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그녀들의 살아있는 수다, 작품이 되다..뮤지컬 '다시, 봄'

임지우 2022. 9. 2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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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개인적 이야기 담아 '디바이징 뮤지컬' 첫 시도
평균 무대 경력 30년..서울시뮤지컬단 50대 여배우 7인 총출동
뮤지컬 '다시, 봄' 연습 현장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뮤지컬 '다시, 봄' 연습 장면 공개에서 배우들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09.28.wisefo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다들 사는 게 바빠 뮤지컬 구경, 쉬는 날 바깥 구경도 못 했을 거 아냐. 저기 저 언니들처럼!"

엄마이자 아내, 가장으로 살며 공연장이 낯선 평범한 50대 여성들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다음 달 7∼9일 서울 강북구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열리는 뮤지컬 '다시, 봄'은 갱년기와 가족, 생계 걱정 등에 시달리는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이다. 뮤지컬 장르에선 생소한 시도인 '디바이징 시어터'(Devising Theatre)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캐스팅된 7명의 배우들이 자신들의 솔직한 경험과 이야기를 창작진과 나누며 극의 창작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작품을 제작한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기존의 뮤지컬 관객층이 주로 20∼30대 여성이었다면 50대 이상의 관객이 즐길 작품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보다 깊이 있고 진솔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디바이징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뮤지컬 '다시, 봄' 연습 현장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뮤지컬 '다시, 봄' 연습 장면 공개에서 배우들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09.28.wisefool@yna.co.kr

왕은숙, 권명현, 오성림, 임승연, 박정아, 박선옥, 이신미. 이들 배우 7명은 '다시, 봄'에 출연하는 서울시뮤지컬단원들이다. 평균 연기 경력이 30년 이상이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창작진과의 심층 인터뷰,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창작 워크숍 등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나누며 창작 과정에 긴밀하게 참여했다.

화천 워크숍에서는 50대 현지 주민과 만나 인생 전환기를 맞은 중년들의 고민을 나눴다. 이 과정을 지켜본 작가 김솔지, 연출 이기쁨, 작곡가 연리목 등의 창작진이 이들의 인생을 대사와 이야기, 음악으로 녹여냈다.

배우 왕은숙은 "우리끼리 얘기하며 갱년기 등 공감대를 형성한 순간이 많았다"며 "관객들도 우리 작품을 보고 쉼 없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인생 2막을 꿈꾸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뮤지컬 '다시, 봄' 연습 현장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뮤지컬 '다시, 봄' 연습 장면 공개에서 배우들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09.28.wisefool@yna.co.kr

이들이 나눈 '수다'는 갱년기의 안면홍조 때문에 메인앵커 자리에서 밀려난 아나운서 '진숙'부터 마트에서 파트 타임 일을 하는 주부 '승희'와 이혼한 싱글맘 '성애'까지,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인물 7명의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오랜만에 버스 여행을 떠난 이들은 빗길 사고로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그 순간 나타난 저승사자 앞에서 각자의 삶을 돌아본다.

김덕희 단장은 "작품이 다큐멘터리 극은 아니기 때문에 배우들과 현지 주민들의 실제 경험을 극으로 만들기 위해 진실성과 공연성 사이에서 수위를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다시, 봄' 연습 현장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뮤지컬 '다시, 봄' 연습 장면 공개에서 배우들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2.09.28.wisefool@yna.co.kr

작품은 그간 주인공 엄마, 옆집 아주머니 등 한정된 역할만 맡아왔던 중년 여배우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기도 하다.

배우 박정아는 "젊은 시절 무대에서 날고 뛰어다니던 여배우들이 50대가 되니 오히려 경력을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옆집 아주머니, 주인공 엄마 역할만 주어졌다"며 "이 작품에선 저희 7명 모두가 각각의 특색을 지닌 인물로 무대에 선다"고 말했다.

김덕희 단장은 "50대 여배우가 뮤지컬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뮤지컬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으로 공공단체로서 그런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뮤지컬 '다시, 봄' 연습 현장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2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뮤지컬 '다시, 봄' 연습 장면 공개 배우들과 창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9.28.wisefool@yna.co.kr

50대 여성들의 이야기로 출발한 작품은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는 가족 전체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갱년기로 힘들어하는 진숙 앞엔 취직이 어려운 딸이 서 있고, 이들의 대화는 진숙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진다.

배우들은 각자 맡은 역할 외에도 서로의 캐릭터의 아들, 딸, 남편 등으로도 무대에 올라 일인 다역을 연기한다.

이기쁨 연출은 "7명의 배우가 성별과 나이를 넘어 모든 역을 맡으며 보여주는 다양한 시선과 마음이 관객들에게 느껴지도록 의도했다"고 소개했다.

작품은 인물들이 모두 모여 '완경 파티'를 열며 클라이맥스를 맞이한다.

배우 임승연은 "단장님이 이 작품을 하면서는 우리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관객들도 이 작품을 통해 갱년기는 병이 아닌 하나의 과정이라는 걸 느끼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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