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후 6년, 우리의 질문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세상의 관점]

2022. 9. 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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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안녕하세요.

오늘 허스펙티브가 소개해드리는 이 책 '누가 여성을 죽이는가(돌베개 펴냄)'는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과 여성 연대의 전환점이 된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살인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봅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이라서' 살해당한 페미사이드라고 말입니다.

총 3부로 나뉜 책의 1부는 '강남역 살인사건' 현장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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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나영 등, 누가 여성을 죽이는가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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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노동연대회의가 주관한 신당역 살인사건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수연 피디
페미사이드(Femicide) :
여자라는 이유로 혹은 여자라는 점을 노리고 살해하는 것. 1976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차 여성대상범죄 국제재판에서 여성학자 다이애나 러셀은 페미사이드에 대해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이 용어를 공식적으로 정의한 바 있다.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누가 여성을 죽이는가.' 페미사이드 혹은 젠더 기반 폭력의 근원을 묻는 이 질문이 한국 사회에 등장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페미사이드'를 검색해 봤습니다. 259건의 결과물(전체 기간 대상)이 나타나는데요. 201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아예 없거나 매해 한두 건 정도에 불과했던 '페미사이드' 기사는 2016년 한국일보가 처음으로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페미사이드'라 명명한 이후(본보 2016년 5월 20일자) 그 수가 23건으로 껑충 뜁니다.

'페미사이드'를 다룬 보도의 성질도 달라졌는데요. 2016년 전까지는 정치, 종교적 상황으로 여성 인권 수준이 현저히 낮은 타국의 여성 대상 폭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그 이후부터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명명하는 데 이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전체 기사량은 2018년 30건, 2019년 50건, 2020년 67건, 2021년 33건, 2022년 41건 등으로 꾸준히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고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페미사이드'를 검색한 결과. 빅카인즈 캡처

오늘 허스펙티브가 소개해드리는 이 책 '누가 여성을 죽이는가(돌베개 펴냄)'는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과 여성 연대의 전환점이 된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살인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봅니다. 열한 명의 필자가 피해자 추모 공간이었던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제기된 다양한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misoginy)와 그로 인해 촉발된 여성들의 움직임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단호하고 명확하게 규정합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이라서' 살해당한 페미사이드라고 말입니다.

총 3부로 나뉜 책의 1부는 '강남역 살인사건' 현장에 주목합니다. 여성혐오와 젠더 기반 폭력의 개념을 정의하며, 이 사건을 여성혐오에 기인한 페미사이드로 봐야 하는 이유를 정리합니다. 2부에서는 여성 살해가 묵인되고 재생산되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기제를 살핍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여성 운동의 흐름과 역사를 다룹니다.

모든 논의의 출발은 여성들이 집단적 추모 행사를 하고, 성폭력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며, '밤거리 되찾기 운동'이 펼쳐졌던 공간 '강남역 10번 출구'입니다. 글을 엮은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역 10번 출구'라는 공간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와 이를 통해 실행되는 시민 연대 움직임을 '페미니스트 사회 정의 프로젝트'로 정의하며 이같이 말합니다.

"상징적 공간으로서 '강남역 10번 출구'는 특정 가해자 가중 처벌을 요구하거나, 남성 개개인에게 혐오를 표출하는 장이 아니다. 포스트잇을 빼곡히 메운 이야기들은 성별에 바탕을 둔 편견, 비인간화, (성적) 대상화, 제도화된 배제와 차별, 성폭력과 살인 등 여성이 겪는 차가운 현실에 대한 고발이자 사회 전반의 변화를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이다."

이 '대국민 호소문'이 촉발한 한국의 페미니즘은 훗날 권력형 성범죄 미투(#Metoo) 운동,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혜화역 시위) 등 전국적 움직임과 여성 개인들의 의식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2019년 발간된 책은 하루에도 여러 건의 여성 대상 폭력 소식이 전해지는 6년 후 오늘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질문을 던집니다. '누가 여성을 죽이느냐'고.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이혜미 허스펙티브랩장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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