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재풀 협소함 드러낸 'MB 교육' 이주호 재기용설

한겨레 2022. 9. 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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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공석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를 곧 지명할 것이라고 한다.

인선의 부담이 커진 만큼 , 대통령실은 상대적으로 교육부 장관직 유경험자이면서 지난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보수 쪽 후보로 나섰던 이 교수를 주목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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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2012년 11월14일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청와대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공석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를 곧 지명할 것이라고 한다. 박순애 전 장관이 ‘만 5살 입학’ 파문으로 물러난 뒤 50여일 만이다. 이 교수는 9년 전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수장을 지내며 교육계에 경쟁체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 거센 논란을 불렀던 장본인이다. 그의 재기용은 현 정부의 협소한 인재풀을 드러냄과 동시에 교육계의 상당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에서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장관 후보자와 장관이 연거푸 낙마하는 유례없는 상황을 겪었다. 인선의 부담이 커진 만큼 , 대통령실은 상대적으로 교육부 장관직 유경험자이면서 지난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보수 쪽 후보로 나섰던 이 교수를 주목했을 수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도 저울질했을 것이다. 이 교수 인선 배경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 개혁과 교육부 조직 안정을 동시에 도모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면 이런 평가에 썩 동의하기 어렵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2년6개월 남짓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장관을 지낼 때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한다면서 자율형사립고·기숙형공립고·마이스터고의 설립을 추진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논란의 단초를 만들었다. 또 수월성 교육의 대표 격인 학업성취도 평가 전면 실시와 교원평가제 도입 등을 밀어붙여 학교 현장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일부에선 교육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있지만, 자율을 명분으로 교육에 경제 논리를 무리하게 적용하려 든 정책이 고교 서열화와 일반고 황폐화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때에도 조희연 교육감 체제의 서울 교육이 ‘좌파 교육’에 물들었다며 이념의 틀을 씌워 일방적으로 매도한 바 있다. 진영 간 대립을 끝내고 교육정책의 경쟁과 공존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시기, 이를 이끌 적임자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 교수가 장관에 지명되면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되는 ‘엠비(MB) 맨’은 한명 더 늘게 된다. 현 정부에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번 외교참사에 책임이 막중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 이명박 정부 출신자들이 유독 많고, 그중 일부는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오랜 격언이 윤석열 정부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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