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영양사가 조리사에게 "주말에도 채썰기 연습 인증해라"..인권위 "직장 내 괴롭힘"

박홍주 2022. 9. 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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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학교 영양사가 근무시간 뒤에도 조리사에게 집에서 채썰기 연습을 하고 사진으로 인증하도록 지시하는 등의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28일 인권위에 따르면 한 중학교의 영양사 A씨는 같은 학교 조리사인 피해자에게 지난해 1월부터 약 50일 동안 주말, 명절을 불문하고 집에서 채썰기 연습을 하는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전송해 확인받을 것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약 3개월 동안 다른 조리원들 앞에서 피해자에게 "손가락이 길어서 일을 못하게 생겼다" "손이 이렇게 생긴 사람들은 일을 잘 못하고 게으르다"는 등의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피해자는 A씨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중 A씨는 "채썰기 연습은 안전사고 예방, 조리업무 숙달, 위생관리 측면 등을 고려해 피해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권유한 것"이라며 "카카오톡으로 채썰기 연습 사진을 보내도록 한 것은 피해자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답변했다. 피해자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여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A씨의 행위가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휴식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모든 근로자는 근무시간 외에는 다음날 활동을 위해 휴식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근무시간 외에 업무관련 지시를 한 것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행위"라고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또한 A씨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우울감과 불안 등을 호소했고, 진료 결과 스트레스 상황 반복 및 증상 지속으로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해당 중학교 교장에게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인권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A씨 현재 퇴직했지만 괴롭힘 재발 방지 차원에서 해당 중학교에 관련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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