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왕의 새 도전 "화장품계 테슬라 될것"

이새봄 2022. 9. 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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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인터뷰
20대부터 스타트업 만들어
구글·탭조이에 잇달아 매각
마지막 종착점은 '화장품'
보습에 좋은 고분자 물질을
IT 기술로 크기 줄여 제품화
소비자가 직접 성분 고르면
로봇이 '맞춤형 화장품' 제조
"이번에는 안팔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회사입니다. 10년후, AI(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해지는 시기에도 살아남을 비즈니스 모델을 찾은 것이 비팩토리입니다."

세상이 화장품 기업 비팩토리의 창업자 노정석 대표(46)를 부르는 별명은 다양하다. 20대때부터 연이어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구글,탭조이아시아 등 글로벌 기업에 연이어 매각을 성사시키며 벤처의 전설, 연쇄창업가,창업전문가,마이다스의 손 등으로 불렸다. 주로 소프트웨어 기업을 만들고 키워온 국내 최고의 보안·IT 전문가인 노 대표가 이번에는 '화장품'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주목했다. 보안업체(인젠·젠터스),블로그 서비스기업(테터앤컴퍼니·구글 인수), 스타트업인큐베이팅기업(패스트트랙아시아),모바일앱유저분석기업(5블럭스·탭조이 인수) 등 기존에 창업했던 기업과는 결이 다르다. 노 대표는 "보통 5년·10년을 먼저 내다본 후 필요한 선행기술에 대한 회사를 만들어왔다"며 "많은 이들이 나의 경력을 부러워하지만, 되돌아보면 내가 만든 회사들이 내가 대표로 있을 때 수익을 낸 적이 없다.더 큰 회사에 내 기업을 좋은 가격에 판 것"이라고 말했다.

비팩토리는 그에게 창업의 '종착점' 같은 곳이다. 그는 "다른 회사에 팔지 않고 직접 수익을 내면서 내가 계속 운영할 회사를 만들기 위해 세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업 분야를 물색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내건 조건은 '한국적 강점이 있으면서 글로벌화 된 분야이고,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할 수 있으며,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와 맞닿아있을 것'이었다. 이를 모두 충족하는 분야는 'K팝, K에듀케이션, K뷰티'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화장품(K뷰티)이 노 대표의 눈길을 끌었다. 한국이 가장 강점이 있는 분야이면서도 디지털 전환이 더딘 전통산업이자 제조업 분야다. IT의 강점을 가지고 전통산업의 영역인 화장품 업계 들어가 이 산업을 디지털화 하면서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노 대표는 "전기차 기업인 일론머스크의 테슬라도 자동차산업이라는 전통산업의 영역에 IT의 강점을 가지고 들어가 10년만에 전기를 맞았다"며 "다른 제조업체들은 절대 가질수 없는 오토파일럿(자동 조종장치)이라는 소프트웨어 무기를 갖고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브랜드인 비팩토리의 전 직원 16명 중 절반인 8명이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비팩토리는 맞춤형 화장품 '스위즐'과 혁신 화장품 '킵' 등 2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킵의 경우 입자가 커 인체에 들어갈 수 없던 크기의 분자를 피부 흡수가 가능한 극나노크기로 바꿔 화장품 유효성분이 피부 속으로 침투하게한 '미래 화장품'이다. 카이스트 박사 출신의 김철환 스카이테라퓨틱스 대표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했다.현재는 홈페이지를 통해 보습에 좋은 성분으로 알려져있지만, 피부 틈새를 통과하지 못하는 고분자 물질인 '히알루론산'을 피부 틈새 통과가 가능한 5나노 사이즈로 만든 앰플화장품인 '유시파이 앰풀 위드 하이알차저'를 단일상품으로 판매중이다. 내달 중 히알루론산 함량을 높인 제품을 추가로 출시한다. 제품이 개발되는 대로 구성을 추가할 예정이지만, 제품의 숫자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노정석 대표는 "구색을 갖추기 위한 화장품은 만들지 않을것"이라며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화장품은 다시 만들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스위즐의 경우 소비자가 앱을 통해 직접 원하는 성분을 담으면 제조 로봇이 주문 정보를 확인한 후 정확한 배합으로 제품을 만들어내고 맞춤형 화장품을 용기에 담아 소비자에게 배송한다.제조시설은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기업인 코스맥스의 판교 사옥 내에 있다 .노 대표는 코스맥스 신생 부서인 디지털사업부의 교육과 자문 등을 담당하는 디지털 고문을 맡고있기도 하다. 스위즐 브랜드 외에 코스맥스와 손을 잡고 맞춤형 샴푸를 개발하기도 했다.

스위즐과 킵 두 브랜드는 '미래형'이면서 '혁신적'이라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지난 7월 시장에 첫 선을 보였고 아직 실적을 공개할 만할 단계는 아니다. 실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까지는 2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노 대표의 판단이다. 하지만 시장의 방향이 명확하기 때문에 노 대표는 걱정하지않는다. 그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대중을 만족시키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있지 않다. 철저하게 미래의 소비자에게 미래의 화장품을 팔고있다"며 "때문에 아직 시장은 작고, 굉장히 소수의 유저들만 이곳에 관심이 있을테지만 우리는 그들만을 위한 화장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맞춤형 화장품을 비롯한 미래 화장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시장규모가 약 2000억원 규모에 불과할 만큼 아직 작은 시장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시장의 규모를 추산할 수도 없다. 노 대표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비팩토리가 시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회사로 비춰질 수 있다. 없는 시장에 내다팔 제품을 만드는 센스없는 사업가로 보일것이다"라며 "하지만 내가 바라고있는 바이자 목표는 여기서 반드시 '미래의 원조'를 창출해 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일례로 지금 자동차를 사는 사람들은 자동차를 단순히 '탈것'이라고 보고 선택하지 않는다. 디자인과 기능, 브랜드와 모델, 거기에 추가되는 다양한 옵션까지 일일이 공부하고 조합을 맞춰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차를 고르지 않나, 옷과 명품도 마찬가지"라며 "그런데 아직도 화장품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분명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성분을 얼마만큼 써야 좋아진다는 것을 스스로 학습하고 성분을 맞춰 조합해 쓰는 얼리어덥터 그룹이 존재하며 이들이 미래의 대중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노 대표는 킵 화장품을 처음 구매하는 고객에게 노 대표가 동봉해 보내는 편지를 보여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엔지니어가 만드는 엔니지어링 뷰티는 이렇다는 것을 한번 보여드리려 합니다. 만들고 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하드웨어 제품이 아닌,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 경험. 그 시작점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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