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결장 논란? 더 중요한 문제는 너무 뻔해 보인다는 것
(베스트 일레븐)
이강인을 1분도 기용하지 않은 선택에 대해 너무 시선이 몰린다. 하지만 좀 더 시야를 넓히면 플랜 A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토론으로 이어가야 할 분위기일 듯하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최근 결정을 보면 이미 모든 게 정해져있고, 나머지는 기워넣는 식의 엔트리만을 염두한 듯하다. 좀 더 직설적으로 하면 선수 기용이 조금은 뻔해 보인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23일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졌던 코스타리카전에서 2-2 무승부, 27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최종 엔트리 발표 전 가진 마지막 평가전을 마쳤다. 표면적으로 볼 때 1승 1무라는 전적은 나쁘다 할 수 없겠으나, 단순한 결과가 아닌 벤투 감독의 선택에 더 시선이 몰린 분위기다.
2022-2023시즌 개막 후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이강인을 조금이라도 기용하지 않았던 그의 결정이 상징적 의미를 가지긴 하지만, 월드컵 본선행이 결정된 이후 벤투 감독의 선수 선택과 결정을 보면 사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지난 6월 A매치에서 크게 변화가 된 부분은 오랜 고민인 우측 풀백에 대한 자원에 대한 고민뿐이었다. 윤종규를 실험하는 선에서 그쳤는데, 반대로 뒤집어보면 이 포지션을 제외한 전체적인 베스트 일레븐과 그들을 뒷받침하는 백업들의 면면은 이미 결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가 된다.
벤투호의 지난 7월 EAFF E-1 풋볼 챔피언십 운영만 봐도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주력인 유럽파와 해외파를 제외한 선수들로 스쿼드를 꾸렸던 벤투호는 현재 대표팀 내에서 나름의 입지를 가지고 있는 권창훈, 나상호, 조규성 등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었다. 아마 이 대회에서 잘한다고 한들 대표팀에 갈 확률은 크지 않다는 걸 느꼈을 이들이 제법 있었을 것이다.
이는 마치노 슈토 등 J리그와 EAFF E-1 풋볼 챔피언십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국내파 선수들의 최종 엔트리 선발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자세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는 마지막까지 최대한 신선하게 유지해야 할 경쟁구도 분위기라는 측면에서 우려스러웠다.
문제는 벤투호가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기용할 베스트 일레븐과 그 나름의 교체 카드가 예측 가능한 수준에 있다는 것이다. 사실 주된 논란의 중심인 이강인 기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벤투 감독의 그간 선수 기용을 보면 이강인의 설 자리가 결코 넓지 않음을 많은 이들이 예상했다. 선발이 가능할지는 모르나 출전은 쉽지 않다는 그림이 손쉽게 그려졌고, 실제로도 그랬다.
포트 1에 속할 정도로 강한 전력을 가진 팀이라면 압도적 기량을 앞세워 상대를 짓누를 수 있지만, 한국은 월드컵에서는 여러 언더독 중 하나에 불과하다. 상대적 관점에서 기본적 능력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예측이 쉬운 라인업을 들고 있는 팀은 강호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확고부동한 베스트 일레븐을 바탕으로 조직력 강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회 중 전술적 임기응변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 역시 감독에게 요구되는 굉장히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일례로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당시 알제리 사령탑이었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대회 첫 경기 벨기에전에 출전했던 선발 중 다섯 명을 바꿔 두 번째 경기였던 한국전에서 4-2 대승을 연출했다. 경기 개개별로 명확한 플랜이 있었고, 11명이 아닌 23명의 선수 전체를 꿰뚫어 관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였다.
그러나 벤투 감독에게는 이런 면모가 보이지 않는다. UAE 매체 <더 내셔널>은 간판스타 손흥민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가 부진할 경우 플랜 B가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6월 A매치 이후 벤투호의 경기 결과를 보면 손흥민이 시쳇말로 멱살 잡고 하드캐리한다는 인상이 굉장히 짙다.
손흥민이 차지하는 대내외적인 위상과 그 위상에 걸맞은 실력이 워낙 어마어마하기에 그를 중심으로 한 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동의하는 바이나, 손흥민은 금강불괴급 신이 아니다. 얼마 전만 해도 많은 팬들이 월드컵을 앞두고 빚어진 손흥민의 소속팀 경기 무득점 때문에 꽤 공포에 질려야 했다. 손흥민 말고는 누가 있을지를 자문하면 그 누구도 확답할 수 없는 상태, 오로지 플랜 A에만 집착한 벤투 감독의 스쿼드 운영은 이런 측면에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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