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尹정부, 유능함 보여야 한다

김석 기자 2022. 9. 2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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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에 정권 교체는, 진보는 무능함이 밝혀졌을 때, 보수는 부패가 드러났을 때 이뤄졌다.

진보가 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선다고 평가되는 도덕성, 보수가 진보보다 낫다고 여겨지는 능력이 필요할 때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13시간 만에 "한국 국회를 향해 한 것"이라 해명했을 때는 야당과 국민에게 사과해야 했다.

도덕성에서 열세인 보수가 능력마저 없다면 국민은 정권을 맡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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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정치부 부장

한국 정치사에 정권 교체는, 진보는 무능함이 밝혀졌을 때, 보수는 부패가 드러났을 때 이뤄졌다. 진보가 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선다고 평가되는 도덕성, 보수가 진보보다 낫다고 여겨지는 능력이 필요할 때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러 구설수에도 두 아들 병역 기피 의혹 등 각종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이회창 후보를 이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동맹·자주파 갈등 등에 질린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성공 후광에 힘입었다. 하지만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게이트가 터지면서 첫 탄핵 대통령이 됐고, 권력은 진보 정권에 돌아갔다. 문재인 정부는 28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정권을 내놓았다.

이러한 흐름을 보면 국민이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게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얼토당토않은 소득주도 성장, 북한 눈치보기, 한미동맹 훼손과 같은 무능함이 아닌 정책에서 유능함을 보여달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번 해외순방은 윤 정부 인사들이 무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으켰다. 이번 순방에 국민의 기대감을 높였던 건 그 누구도 아닌 대통령실이었다. 대통령실은 한·미, 한·일 정상회담 합의를 발표하면서 미국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통화스와프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고, 한·일 정상이 만나는데 “흔쾌히 합의했다”고 전했다. 정상들은 실무선에서 합의가 이뤄진 뒤 만난다는 점에서 대통령실 발표 내용은 미국과는 IRA와 통화스와프, 일본과는 강제동원 등에 대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은 불발됐고, 한·일 정상회담은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찾아가는 전례 없는 방식이 됐다. 가시적 성과라도 있었으면 실용적 행보였다고 하겠지만 IRA나 통화스와프에 진전도 없었고, 강제동원 배상문제도 평행선임이 드러났다. 이것만으로도 외교 능력은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 수습 과정이다. 발언 논란은 수습할 기회가 적어도 3번은 있었다. 발언이 알려진 직후 대응할 수 있었다. 13시간 만에 “한국 국회를 향해 한 것”이라 해명했을 때는 야당과 국민에게 사과해야 했다. 아니면 귀국길 간담회를 갖고 윤 대통령이 직접 설명했어야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귀국 이틀 뒤인 26일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했고, 대통령실은 본질은 비속어가 아닌 동맹 훼손이라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대통령실로서는 불분명한 발언이 확실한 듯 보도되고 공세가 계속되는 사태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동맹을 훼손하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보도’ 나흘 뒤에야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한 셈이 됐다. 외교 능력도, 위기 대처 능력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도덕성에서 열세인 보수가 능력마저 없다면 국민은 정권을 맡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번 순방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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