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1세대가 피운 45년 '미술꽃'

이한나 2022. 9. 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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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랑 개관기념전 '달의 마음, 해의 마음'
1호 전속 화가 곽훈부터
'선미술상'으로 지원 받은
마지막 수상자 이이남까지
오랜 인연 맺어온 51명
주요 작품 100여점 펼쳐
22회 선미술상 수상작가 이이남 `기운생동`(2022). [사진 제공 = 선화랑]
1977년 약사 출신 미술 수집가였던 김창실 회장(1935~2011)이 설립한 선화랑은 남달랐다. 미술 계간지 '선미술'(1979~1992)을 발간했을 뿐 아니라 민간 화랑으로는 이례적으로 1984년 '선미술상'을 제정하고 2010년까지 35~45세 중견 작가 중에서 뽑아 상금을 주고 수상기념전을 열었다. 1회 수상자인 한국화가 오용길부터 4회 한국화가 황창배, 5회 서양화가 이두식, 6회 조각가 김영원, 8회 서양화가 이석주, 10회 한국화가 김병종, 14회 서양화가 황주리, 19회 한국화가 서도호, 20회 서양화가 김범, 21회 조각가 박은선, 22회 설치작가 이이남까지 그 면면이 화려하다. 국내 미술계에 기여해온 1세대 선화랑이 개관 45주년 기념전 '달의 마음, 해의 마음'을 10월 5일까지 연다. 제목은 김 회장의 저서 '달도 따고 해도 따리라'에서 따왔다.

한국 현대미술의 궤적을 살피고 미래도 제시하고자 윤진섭 평론가가 전시를 기획했다. 그는 "이건용이 주도한 전위미술 단체 'ST그룹'에서 뛰던 1977년 가을 정기전 장소를 대관하러 왔다가 김 회장을 처음 뵀다. 장발에 청바지 행색의 우리를 일본 작가로 오인한 그분은 사정을 듣더니 '우리는 기획 전문 화랑이라 대관은 안 해요'라고 했다. 당시 인사동 일대엔 1970년에 문을 연 현대화랑과 통인화랑, 문헌화랑 등 상업 화랑이 10여 곳에 불과했다"고 회고했다. 전시는 선미술상 마지막 수상자 이이남과 1호 전속 화가 곽훈 등 선화랑과 인연이 깊은 작가는 물론 한국 미술사 흐름에 걸맞은 작가 51명이 각자 정체성이 강한 신작 위주로 100여 점을 선보였다. 사실주의적 경향, 단색화적 경향, 미니멀 추상 혹은 물질에 대한 관심, 미디어아트, 정감적 접근과 색의 표현성이라는 5개 주제로 나뉜다.

이석주 `사유적 공간`(2022).
1층에서 극사실주의와 미디어아트가 함께 맞이한다. 1970년대 초부터 번성한 극사실주의는 과학적 표현에 집중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초기 산업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며 자기 해석이 더해졌다. 당시 국내 사실주의 주역인 이석주의 '사유적 공간'(2022)은 책과 시계판, 기차를 병치해 초현실주의적이고, '벽돌 작가' 김강용은 'Reality+Image'(2019)에서 극사실주의를 추상의 영역으로 끌어올렸음을 보여준다. 이상현의 5분짜리 영상 '현대 정회장 소 몰고 고향 찾는 대목'(2011)은 정조대왕 행차도를 차용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방북 장면을 구현했는데 북한식 구호와 환영 행렬이 흥미롭다. 이이남의 환상적이고 서정적인 비디오 작업 '기운생동Ⅱ'와 올해 아트부산 NFT어워드를 수상한 모준석의 가상현실(VR) 디지털 조각 '삶의 형태#3'(2022)은 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2층 작품들은 표현이 다채롭다. 우리 시대 풍속화 같은 황주리의 '식물학'(2021)과 문형태의 'Rain'(2014), 정복수의 '깊은 인생'(2020)은 개성이 강렬하다. 김정인의 유화 '잔해를 사수하는 별'(2022)과 박시현의 'Confession'(2020)은 구성의 치밀함에 감탄하게 된다.

3층에서는 단색화 경향과 물성 실험이 돋보인다. 김덕한의 'Overlaid Series No.21-60-01'(2021)은 패널에 옻칠하고 사포로 문질러 만든 색면추상이 매력적이다. 김희경의 'Bloom 191211'(2019)은 한지로 만든 입체가 빛을 머금고, 장승택의 'Layered Painting G 60-89'(2022)는 유리에 짠 물감이 환상적이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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