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대부 vs 열대의 트럼프 .. 브라질 사상 최악의 '양극화 대선'

임정환 기자 2022. 9.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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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재우 기자

■ Global Focus - 내달 2일 브라질 대선 …‘룰라 vs 보우소나루’ 양강 대결

룰라, 2010년까지 대통령 재임

부패의혹 벗고 다시 유력주자로

당선땐 ‘제2 핑크 타이드’ 완성

보우소나루, 육사 졸업한 엘리트

軍 내부비리 폭로하며 주목 받아

극우성향으로 2018년 대선 당선

룰라, 재임때 친중성향 경제 행보

보우소나루, 미국 입김 크게 받아

美·中 중남미 외교전쟁 영향 주목

오는 10월 2일 치러지는 브라질 대통령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 수는 12명이나 되지만 선거 판세는 전·현직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6·노동자당) 전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67·자유당) 현 대통령의 맞대결 양상으로 일찌감치 좁혀졌다. 특히 브라질 좌파와 우파의 대표 정치인이 주자로 나서면서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양극화된 대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최근 중남미를 휩쓸고 있는 ‘제2 핑크 타이드’ 물결의 완성이라는 의미와 미·중 대결구도까지 겹쳐져 국제적 관심도 매우 높아진 상태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 대선 = 현지 여론조사업체 데이터폴라의 가장 최근 조사결과(22일·6754명·오차범위 ±2%포인트)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포인트 상승해 47%를 기록했다.

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와 마찬가지로 33%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둘의 격차는 14%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그 밖에 민주노동당 시로 고메스 후보가 7%, 민주운동당 시몬 테벳 후보 5%, 브라질통합당 소라야 트로니케 후보가 1%를 받았다.

이외에도 7명의 후보가 더 있지만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지 않아 이번 대선은 사실상 2파전이다.

룰라 전 대통령이 내달 2일 1차 투표에서 공표·무효표를 제외하고 50%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같은 달 30일로 예정된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승리를 거두게 된다. 선거가 가까운 가운데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1차 투표에서 선거가 끝날지는 미지수다.

데이터폴라 측은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선거가 1차 투표에 결정될지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룰라 전 대통령이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노동자의 대부 vs 군 출신 ‘열대의 트럼프’ = 선거가 사실상 양강구도로 좁혀지며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대비되는 이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룰라 전 대통령은 구두닦이와 노점상 등을 하며 빈곤 속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장년 시절 노동운동에 투신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대규모 파업 시위를 이끌다 노동자당 창당을 주도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02년에는 대권까지 거머쥐었으나 퇴임 후에 재임 시절 부패 의혹이 불거졌고 2016년 3월 구속됐다가 지난해 3월 판결 무효 결정이 나면서 단숨에 대선 유력주자로 떠올랐다.

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군 장교 출신이다. 현역 때 “군 장성들의 부패 때문에 군인들의 처우가 나빠졌다”며 구체적인 문건과 함께 내부비리를 폭로해 브라질 사회를 크게 흔들었다. 이후 정치권에 입문해서는 극우 성향을 드러냈고 군사정부를 옹호하거나 여성과 성 소수자를 상대로 한 혐오 발언을 하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자주 비교되며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기도 했다. 2018년 대선에서 개신교, 보수파 등의 지지와 선거운동 중 피습에 따른 동정론 등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핑크 타이드’ 다시 돌아오나 = 이번 대선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최근 중남미를 휩쓸고 있는 ‘제2 핑크 타이드’ 물결이 완성된다는 의미가 더해져 국제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우파 정권이 득세하던 중남미에서 2018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가 잇따라 ‘좌향좌’한 가운데, 인구 2억여 명의 대국이자 국내총생산(GDP·2021년 2150조 원) 세계 12위인 중남미 최대국 브라질에 좌파 정부가 들어설 경우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룰라 전 대통령까지 승리할 경우 사상 처음으로 중남미 주요 6개국(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 모두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돼 브라질 대선은 핑크 타이드의 마지막 퍼즐로 불린다. 더욱이 룰라 전 대통령은 2010년까지 재임하면서 글로벌 자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경제성장을 도모하며 중남미의 좌파 물결을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움베르토 베크 멕시코 칼리지 국제학연구소 교수는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 인터뷰에서 “(브라질) 룰라까지 당선되면 라틴아메리카 지도에 엄청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이 브라질 대선을 주목하는 이유 = 극명하게 갈리는 두 유력 후보 간 이념 지형으로 브라질 대선 향방에 중남미 국가들은 물론, 중남미에서 ‘외교 전쟁’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의 최대 교역 파트너이자 중남미에 적지 않은 공을 들여온 중국은 룰라 전 대통령의 복귀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룰라 전 대통령도 중국과 가깝고 미국과 멀다. 그는 재임 중이던 2004년 재계 인사를 포함한 450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한 바 있다. 자신을 부패 혐의로 가둔 실형 판결에는 미국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집권하 브라질에선 중국보다는 미국의 입김이 강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브라질 정부가 5세대(G) 고보안 무선 네트워크 독점 구축권 경매를 열자,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불법 정보 수집 우려를 제기하며 브라질 정부를 압박해 입찰을 미루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역시 집권 이후 중국과 긴장 관계를 설정해왔다. 심지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들 에두아르두 하원의원이 중국을 겨냥해 ‘공산주의자의 악몽’이란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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