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닦아서 말할 줄 아는 어른들
흔히 쌍둥이들은 태중에서부터 이어진 영혼의 연결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쌍둥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관찰한 결과, 과연 그런 영적 연결이 존재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둘 사이에만 통하는 말은 있었음을 본 바 있다. 쌍둥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마주보고 서로의 옹알이를 흉내냈고, 그 소리를 주고받으며 같이 놀 줄 알았다. 이 아이들의 소위 ‘쌍둥이 말’은 아이들이 좀 더 자라 세상의 언어를 분명하게 구사하게 되면서 점차 사라졌지만, 여전히 몇몇 단어는 저들만이 아는 서로 간의 비밀로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완성되는 점진적 과정에는 타고난 능력만큼이나 환경적 요소가 중요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어떤 언어적 환경에 놓이는지는 아기의 언어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어떤 아이든 영어권 환경에서 자라나면 영어를, 한국어 환경에서 자라나면 한국어를 구사하게 되며, 두 개의 언어를 모두 구사하는 환경에서 자라나면 초기 습득 시간은 조금 더 걸리긴 하지만 두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중언어구사자로 자라난다.
생물종 중 가장 뛰어난 모방자인 인간의 어린것답게, 아기는 주어진 환경에서 접한 언어의 종류뿐 아니라, 말투와 어휘, 말버릇과 제스처까지도 복사하듯 흡수한다. 쌍둥이 아이들의 경우, 주변에 자신 외에도 옹알이를 하는 아이가 또 있었기에 서로가 서로의 모방 대상이 되었을 터였다. 그렇기에 아이의 언어 습관을 통해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접한 언어 환경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유독 아이가 말이 거칠고 저속한 어휘를 자주 사용한다면, 아이가 그런 말들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어떤 말투를 쓰든 결코 그건 아이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가 아이일 때에 한한다. 시간이 지나면 인간은 자란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단지 키가 크고 몸이 성숙해지는 것을 넘어서, 정신적으로도 맹목적인 모방에서 벗어나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눈을 가지고, 가치판단을 통해 옳은 것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다 자란 성인의 언어 습관은 이제 환경의 탓이 아닌, 오로지 본인의 책임이 된다. 거칠고 편협한 언어습관은 마음의 깊이가 딱 그만큼에 머물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무심결이라도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는 행위는 상대 따위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누군가의 언어 습관은 그의 마음결을 드러내는 유리창이기에, 사람들은 누군가의 말투와 어휘를 통해 상대가 지닌 내면의 깊이와 크기와 탁한 정도를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적어도 성인이라면, 내면을 온전히 다스리는 건 어렵더라도 최소한 그 마음의 유리창 정도는 스스로 닦을 수 있는 존재여야 하지 않을까.
이은희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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