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손된 獨-러 가스관서 메탄가스 50만t 누출"..기후 재앙 우려

이용성 기자 2022. 9. 29. 11: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의 발트해 해저관 3개에서 발생한 가스누출 사고로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가 방출되고 있다고 AP 통신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7일(현지 시각) 북유럽 발트해의 노르트스트림-2 해저 가스관에서 가스가 유출되는 모습을 덴마크의 보른홀름섬에서 발진한 F-16 전투기가 촬영한 사진.

메탄가스는 또다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에 비해 태양열을 80배 이상 많이 흡수하기에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주요 온실가스로 꼽힌다. 무색무취의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 단기적으로는 지구 온난화에 80배 넘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해 공개된 유엔 기후변화 보고서를 통해 발표된 바 있다.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가스의 주종을 이루는 메탄 가스는 화산 분출, 식물 분해 과정에서 만들어지지만 인위적으로도 상당 규모가 생성된다. 쓰레기매립장, 가축 사육, 석유·가스 채굴과 가공 과정에서도 메탄 가스가 상당량 배출된다.

AP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 소속 기후학자인 롭 잭슨 등은 이번 사고 관련 덴마크 정부의 자료를 분석해 최악의 시나리오상 가스관에서 유출된 가스는 7억7천800만㎥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 바다와 대기에 배출된 메탄가스는 50만t(톤)에 이를 것으로 이들은 추산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메탄 누출 사고로 꼽히는 미국 아리소 캐니언 가스저장소 천연가스 누출 사고 때 방출된 9만∼10만t의 약 5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의 아리소 캐니언 가스 저장소에서는 2015년 10월부터 약 4개월에 걸쳐 천연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크리스토퍼 붓짜우 덴마크에너지청 대표는 이번 사고로 방출된 온실가스가 덴마크 연간 방출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덴마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4500만t이었다. 붓짜우 대표는 파손된 가스관에서의 가스 누출이 내달 2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환경방어기금(EDF)에서 근무 중인 화학공학자 앤드루 백스터는 덴마크 정부의 가스 누출량 추산치가 너무 높다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보수적으로 따지더라도 이번에 누출된 메탄가스는 아리소 캐니언 사고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기후에는 재앙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폴 발콤브 교수는 가스 누출의 영향은 아직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환경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내 해저를 지나는 노르트스트림-1과 노스트스트림-2에서 27일 폭발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3건의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하자 서방은 러시아의 사보타주(파괴공작)를 의심하고 있다.

해저 가스관에서 누출사고 자체가 드문데다 여러 가스관에서 동시에 사고가 난 것은 의도적인 파괴 행위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에 가스공급을 줄이는 등 에너지를 무기화한 선례가 있다.

각각 연간 275억㎥의 공급 용량을 가진 2개의 가스관으로 이뤄진 노르트스트림-1은 2011년부터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스를 공급해 왔다. 노르트스트림-1은 이달 초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됐으나 내부에는 여전히 많은 양의 가스가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황상 가스누출 사고가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긴 하지만, 도발을 감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이들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긴 하지만 현재는 모두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가 이달 2일 정비를 이유로 가스공급을 무기한 중단했고, 노르트스트림-2는 준공은 됐지만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사용승인을 하지 않아 가동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가스누출이 러시아 소행이라면 아마도 겨울을 앞두고 인근의 다른 유럽 가스관에 위협을 주기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고가 난 27일은 공교롭게도 노르웨이와 폴란드를 잇는 새 가스관 ‘발틱 파이프’가 개통한 날인데, 발틱 파이프가 노르트스트림-2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