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 세액공제보다 답례품이 관건
전국 답례품 포털사이트 미완성 출발 가능성도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의 핵심은 세액공제다. 정치기부금처럼 10만원을 기부하면 내야할 소득세에서 10만원을 빼준다. 세액공제를 100% 받는다고 가정하면 손해볼 일은 없고 오히려 기부한 것으로 생색도 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런데 하나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기부금액의 30%까지 제공되는 지역 '답례품'이다.
세액공제는 10만원까지만 전액 공제이고, 10만원 초과분은 16.5%만 공제된다. 하지만 답례품은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인 기부금액에 '비례'해서 30%를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10만원 기부에는 3만원의 답례품을, 500만원 기부에는 150만원어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세액공제는 기부지역과 무관하게 동일하게 받지만, 답례품은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준비된 각기 다른 것을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고향보다는 답례품 좋은 곳에 기부할 것
납세자 입장에서 고향은 아니지만, 답례품이 마음에 들어서 기부지역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각 지자체가 답례품 선정에 고심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경북 경산시는 지난 27일 답례품 개발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가동했고, 강원도 원주시는 다음달 14일까지 답례품 선정위원회 위원을 공개모집 중이다. 전남 나주에서는 지역내 기능올림픽 수상자들까지 참여시켜 답례품을 개발하고 있다.
답례품의 중요성은 우리보다 일찍 고향기부제를 시행한 일본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라는 이름으로 고향 기부제도를 도입했는데, 2008년 5만4000건에 불과했던 고향기부가 2020년 3488만8000건까지 급증할 정도로 성공인 안착을 이뤄냈다.
일본 고향납세제의 성공 비결은 단연 '답례품'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에서 최근 실시한 고향납세제 설문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57.1%의 답변자가 '답례품의 충실도'를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물론 일본의 경우 시행 초기 답례품에 대한 제한규정이 없어, 기부금액의 50%가 넘는 전자제품과 상품권 등 고가답례품을 제공하는 지역에 기부가 쏠리는 부작용도 경험했다. 2017년부터 답례품의 규모를 기부금액의 30% 이하로 제한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과다 출혈경쟁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기부금액의 30%로 답례품을 제한한 것도 일본의 선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의 고향사랑 기부제는 지역 특산품 등 답례품의 획일화를 막기 위해 특산품 외에도 지역상품권 등 유가증권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아니라 현금이나 귀금속 등만 아니라면 조례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답례품목을 지정할 수도 있다.
지자체별로 보면, 이미 기부금 유치를 위한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하다.
강원도 영월의 사과와 절임배추, 전남 완도의 전복과 같이 해당 고유 지역특산품을 답례품으로 계획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독특한 서비스를 고민하는 지역도 있다.
경남지역 지자체에서는 명절 때 산소관리 및 벌초를 대신해주는 서비스를 답례품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또 경기도에서는 명절 방문이나 여행시 반려동물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도록 반려동물 호텔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기획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전국의 답례품을 비교할 수있는 기회도 중요해졌다.
일본의 경우 전국 각지의 답례품을 한 눈에 보고 기부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포털사이트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대표적인 일본의 고향납세 답례품 포털사이트 '사토후루'의 경우 지역별 답례품을 검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기 있는 상품을 랭킹으로 제공하며, 기부금액별 공제 상한액을 계산해서 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우리 정부도 이런 포털시스템을 구축중이지만, 정부가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그조차도 내년 시행까지 일정이 빠듯하다.
행정안전부는 올 연말까지 고향사랑기부금 종합정보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지만, 해당 시스템의 고도화작업은 내년 6월말까지로 넓혀서 작업 기한을 잡았다.
내년 1월에 통합된 하나의 시스템이 오픈은 되겠지만, 온라인 접수와 세액공제의 연계, 기부정보의 연동 등 정상적인 운영은 당장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김홍환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다양한 플랫폼이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과다경쟁을 막기 위해 행안부가 1개의 플랫폼을 구축중이다.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기부와 답례품 제공, 세액공제가 편리하게 이뤄질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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