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명상록' 황제의 오점

기자 2022. 9. 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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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티투스를 제외하면 혈연관계의 세습을 통해 제위에 오른 황제들이 모두 암군이었던 반면, 네르바부터 마르쿠스에 이르기까지 양자 관계로 제위에 오른 황제들은 모두 명군이었다. 그리고 양자 대신 혈연관계에 의한 세습이 다시 시작되자마자, 로마의 붕괴는 재개되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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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로마제국 전성기에 잇달아 제위에 오른 오현제(五賢帝)의 마지막을 장식한 황제로, 1800년 긴 세월을 넘어 살아남은 스테디셀러 ‘명상록’의 저자다. 재위 기간(161∼180) 제국 방위를 위해 최전선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틈틈이 일기 형식으로 써내려간 명상록엔 주옥같은 내용이 많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담히 풀어낸 철학자 황제의 명언은 동서고금에 수많은 애독자를 낳았다. “행복은 너의 생각에 달려 있다” “지독히 화가 났을 때는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가를 생각하라” 등은 학생 때 한 번쯤 필사해 본 명문이다. 특히 “죽음은 피조물을 구성하는 원소들의 해체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원소들의 변화와 해체를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죽음은 자연의 한 과정일 뿐만 아니라 자연에게 유익하고 이롭다” 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가 생각날 정도로 유사해 눈길을 끈다.

“인류가 가장 행복하고 번영했던 시기”(에드워드 기번)는 마르쿠스 황제의 아들 코모두스가 즉위하면서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네르바 이후 4명의 황제는 전임 황제의 양자로 들어가 일찍부터 제왕 수업을 받은 뒤 원로원의 인준을 얻어 즉위했지만, 스토아 철학자였던 마르쿠스에서 전통이 깨졌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희대의 폭군이자 암군으로 그려진 코모두스를 마르쿠스는 생전에 공동황제로 임명하는 등 오랫동안 권력세습을 준비했다. 세속적 욕망, 명예욕, 물욕 등을 버리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설파한 철인 황제가 정작 함량 미달인 아들에게 로마 황제를 물려준 건, 이 완벽한 인간의 거의 유일한 오점으로 꼽힌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티투스를 제외하면 혈연관계의 세습을 통해 제위에 오른 황제들이 모두 암군이었던 반면, 네르바부터 마르쿠스에 이르기까지 양자 관계로 제위에 오른 황제들은 모두 명군이었다. 그리고 양자 대신 혈연관계에 의한 세습이 다시 시작되자마자, 로마의 붕괴는 재개되었다”라고 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부정마저도 무작정 옹호하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권력을 내준 것에서 보듯 동서고금 ‘자식 내로남불’ 유사성이 신기하면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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