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정현, 감 떨어졌다 해도 '살아 있네'
코리아오픈 복식 1회전 '역전승'
"코트서 많은 시간 보내야 할 듯"
4년 전, 호주오픈 4강 진출로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정현(26)이 2년 만의 코트 복귀전에서 승리했다.
정현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총상금 123만7570달러) 복식 1회전(16강)에서 한국 테니스 에이스로 자리 잡은 후배 권순우(당진시청)와 짝을 이뤄 한스 버두고(복식 92위·멕시코)-트리트 후에이(복식 99위·필리핀)조에 2-1(2-6 6-2 10-8)로 역전승을 거뒀다.
10점을 먼저 내는 매치 타이브레이크로 진행된 3세트 8-8까지 살얼음 승부가 이어졌다. 정현이 발리 대결에서 상대 실수를 유도하며 매치 포인트를 잡았고, 권순우가 감각적인 로브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정현은 2018년 호주오픈에서 한국 테니스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4강 역사를 쓰면서 같은 해 세계랭킹에서 한국인 역대 최고인 19위까지 찍었다. 그러나 이후 잦은 부상으로 급격하게 내리막을 걸었다. 2020년 9월 프랑스오픈(예선 2회전)을 끝으로는 허리 부상으로 약 2년간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26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ATP 투어 대회로 국내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승리한 정현은 경기 뒤 “많은 팬들 앞에서 다시 경기를 하게 돼 기쁘다.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한 번 더 팬들 앞에서 경기할 기회를 얻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정현의 경기 감각은 완벽해 보이지 않았지만, 권순우가 물오른 경기력으로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정현도 고비마다 집중력 있게 포인트를 가져오며 제 몫을 해냈다. 정현은 “당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첫 경기 치고는 만족하지만 코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승리의 공은 권순우에게 돌렸다. 정현은 “애초에 순우가 경기를 리드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고 대회에 나섰다”며 “순우가 너무 잘해줬다. 듬직했다”고 추켜세웠다. 이에 권순우는 “형의 복귀전이라서 나도 꼭 이기고 싶었다. 형이 고비마다 중요한 샷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 프랑스오픈과 US오픈에서 준우승한 ATP 랭킹 2위 카스페르 루드(노르웨이)와 캐머런 노리(8위·영국), 테일러 프리츠(12위·미국) 등 톱랭커들도 전날 입국해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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