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고발 뒤 남은 질문들..다큐멘터리 '애프터 미투'

강푸른 입력 2022. 9. 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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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을 뒤흔든 지 4년여 만에 '미투 그 후'를 말하는 영화가 도착했다.

그러나 한 주인공은 성폭력 고발과 치유 자체가 예술 작품의 주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미투 운동을 개인의 단죄로 끝내기보다 모두가 평등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field)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구호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고, 혁명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미투 운동 후 5년을 바라보는 지금 상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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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 미투’ 공식 포스터. 영화사 ‘그램’ 제공


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을 뒤흔든 지 4년여 만에 '미투 그 후'를 말하는 영화가 도착했다. 오는 10월 6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애프터 미투'다. 독립 영화의 팬이라면 익숙한 이름인 박소현, 강유가람 감독 등 네 명의 여성 감독이 각기 20분 남짓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하나로 묶었다.

'애프터 미투'는그땐 참 대단했다며 추억에 젖는 후일담이 아니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혹은 해야 할 고민들을 비춘다. 첫 작품 '여고괴담'은 스쿨 미투(학교 내 성폭력 고발)의 시초인 용화여고 사건을 다루지만, 가해자를 구속시킨 승리의 서사 대신 학교라는 공간이 은폐해 온 구조적 폭력에 집중한다. 두 번째 다큐의 주인공 박정순 씨는 9살 때 겪은 성폭력 피해를 용감히 고백한 뒤에도 여전히 평범한 일상이 버겁고, 강유가람 감독의 작품 속 여성 예술인들은 '미투' 운동 이후 오히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예술 활동보다 반성폭력 운동에 들이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다.

가장 도발적인 작품은 소람 감독의 '그레이 섹스'다. 흑백으로 구분할 수 없는 회색지대처럼 성폭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즐거운 섹스도 아닌 성 경험을 말한다. 여성의 성적 욕망 자체에 조명을 비추는 작품이기도 하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피해 아니면 가해라는 이분법의 언어를 벗어나 자신이 느끼는 혼란과 모호함의 정체를 붙들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미투' 운동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기보단 말 그대로 '미투 그 이후',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고민이다. 네 작품 중 가장 마지막으로 배치됐지만, 매끈한 결론 대신 오히려 생각할 거리를 안고 극장을 나서게 한다.

영화 ‘애프터 미투’의 한 장면. 영화사 ‘그램’ 제공


그러나 '애프터 미투'는 고민만 담겨 있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작품 자체가 감독들이 내놓은 해답에 가깝다. 가장 완결성을 갖춘 작품 '이후의 시간'에서 강유가람 감독이 만난 여성 예술인들은 내가 이러다 활동가가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소수의 활동가나 여성 단체가 성폭력 문제 해결에 소위 '갈아 넣어지는' 구조 때문이다. 남들이 작품에 매진하는 동안 자신은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도 찾아온다. 그러나 한 주인공은 성폭력 고발과 치유 자체가 예술 작품의 주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미투 운동을 개인의 단죄로 끝내기보다 모두가 평등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field)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때 핵심은 혼자가 아닌 여럿의 노력이 보태졌다는 것. 기획부터 최종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연대한 네 여성 감독의 결실이 '애프터 미투'다.

영화의 마지막은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로는 돌아갈 수 없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단호한 외침으로 끝난다. 그러나 구호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고, 혁명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미투 운동 후 5년을 바라보는 지금 상식이 됐다. 감독들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필요해졌다"며, '애프터 미투'의 개봉으로 우리 사회에 다시 필요한 논쟁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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