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숙명여고 김지현 "공부하는 농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김아람 2022. 9. 28.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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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인터뷰는 7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8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공부하는 운동선수', 말이 많은 주제다. 복잡한 정치 이야기나 실질적인 효과 등은 제쳐두고, 일단 당사자가 하는 이야기에만 집중해 보자. 숙명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지현(172cm, F)은 '공부하는 농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그동안 아마추어 대회나 웹진 인터뷰를 위해 많은 학생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공부도 하겠다고 말하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사실 많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극소수였다. 정말 극소수. 그래서 다소 당연하다는 듯이 건넨 '목표는 프로인가' 라는 질문에 돌아온 김지현의 답변이 신선했다. 

 

"프로 진출도 제 목표지만, 저는 중학생 때부터 프로에 앞서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공부하는 농구 선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스포츠과학 분야를 공부해서 학문적으로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얼마 전에 전국체전 선발전을 했어요. 1차전에서 선일여고와 만나서 졌는데, 다음에 숭의여고를 이겨서 선일여고랑 한 번 더했어요. 다행히 최종적으로 승리해서 서울 대표로 체전에 나가게 됐어요. 

 

고등학교 진학 후 첫 체전 참가인 거죠?

제가 1학년(2019년) 때는 숭의여고에 패했고, 2학년(2020년) 땐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됐었거든요. 작년(2021년)엔 숭의여고가 평가전 대표로 선발됐지만, 인원 부족으로 저희가 나갔었어요. 그때 전 유급으로 참가하지 못했고요. 학교로 보면 오랜만에 이겨서 나가는 대회고, 개인적으론 고등학교 첫 체전이에요.

 

지난해 유급했었나요?

네. 3학년을 두 번 하는 셈이에요. 작년에 갑자기 무릎이 아프더라고요. 추벽 제거 수술을 받았어요. 재활하다가 1학기 끝나고 팀에 합류했어요.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요?

좋아요. 팀 1학년 친구들이 U16 대표팀에 가게 되면서 남은 멤버가 4명밖에 없었지만, 1대1과 2대2 위주로 많이 운동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어요. 

 

인원이 적어 운동하는 데 어려웠겠어요.

그래도 대구시청 언니들과 함께 운동해서 좋았어요. 프로에 있던 언니들이라 배울 점이 많았어요. '볼 없는 쪽에서 이쪽으로 올라가면 빈 곳이 더 잘 보인다'라는 식으로 볼 없는 움직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덕분에 체전 평가전 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 많은 대회에 참가하진 못했죠?

3월 춘계대회와 4월 협회장기 땐 팀 사정으로 대회에 못 나갔고, 5월 연맹회장기는 출전했어요. 춘천여고에 아쉽게 2점 패하면서 결승엔 못 갔지만요. 주말리그도 1학년 두 친구의 U16 대표팀 합류로 인원이 부족해서 나가지 못했어요. 이후엔 바로 전국체전 평가전에 나간 거고요. 

 

농구 하면서 수상 경험도 있나요?

숙명여중 2학년 때 전관왕을 한 적이 있어요. 3학년 때도 전반기 춘계와 협회장기, 소년체전까지 우승했었고요. 고1 땐 마지막 추계 대회에서 준우승했어요. 개인상은 얼마 전 전국체전 평가전에서 서울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어요. 

 

최우수선수가 될 수 있던 원동력이 있을까요?

슛 연습을 많이 했는데, 잘 들어갔던 것 같아요. 2대2와 어시스트도 만족스럽고요. 안에서 하는 플레이와 밖에서 하는 플레이가 고루 잘 됐다고 생각해요. 코치님께서도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주셔서 뿌듯했어요.

 

농구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분당 이매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들이랑 단체로 농구 교실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땐 그게 농구인지도 모르고 했었죠. 뛰어다니는 게 좋았을 때였거든요(웃음). 그 농구 교실에서 주최하는 대회가 있었는데, 그곳에 오신 서초초등학교 코치님 눈에 띄어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어요. 

 

농구를 잘했나요?

아뇨. 키가 컸어요(웃음). 또래보다 머리 하나 더 있었거든요. 당시에 140cm 후반에서 150cm 초반 정도 됐었어요. 그렇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결국 하고 싶지 않아서 거절했어요. 

 

이후엔 결국 서초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코치님께서 2년 가까이 매주 저희 부모님께 연락하셨어요. 한 번만 와서 놀다 가라고요.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한 달 정도 평일에 매일 분당에서 서초로 왔다 갔다 했어요. 농구부 운동할 때요. 

 

직접 가보니 재밌었나요?

