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끝났다는 마스크 시장에서 홀로 80배 급성장한 한국 회사

진은혜 더비비드 기자 2022. 9.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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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될 수 있다, 성공셀러] 어린이용 마스크 전문 업체 '어린숨'의 고속 성장 이야기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의 한 공장. 100평 규모 사업장 문을 열면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큰 설비에서 피카츄, 인어공주 등 알록달록한 색감의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 수천장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것. 새하얀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은 이를 포장하느라 무척 분주하다.

어린이용 마스크만 전문 생산하는 키즈 마스크업체 ‘어린숨’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한복판에 설립된 업계 후발주자다. 이 회사에서 하루 출고되는 마스크는 30만장, 한달로는 800만~900만장에 이른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워낙 인기가 많아 발주 물량이 매일 늘고 있다.

다른 업체와 비교하면 정반대 분위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0년 5000여곳까지 늘어난 마스크 업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올 들어 40% 이상 폐업했다. 어린숨은 경쟁업체들이 무너질 때도 살아남았다. 개인 사업을 시작한지 14년 만에 처음 매출 100억원의 벽을 뚫었다는 어린숨의 권용현(45) 대표를 만나 비결을 들었다.

한달에 900만장에 이르는 어린이용 마스크를 파는 '어린숨'의 권용현 대표. /어린숨

◇도태위기 생존법 ‘남들과 반대로 가라’

어린숨은 철저히 키즈 마스크만 만든다. 신생아~3살, 3~6세, 6세 이상 등 소형·초소형 제품에만 주력한다.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는 마스크에 그려진 캐릭터다. 피카츄, 파이리, 꼬부기 등 포켓몬스터, 디즈니 인어공주, 헬로키티 등 아이들이 열광하는 캐릭터가 많다. 보유한 캐릭터 모두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확보했다. 국산 필터와 부직포만 써서 만든다.

어린숨 역시 격화된 경쟁 속에 도태위기를 맞은 바 있다. 돌파구는 온라인 유통이었다. 창립 첫해 매출 18억원, 지난해 30억원을 기록한 어린숨은 올해엔 매출 150~200억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작년 9월 오픈마켓에 입점하면서, 2700만원대였던 월 평균 매출이 올해 8월 기준 22억원으로 80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고용인원도 2년 만에 2명에서 70여명으로 급증했다.

어린숨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어린이용 마스크.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라이선스를 구매 후 별다른 활용을 못하다, 마스크에 적용했더니 마스크 매출이 크게 올랐다. /어린숨

- 처음 어떤 위기를 겪었나요.

“마스크 업체를 차렸을 때 저 또한 ‘코로나 특수’만 노리는 수준이었습니다. 급한대로 덴탈 마스크를 만든 거죠. 그러다 2020년 말 들어 KF94 마스크가 표준이 되면서 덴탈 마스크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어요. 투자금 대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더 이상 돈이 돌지 않으니 접어야 하나’는 생각을 수천번도 더 했어요. 우리 제품이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성공 요인이 안 보였거든요.”

어린숨 마스크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마스크 제품을 분류하고 있다. /어린숨

- 어떻게 극복했나요.

“9살, 6살 자녀들이 힌트가 됐어요. 마스크 쓰기 싫다고 떼쓰는 걸 달래다 문득 ‘아이가 언제든 쓰고 싶은 마스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친 거죠. 마침 모바일 액세서리 사업을 하면서 혹시 필요할까 싶어 포켓몬 등 여러 콘텐츠 기업들과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둔 게 있었어요. 실제로는 이용하지 않아 비용만 들고 있었는데요. 마스크에 캐릭터를 입혀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호감을 사는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를 만들면 부모들의 고생을 줄여주고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쓸 수 있으니따요. 오직 키즈 마스크만 만드는 업체가 많지 않은 점도 도전 욕구를 자극했어요.”

- 라이선스 계약에 드는 로열티 비용 등을 감안하면 원가가 높을 것 같은데요.

