) 재채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들어 재채용 신청 기회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은행에 원칙적으로 특별퇴직자를 재채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라고 봤다.

아울러 개선안의 재채용 부분은 임금피크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나은행 측은 A씨 등이 특별퇴직을 신청한 2016년도 상반기 임금피크제 안내에서는 재채용 신청의 기회만 부여한다는 점을 명시했고 A씨 등도 이에 동의해 재채용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고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채용 신청 기회만 부여한다는 조건에 대해 A씨 등과 확정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합의가 성립됐더라도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합의로서 근로기준법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채용 의무일을 특별퇴직일 다음날로 보고 A씨 등이 만 58세가 되는 재채용 기간까지의 임금과 퇴직금 약 4300만~5400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특별퇴직자의 재채용 부분이 취업규칙으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봤다. 퇴직 이후의 채용에 관한 사항도 취업규칙상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는 첫 판단이다.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은 근로관계가 계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퇴직 이후의 대우에 관한 조건이 근로자의 퇴직 여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면 취업규칙상 근로조건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재판부는 취업규칙의 해석원칙에 비춰볼 때 하나은행은 특별퇴직자를 원칙적으로 재채용할 의무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재채용 의무일을 특별퇴직일 다음 날로, 재채용 기간을 만 58세까지로 본 원심판단도 수긍했다.

대법원은 이날 2015년 특별퇴직을 신청하고 재채용되지 않은 B씨 등 79명이 같은 취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다만 "특별퇴직의 합의만으로 계약직 고용계약이 성립됐다"는 B씨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별퇴직이나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면서 당사자의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재채용 조건을 부여하는 경우, 근로자로서는 재채용 조건이 근로조건에 해당함을 인식해 권리구제를 도모할 수 있고 사용자(회사 측)에게도 제도 시행과 관련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사건 쟁점과 관련해 계류 중인 다수의 하급심 사건에 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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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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