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현장에서] 대출 규제완화가 잘못된 신호줘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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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 대출 규제가 빠른 속도로 풀리고 있다.
7월부터 신용대출을 연소득 이상 받을 수 있도록 허용됐고, 8월부터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이 80%(최대 6억원)까지 상향됐다.
9월 들어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시 장래소득을 반영할 수 있게 해 청년층의 대출 한도를 늘려줬고, 얼마 전에는 수도권·세종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 대해 조정대상지역 규제를 해제해 주담대 한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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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 대출 규제가 빠른 속도로 풀리고 있다.
7월부터 신용대출을 연소득 이상 받을 수 있도록 허용됐고, 8월부터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이 80%(최대 6억원)까지 상향됐다. 9월 들어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시 장래소득을 반영할 수 있게 해 청년층의 대출 한도를 늘려줬고, 얼마 전에는 수도권·세종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 대해 조정대상지역 규제를 해제해 주담대 한도를 높였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15억원 초과 주담대 금지 해제설이 돌 정도로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태다.
7월부터 DSR 확대 시행으로 안전판을 두기는 했지만 초장기 주담대·장래소득 등으로 규제 강도를 낮춘 바 있고, 그간 LTV가 더 강력한 규제였던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가계대출 한도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대출 규제는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과도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적정 시점에 단계적으로 정상화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점이 지금인지는 의문이다. 미국이 현재 3.25%인 기준금리를 연말에는 4.25~4.5%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 완화가 자칫 일부 차주들에게 대출을 더 받으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의 주거사다리를 놓는다는 명분으로 진행된 대출 규제 완화는 우려가 크다. 집값 하락이 이제 막 시작된 상황에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LTV를 80%까지 풀어주게 되면 순식간에 집값이 대출액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서울과 경기도 아파트 값은 각각 38%와 58% 이상 거품이 끼어 있다. 게다가 청년은 DSR 산정 시 미래소득까지 인정해서 20대의 경우 현재 소득 DSR 대비 50%나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말로 “떨어지는 칼날은 잡는 것이 아니다(자산 가치가 하락 중일 때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뜻)”라는 얘기가 있다. 집값 하락세가 진정되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현 시점 덜컥 규제 완화를 하는 것은 청년에게 주거사다리를 놓기는커녕 부실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정부가 추가 연장을 결정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도 마찬가지다. 이는 공짜가 아니고 원리금 모두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부담이다. 지난해까지의 저금리 상황이었다면 대출을 끌고 정상화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었을 수 있지만, 지금 같은 고금리·경기부진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대출을 연장하는 것은 이미 상환능력이 많이 떨어진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빚으로 더 버텨보라는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1800조원이 넘는 가계대출은 올해 고작 1조원 줄어들었다. 작년 87조4000억원 늘어난 뒤 정점에서 거의 줄어든 게 없다. 우리 사회가 금리 상승이라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으면서도, 대출 중독, 빚투 열풍 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인지 부조화 상황이 아직은 계속되고 있다. 성급한 대출 규제 완화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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