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中 견제, 속내는 '자국 기업' 감싸기
[편집자주]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종 서명으로 단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오로지 미국을 위한 법이다.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전기자동차에는 세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지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경제 동반자로서의 적극적인 행보를 약속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이 법안 수정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을 직접 상대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은 한국 정부의 몫이다. 정부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낼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①투자 보따리 푼 현대차, 등 돌린 美
②겉으론 中 견제, 속내는 '자국 기업' 감싸기
③발등의 불 현대차그룹, 해법 찾아라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표면적인 의도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기차 수요의 폭발적인 성장을 일으키고 친환경자동차 분야에서 경쟁력이 뒤떨어진 미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보다. 테슬라의 급성장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약진 등에 따라 전통의 강자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자국 완성차기업이 추격자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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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이 대표적이다. 친환경차 전환기에 CATL·BYD 등 자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기술력을 앞세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광물 비중이 2024년부터 40% 이상, 2027년부터 80% 이상인 배터리를 탑재해야만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14%) ▲BYD(9%) ▲삼성SDI(7%) 순이다. 중국 업체 CATL·BYD가 39%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모습을 미국 정부가 마냥 지켜보고 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해외 주요 자동차시장 판매 및 정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국가 중 중국산만 유일하게 점유율이 상승했다.
해외 8개 주요시장의 브랜드 국적별 증감률을 살펴보면 중국계만 15.1%를 나타냈으며 미국계(-8.4%), 유럽계(-15.7%), 일본계(-11.8%), 한국계(-9.9%) 등은 모두 전년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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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조사 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 1위는 25만9790대를 판 테슬라다.
이어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3만3556대 ▲포드 2만2979대 ▲폭스바겐 1만6893대이며 GM은 7674대에 그쳐 5위에 머물렀다. 포드와 GM의 판매량을 합쳐도 3만653대에 그쳐 현대차그룹 브랜드 판매량 합산 수치인 3만3556대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추격자였던 현대차그룹이 어느새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며 GM과 포드의 아성은 무너졌다.
미국은 테슬라가 세계 최강 전기차 제조업체로 자리 잡았지만 경쟁력 있는 자국 완성차업체를 여러 개 보유해야 중국 견제도 수월하고 내수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을 만난 존 보젤라 미국자동차협회(AAI) 회장도 "인플레 감축법은 중국의 전기차 시장지배력 견제와 더불어 미국 내 전기차 산업기반 확대에 그 목적이 있다"고 말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유럽연합(EU) 역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타지역에서 조달하는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비판하며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미리암 가르시아 페러 EU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지난달 인플레 감축법의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자 "미국 생산자와 외국 생산자를 차별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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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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