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사학연금 4000억 출자..'돈 가뭄' M&A시장에 단비

스틱인베 등 위탁 운용사 4곳 선정
불확실성 감안 블라인드펀드 주력

[서울경제]

시중금리가 급속히 오르면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돈줄이 마른 가운데 사학연금이 4000억 원 규모의 출자를 사모펀드들에 단행했다. 사학연금은 다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는 국면이어서 투자처를 정해놓고 출자하는 ‘프로젝트 펀드’보다는 시간을 두고 투자처를 검토할 수 있는 ‘블라인드 펀드’ 출자에 주력했다.

사학연금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4곳을 위탁 운용사로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출자 규모는 총 4000억 원으로 각 운용사가 1000억 원씩 맡아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우수 PEF의 위탁 운용사에 투자함으로써 기금운용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성화 등 공적 연기금으로서 책임 이행 또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학연금은 지난달 2일 제안서를 접수받아 1차 정량 평가 실시 후 8개 운용사를 후보군으로 뽑았다. 이후 쇼트리스트 운용사를 대상으로 현장 실사를 진행했고 이달 26일 투자심의위원회의 정성 평가를 거쳐 4곳을 최종 선정했다. 한국투자PE와 아주IB투자, SG PE,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적격 후보군에 포함됐으나 최종 평가에서 고배를 마셨다.

선정된 운용사들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투자 성과를 보여 별다른 이변은 없었다는 평가다. 최근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의 출자 사업에서는 외형이 크고 ‘트랙 레코드(투자수익률)’가 검증된 운용사들이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 사학연금 블라인드 펀드 출자 사업에서도 위탁 운용사로 선정된 바 있다.

기관들은 보수적 출자 기조를 지속하며 최근 금리 상승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 펀드에 대한 출자를 꺼리고 있다. 프로젝트 펀드는 투자 대상을 확정하고 자금을 투입하는데 단일 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리스크가 높은 편이다.

반면 금리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증시 상황이 호전될 때를 기다릴 수 있는 블라인드 펀드는 신중한 운용이 가능하다. 사모펀드 운용사들 역시 블라인드 펀드로 자금을 모으면서 때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M&A 시장의 자금줄이 마른 것은 사모펀드 등 출자자들이 프로젝트 펀드 투자를 꺼리는 것도 한몫한다” 며 “운용사들도 무리해 프로젝트 펀드 결성을 추진하기보다 올해는 블라인드 펀드로 투자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필우 기자 advanc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