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대통령은 '정쟁 빌미' 줄일 책임도 있다

기자 2022. 9. 2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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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변호사, 前 국회의원

대통령 비속어 문제 정쟁 비화

3년 전 상황 攻守 바뀐 데자뷔

민주당 옹호로 허언 흐지부지

야당의 돌변과 왜곡 문제지만

“쪽팔려서” 비속어 尹대통령도

국민 앞에 사과해 논란 없애야

대통령이 외교 현장에서 비속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고, 더불어민주당이 사과를 요구하면서 비난을 퍼붓는 모습은 3년 전에 있었던 비슷한 종류의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청문회의 쟁점 중 하나는, 총장 후보자인 윤 검사가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던 윤우진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는지 여부였다. 윤 전 서장은 윤 후보자의 친한 후배 윤대진 검사의 형이고, 윤 후보자와도 친분이 있었다. 현직 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받는 사람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주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 아니냐는 게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었다. 윤 후보자는 거듭된 질문에도 검사 재직 중에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도 없고, 이모 변호사에게 윤 전 서장과 연락해 보라고 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반전이 일어난 것은 밤 12시가 다 돼서였다. 뉴스타파에서 윤 후보자가 한 기자에게 이모 변호사를 윤우진 씨에게 소개해 줬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다른 데서 걸려온 전화는 안 받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이모 변호사한테 문자를 넣어 주라고 했다. ‘윤석열 부장이 보낸 이모 변호사입니다.’ 이렇게 문자를 넣으면 연락이 올 거다. 그러면 만나서 얘기를 들어 봐라” 하는 윤 후보자의 육성이 그대로 나온다.

청문회 다음날 나는 SNS에 윤 후보자의 사과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모르지만, 단순히 변호사를 소개하는 것은 검찰총장의 자격을 문제 삼을 만한 사유는 아니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청문회에서 윤 후보자가 한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볼 근거도 부족했다. 변호사를 소개해 준 적은 없는데 기자와 얘기하다가 후배를 보호하려는 마음에 사실과 다른 얘기를 했다는 게 윤 후보자 측의 해명이었다. 하지만 윤 후보자의 해명을 믿더라도, 기자에게 한 말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없겠지만, 거짓말이 드러나면 사과하는 게 상식이다. 더구나 법질서 수호의 책임이 있는 검찰총장 후보자 아닌가.

그러나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인사들의 반응은 달랐다. 정청래 의원은 윤 후보자를 “의리의 총대를 멘 상남자”라고 칭송하면서 후배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한 것은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나를 제외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했다. 윤 후보자는 사과하지 않았고, 그렇게 검찰총장 후보자의 거짓말 논란은 넘어가 버렸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윤 대통령은 비속어 사용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의 머릿속에는 3년 전의 경험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우리 쪽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편을 들어주고, ‘저쪽 사람들’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비난을 하기 때문에 버티면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지금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그때 윤 후보자는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바로 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난 공직자가 사과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개 석상에서 비속어를 쓴 대통령도 사과해야 한다. 물론 이번 사건을 외교 참사라고 부르는 것은 과장이다. 상대방에게 대놓고 비난을 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우리끼리’ 주고받은 말이 우연히 촬영된 것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일거수일투족을 전 국민이 지켜본다. “이 ××” “쪽팔려서”라는 말을 입에 담는 대통령을 보면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대통령은 그런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초기에 진솔하게 이해를 구했으면 논란이 길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상남자 운운하며 윤 검찰총장을 옹호하던 정청래 의원은 최근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도청 장치보다 거짓말이 화근이었다”면서 정반대의 얘기를 한다. 당연히 사과해야 할 일에 고집을 부리면서 스스로 정쟁을 만드는 대통령, 부끄러움도 모르고 편이 바뀔 때마다 뻔뻔스럽게 말을 뒤집는 민주당 의원들. 국민이 대한민국의 리더십과 정치에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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