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년들이여, 세상의 중심에서 창업을 외쳐라

정재훈 2022. 9. 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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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활동 수도권 쏠림 현상 심각..수도권 벤처투자 비율 75%
20여년만에 창업 생태계에 다시 새로운 변화 바람 분다
청년이 이끌어 가는 지역 창업 생태계가 더욱 성장하길

지금 우리 사회는 청년 문제로 시름하고 있다. 청년들은 취업난 속에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지역을 떠나고, 스타트업은 인재 확보를 위해 지역을 떠난다. 청년 유출은 곧 지방소멸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청년 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는 청년 문제의 해답은 청년창업에서 찾을 수 있다.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창업 권하는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화한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우리나라 기술창업은 전년 대비 4.7% 증가, 역대 최대인 23만여개를 돌파하고 대학생 창업도 증가하는 등 제2 벤처 붐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 정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고,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 창업 생태계 안정화와 창업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 왔다. 이러한 노력과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공무원 응시율은 감소하는 반면에 창업을 택하는 청년은 증가하고, 청년들의 기업가정신 척도도 전년 대비 3단계 상승해 세계 50개국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수도권에 편재된 정책과 수도권 중심 창업 활동은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5대 광역시의 벤처투자 비중이 9.3%인 것에 비해 수도권의 벤처투자 비율은 75%를 기록하는 등 수도권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대학 역시 창업 학점제와 같이 과거에는 없던 제도들을 통해 창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서울대 출신 기업 매출이 중국 베이징대와 칭화대의 100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등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고도화가 필요해 보인다. 창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우호적 인식 아래 더 나은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역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대구스케일허브 전경

첫째 창업 당사자인 청년과 대학생은 도전해야 한다. 세상에 하찮은 아이디어란 없다. 모든 위대한 아이디어는 작고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1000개의 아이디어보다 한 번의 실행이다. 작은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길 때 비로소 성공 가능성은 열린다. 도전 과정에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경험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받아들이고 실패의 무대를 떠나지 않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 사회는 실패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실패를 격려하는 분위기를 통해 그들이 도전의 풀(Pool)을 떠나지 않게끔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둘째 대학과 지자체는 청년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특색 있는 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프랑스 '라 프렌치 테크'는 자국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외국인에게 최소 4년 체류를 인정하는 제도를 통해 스타트업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아일랜드가 750여년의 식민 지배 아래에서도 영국보다 높은 경제적 성장을 이룩할 수 있게 된 것은 창업하기 좋은 조건을 내세워 기업을 유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대학과 지자체도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별 창업 특색을 감안한 획기적인 제도를 통해 창업 여건을 변화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기업을 비롯한 지역 사회는 창업 인식 대전환이 필요하다. 흔히 '사업 하면 패가망신을 한다'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현재의 창업 생태계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역의 중소·중견기업은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한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하고, 지역의 엔젤 펀드를 조성하는 등 후배 기업 육성을 위해 힘써야 한다.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하나의 스타트업을 키우려면 지역의 모든 주체가 협력해야 한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전경

지난 2000년대 초에 조성된 벤처 붐이 닷컴버블로 사라진 후 창업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다시 불어온 것은 무려 20여년 만이다. 제2 벤처 붐으로 모처럼의 창업 여건이 조성된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기약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청년창업 이슈에 대한 제도적 책임을 다하고, 정권 성격과 상관없이 일관된 정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시간과 돈만 썼다고 비난받는 출산 장려정책과 같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청년창업과 관련한 새로운 정책을 강직하게 이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의 청년창업에 답이 있다고 믿는다. 청년이 이끌어 가는 지역의 창업 생태계가 더욱 성장하고 단단해지길 기대한다.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lljjii@cce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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