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국제정치화하는 식량 위기

2022. 9. 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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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수출 차질 전망대로면
내년 19억명 고통 겪을듯
식량위기는 정치위기를 초래
'아랍의 봄'도 식량에서 촉발
코로나 팬데믹, 물류와 공급망 붕괴, 가뭄과 홍수, 이상기온 등 기후변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대 등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전 세계적인 혼란 상황 모두는 식량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 와중에 전 세계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식량위기 상황을 위험한 수준으로 내몰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매년 1억t 이상의 곡물을 수출해왔다. 이는 전 세계 곡물 물동량 약 4억t의 25%에 해당하는 엄청난 비중이다. 특히 밀의 경우 전 세계 수출량의 28%를, 옥수수는 15%를, 보리는 2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흑해를 통해 전 세계로 이동하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흑해 항로가 막히면서 수출량에 이미 큰 차질이 생겼다. 지난 7월 22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유엔 간 합의로 흑해 항로가 다시 열렸지만, 최근 러시아는 다시 흑해 항로를 막을 수 있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발생한 수출량 차질만 하더라도 1500만~2000만t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물동량의 4~5%에 해당하는 양이며 이미 많은 나라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더 심각한 것은 2023년이다. 식량위기 상황이 예견되면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 40건 이상의 곡물 수출 통제가 시작되었고, 많은 나라들은 재고를 늘리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식량 생산은 35~45% 감소할 전망이다. 전쟁으로 인해 충분히 경작 준비를 하지 못했고, 경유와 비료 가격 상승 및 공급 차질이 있었으며, 농업 종사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경작 면적 감소와 운영 효율 저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2023년도에는 2300만~4000만t 수준의 전 세계 곡물 수출량 감소가 예상된다. 미국, 중국, 서유럽 국가 등은 자국 내 충분한 생산량이 있고, 재고 수준도 높고, 경제력도 있으므로 당장은 큰 문제가 없겠으나 수많은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은 심각한 식량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견되고 그 숫자는 50개 이상 국가의 14억~19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 코로나와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기후변화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상황이다. 2007~2008년 식량위기 및 2010~2011년 식량 가격 상승이 '아랍의 봄'에 큰 영향을 준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심각한 국제적 문제와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단기적으로 보자면 흑해 항로 유지를 위한 노력, 각 나라별 수출 통제 해소 및 재고를 풀어 시장에 곡물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것, 식량위기를 겪는 나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의 방안이 가능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자면 이와 유사한 위기 상황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기에 보다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토지 사용을 최적화하고, 대체육 및 대체단백질 개발과 섭취를 확산시키는 노력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지구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데 기여하는 일이자 국가는 자국민 보호를,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기회로 이어져 가치 창출까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국가안보적 측면에서도 이번 식량위기에 우리가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어떤 대책이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안보(安保)'란 안전보장의 줄임말로 국민을 편안하게 보전한다는 뜻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우리는 언제든 국가적 보건위기 상황이 올 수 있음을 경험했다. 그런데 보건위기를 넘어 이제는 식량과 에너지마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서유럽 국가들이 겪을 가스 수급 문제가 우리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식량의 수급에 대한 대안이 있는지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위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보를 단단히 붙들어매야 한다.

[송승헌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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