“일반적인 마스크 업체는 원가가 20~30%를 넘지 않아요. 저희 제품 원가는 다른 업체 대비 50%는 높을 것입니다. 판매가 대비 캐릭터 로열티로 7~8%의 비용이 나가는데다, 좋은 원료와 장비를 쓰다 보니 원가율이 높아집니다. 그러다 보니 동종 업체로부터 ‘싸게 만들어 팔아 이익을 많이 남기지, 왜 비싼 캐릭터 디자인을 쓰냐’는 비아냥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캐릭터 라이선스를 늘려 나갔어요. ‘남들이 걷는 길과 반대로 걷는다’는 것이 제 원칙이에요.”

◇엄마 아빠 입소문 타고 매출 급증

권용현 어린숨 대표가 포켓몬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를 들고 웃고 있다. /어린숨

대형서점과 온라인몰에 키즈 마스크를 론칭했다. 사업 초기엔 아이들이 사이즈를 헷갈릴 수 있어 주문 사이즈가 아닌 다른 사이즈 제품도 샘플로 동봉했다. ‘우리 아이가 마스크를 쓰니 코밑으로 흘려내린다’는 부모들의 리뷰를 보고 제품 사이즈를 한층 세분화하기도 했다.

섬세함 덕분에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지난해 9월 쿠팡 로켓배송에 입점하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마스크 크기, 종류별로 분류돼있는 모습. /어린숨

- 매출이 급증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쿠팡의 브랜드 담당자가 키즈 마스크의 잠재력을 높이 사 어린이를 위한 ‘캐릭터 마스크’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었어요. 어린숨도 여기 속하게 되면서 빠르게 성장했죠. 마침 ‘포켓몬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터라 포켓몬 마스크의 인기가 치솟았어요. 현재 매출의 60~70%가 쿠팡에서 발생해요.”

- 부모 공략에 성공한 결과네요.

“오픈마켓 입점과 동시에 엄마, 아빠들의 주문이 폭주했어요. 제주도와 도서산간 지역에서도 말입니다. 부모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 다른 유통채널까지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물론 주문이 늘어나면 그만큼 민원도 증가하는데요. 오픈마켓이 고객 응대(CS)도 대신 해줍니다. 반품이나 환불, 민원을 대신 처리하기 때문에 제품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어린숨 마스크 제조공장에서 직원들이 마스크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어린숨

- 마스크는 어디서나 살 수 있는데, 빠른 배송이 여전히 중요한가요.

“키즈 마스크는 빠른 배송이 절대적이에요. 당장 내일 아침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는 자녀를 위한 마스크가 없으면 빠른 배송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자녀가 너무 어려 집 밖을 나서기 어려운 부모들은 기저귀나 분유만큼 마스크도 당장 내일 받기 원하거든요. 요즘엔 새벽배송도 되기 때문에 오전 7시 전에 마스크를 받을 수 있죠.”

◇미국 FDA 인증 후 해외 수출 추진

- 최근 물가상승률이 높고 코로나 완화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경영에 차질은 없나요?

“부직포 등 원재료 가격이 1년 전보다 10% 가량 뛰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할 만큼의 이익이 나오고 있어요. 쿠팡 등 유통채널들이 저희 원가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 비용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해 주고 있거든요. 또 코로나가 완화되고 있지만 아이들 마스크 판매량은 늘었어요. 과거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갈 땐 집에서 마스크 한 장이면 버텼지만, 지금은 하루에 2~3장씩 쓰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 이어 인플레이션이 문제이지만 권용현 대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자신이 있다. /어린숨

- 앞으로 목표는요.

“해외 진출입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절차를 거치고 있어요.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해외에서 국산 키즈 마스크를 판매할 구상입니다. 앞으로 아이들을 위해 고품질의 캐릭터 마스크를 만드는 회사로 성장하면서 일자리 창출도 늘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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