아뇨. 전 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구석에만 앉아있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 적응이 안 됐던 것 같아요. 농구 하던 친구들이라 그런지 너무 밝았어요. 전 그렇지 않았거든요. 6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 방학 기간에 계속 그렇게 다니다가 코치님께서 그냥 전학을 오라고 하셨어요. 6학년 때까진 제 키가 큰 편이기도 했고, 서초초등학교 멤버가 부족하기도 했던 상황이었어요. 

 


부모님께서도 허락하셨어요?

부모님께서 먼저 권유하셨어요. 이왕 가본 거 해보라고요. 진짜 말 그대로 그냥 시작하게 됐어요. 그렇게 6학년 1학기부터 서초초등학교를 다녔어요. 분당에서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갔고, 하교 후엔 운동하고 다시 집으로 오는 생활을 했죠. 

 

혼자서 통학한 건가요?

같은 동네에 서초초등학교 농구부 친구가 있어서 아침에 만나 같이 학교에 가고, 끝나고도 함께 돌아왔어요. (그 친구도 농구를 하고 있어요?) 지금 상주여고에 다니는 전희교라는 친구예요. 제가 말을 많이 하고, 성격이 좀 밝아진 건 희교 덕분이에요. 

 

초등학교 졸업 후엔 숙명여중으로 진학했는데, 중학교도 통학했으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괜찮았어요. 오히려 숙명여중이 한 번에 갈 수 있어 더 편했던 것 같아요. 운동 끝나면 피곤하기도 했지만, 분당에서 같이 통학하는 농구부 언니들도 있어서 힘이 됐어요. 

 

고등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죠?

네. 통학하다가 기숙사에 사니까 처음엔 좋았어요. 그런데 전 통학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계속 기숙사 생활을 하니까 집이 좀 그립더라고요. 

 

어렸을 때야 부모님의 권유로 농구를 했다지만, 이후엔 직접 농구에 매력을 느껴 농구선수의 꿈을 가졌을 거로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솔직히 중1까진 아무것도 모르고 했어요. 그러다 중2에 올라갔을 때 주전 센터 언니가 무릎 수술을 하는 바람에 제가 그 자리에서 뛰게 됐거든요. 그때부터 시합에 많이 뛰었어요. 공격보단 리바운드와 수비를 위주로 했는데, 그게 잘 되니까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농구선수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본인의 장단점도 소개 부탁드려요.

장점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점이에요. 수비할 땐 뚫리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요. 로테이션 수비는 연습이 더 필요하지만 1대1 상황에서의 수비는 잘할 수 있어요. 슛 연습은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쏘는 스타일인데, 성공률을 더 높이고 싶어요. 저보다 큰 선수랑 붙을 때는 외곽에서 슛을 쏘는 편이고, 작은 선수는 안쪽으로 끌고 들어가서 하는 편이에요. 중학생 때 센터를 본 적이 있어서 안쪽에서도 자신 있어요. 그래도 슛은 더 섬세하게 가다듬으려고 해요. 

 

평소 코치님께 자주 듣는 말씀이 있을까요?

제가 공격할 때 잘 안 풀리면 드리블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드리블을 간결하게 하라고 말씀해주세요. 또, 볼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서 있을 땐 많이 움직이라고도 하시고요. 

 

롤 모델도 있나요?

슛은 강이슬 선수요. 받자마자 원타임에 쏘는데 확률이 좋으시더라고요. 저도 무빙샷 연습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안쪽에서는 진안 선수의 플레이를 본받고 싶어요. 상대와의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술을요. 

 

평소 농구영상을 자주 챙겨보는 편인가요?

많이 봐요. 네이버 뉴스에 올라오는 하이라이트는 거의 다 보고요. KBL이랑 NBA도 많이 봐요. KBL에선 이재도 선수를 좋아해요. 경기 조율과 2대2를 잘하시는 것 같아요. NBA에선 제임스 하든 선수를 좋아하고요. 픽앤롤과 스텝 백 하는 게 멋있어요. 

 

김지현 선수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저는 묵묵히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선호해요. 팀을 뒷받침하는 그런 선수요. 화려한 플레이보단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목표는 프로선수일까요?

물론 프로에 진출하는 것도 제 목표예요. 그런데 저는 중학생 때부터 프로에 앞서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공부하는 농구 선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럼 프로 진출보다 대학 진학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겠네요. 

네. 대학 졸업 후에 프로 선수도 되고 싶지만, 먼저 대학 대표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대학 대표로 나가는 게 가까운 목표예요. 대학에선 스포츠과학 분야를 공부해서 학문적으로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김지현 선수의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쉽지 않겠지만,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저희 아빠가 스포츠마케팅 관련 일을 하시는데, 회사에 자주 놀러 갔었거든요. 아빠가 하는 일을 보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됐으면 해요. 공부하는 농구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 본인 제공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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