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면 숨을 '흡!' 들이마시는 이유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2022. 9. 2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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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학 박사 나흥식의 몸이야기]
몸이 위급 상황에 대항하려면 다량의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자동차를 운전하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반사작용이 “흡!” 하고 숨을 순식간에 들이마시게 되는 것입니다. 뜨거운 것을 잘못 만지거나, 아픈 곳에 찔려도 반응은 비슷합니다.

이렇게 순간적으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은 평소에는 하지 않는 특별한 호흡입니다. 순간 맞닥뜨린 엄청난 스트레스에 대항하기 위해 많은 산소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깊고 빠르게 호흡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이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기막힌 방어 전략입니다.

그러다 다행히 사고가 나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에너지가 많이 드는 깊은 흡식(吸息·숨 들이마시기)을 계속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때는 “휴~” 하고 큰 숨을 내쉬게 됩니다.

혹시 주위에 “아유 깜짝이야! 놀라서 죽는 줄 알았네”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을 한다는 것은 숨을 내쉬는 행동이고, 이는 아주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사람은 태어날 때 자궁 속 양수에서 나와 공기를 들이마시는 흡식을 해서 폐를 공기로 채웠다가, 그 공기를 내보내면서 “응애~” 소리를 내고 호흡을 시작합니다. 평생 흡식과 호식(呼息·숨 내쉬기)을 반복하다가 죽을 때는 숨을 내쉬며 삶을 마감합니다. 흡식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호식은 에너지가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은 공기를 마시는 것으로 시작해 내쉬는 것으로 끝나는 호흡 인생입니다.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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