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똥도 다시 보는 獨.. 바이오가스로 에너지 자립 길 터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기피시설' 분뇨 활용 발전소 안착
쓰고 남은 열·전기 팔아 年 14억원 수익
주민 협동조합 결성해 운영.. 수용성↑
마을 이장 "싼 에너지가격에 만족도 커"
韓선 다량 분뇨 관리·입지 확보 어려워
정부, 제도개선 TF 구성.. 촉진법 추진
에너지위기에도 뚝심 있는 獨
정부 관료들 "독일이 원전 회귀? 틀렸다"
총리도 "원전, 고위험 기술.. 미래 부담"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40% 넘어
최근 2030년 목표치 65%→80% 상향
韓은 동기간 30%→21.5%로 낮춰 대조
지난 15일 밤 12시, 베를린 중심지의 ‘대문’ 격인 브란덴부르크문 조명이 꺼졌다. 주변 기둥부터 꺼지기 시작해 브란덴부르크문의 상징인 꼭대기 말 조각상까지 완전히 어두워졌다. 24시간 빛나며 베를린 시내를 비추던 대표 관광지다. 브란덴부르크문만이 아니다. 베를린돔, 텔레비전타워, 여러 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 및 명소도 조명이 꺼져 늦은 밤을 더 적막하게 했다. 에너지 사용 절감을 위해 시작된 조치다. 독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버스정류장에 있는 광고 조명판까지 밤이면 꺼지는데, 실제로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시민에게 시각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취지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기존 30%에서 21.5%로 낮췄다. 탈원전을 고수하는 독일은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지난해 기준 40%를 넘어 우리나라의 2030년 목표를 2배가량 앞선다. 그런데도 2030년 목표를 기존 65%에서 80%로 상향했다. 독일이 재생에너지 비중 80%를 ‘실현 가능하다’고 본 데는 ‘버린 똥도 다시 보는’ 전략이 있었다.
◆폐기물도 다시 보자, 똥의 쓸모
똥의 쓸모 세 번째, 바이오차(biochar)가 되기도 한다. 산소가 적은 상태에서 똥을 고열로 분해하면 숯처럼 검은 고형물이 되는데, 바이오차다. 바이오차는 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를 가둬두며 산성 토양에 첨가하면 토양 품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는 이미 바이오가스가 ‘오늘의 에너지원’이 된 마을이 더러 있다. 독일 중동부 튀링겐주에 있는 작은 마을 슐뢰벤이 대표적이다. 베를린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3시간가량 가면 나오는 인구 1000여명의 작은 마을은 ‘에너지 자립 마을’이란 자격을 가졌다. 독일에는 이런 에너지 자립 마을이 172곳 있고, 42곳이 자격을 얻기 위한 준비 중이다. 슐뢰벤 에너지 자립의 비결은 바이오가스다. 이곳에는 주민 주거지역에서 약 1.6㎞ 떨어진 곳에 바이오가스 생산시설과 축사가 붙어 있다.
슐뢰벤을 방문한 지난 14일, 마을에는 계속 비가 내렸다. 시야가 흐릿한 와중에도 마을에 다가가자 멀리서부터 하얀 바이오가스 시설이 보였다. 차에서 내려 비 냄새를 맡기도 잠시, 시설에 다가갈수록 분뇨 냄새가 진동했다. 컵케이크 모양의 건물 네 개가 이어져 있는데, 분뇨를 저장하고 발효하고 발전소로 가스를 보내는 전 과정이 이 안에서 이뤄진다. 시설 외벽에는 바이오가스가 있다며 ‘3m 안에서 불을 피우거나 흡연하지 말라’는 폭발 위험 안내가 있었고 시설 바로 뒤로는 가득 쌓인 건초와 소로 가득한 축사가 보였다.
독일도 우리나라처럼 초기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일이 과제였다. 빙켈만은 “2009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는 에너지 가격이 저렴하고 재생에너지 인식 수준은 낮아 주민을 참여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돌이켰다. 슐뢰벤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프로젝트의 주체가 되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바이오가스 도입 결정부터 현재 전력을 팔아 얻은 수익 배분까지 주민과 함께한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실제 발전에 돌입하기까지 5년 이상 시간이 소요됐으나 이 덕분에 주민 수용성 문제는 해소됐다.
한국도 바이오가스를 생산하자는 공감대는 전부터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다량의 가축분뇨 관리가 어렵고 지역주민의 반대 등으로 입지 찾기가 힘들어 바이오가스 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바이오가스는 여전히 ‘미래자원’이란 인식이 강했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분뇨 활용을 활성화해 바이오가스 생산을 늘리기 위해 ‘가축분뇨 활용 제도개선 전담조직(TF)’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별 가축분뇨 관리 계획을 세우고 현재 전국에 4개뿐인 통합바이오가스화 시설을 확대하며 ‘바이오가스 촉진법’도 제정할 예정이다.
독일 기후·에너지 전환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디미트리 페시아 동아시아프로그램 리더는 “농촌 마을에서 이런 바이오가스 시설은 마을 안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순환할 수 있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를린=글·사진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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