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연일 요동..경제 펀더멘털 위협
대외변수들 한국 경제 발목 잡아
무역적자·고물가 늪 빠질 우려
대외변수로부터 촉발된 금융불안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대외건전성은 여전히 양호한 편에 속하지만 빠른 속도로 국내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한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달러화가 가진 막대한 영향력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 고환율·고금리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중국 경기 및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경우 한국의 경기 회복세는 전망보다 더 둔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54.57포인트(2.45%) 떨어진 2169.29에 장을 마쳐 2년2개월여 만에 2200선을 내줬다.
환율도 진폭이 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8.4원 상승한 달러당 1439.9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442.2원까지 올라 2009년 3월16일(고가 기준 1488.0원) 이후 13년6개월여 만에 1440원을 넘기도 했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과 그에 따른 달러화 강세의 영향이 가장 크다. 특히 이날은 세계은행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대폭 낮춰 잡은 것이 위안화 약세와 아시아 시장 불안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경제가 큰 폭으로 둔화할 경우 한국의 수출 둔화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파운드화 폭락과 유럽의 에너지 공급난도 지속되고 있어 유럽의 경기침체와 고물가도 전 세계적인 교역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외변수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국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무역수지 적자’다. 수출보다 수입 물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른 탓에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데, 고환율은 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수출은 전 세계 경기선행지표 중 하나로 쓰일 정도로 한국은 대표적인 수출국가”라며 “무역수지 적자-원화 약세-물가오름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과 실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고환율과 고금리가 국내 수출과 기업 경기, 내수에도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다음달 ‘빅스텝’ 가능성
가파른 금리 인상 기업·가계 악재
특히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를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다음달 또 한 차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가파른 금리 인상이 부채가 많은 기업과 가계에는 더욱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커졌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부채를 조달한 개인투자자나 기업들부터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이것이 또다시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내수도 더 악화할 수 있다”며 “내년 한국의 성장률은 1%대 중후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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