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속 춤과 노래로 엮은 옛 여성들의 이야기, '마디와 매듭'

선명수 기자 2022. 9. 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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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정영두·극작가 배삼식·작곡가 최우정
내달 7~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서 초연
지난해 쇼케이스로 먼저 선보인 공연 <마디와 매듭>의 한 장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동지부터 하지까지, 시간의 흐름과 절기의 마디마디에 깃든 옛 여성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내달 7·8일 양일간 광주 광산동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2에서 창작 공연 <마디와 매듭>을 초연한다. 도시화와 산업화 이전, 자연이 부여하는 질서 속에서 계절을 맞이하는 한국 여성들의 생활상과 희로애락을 춤과 노래를 통해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연출가 정영두, 극작가 배삼식, 작곡가 최우정이 2017년 음악극 <적로> 이후 다시 손을 맞잡았다.

“오래 기다려 그립고 설운 것들이 그득히 내려오는” 동지의 긴긴 밤부터, “아스라한 그 밤 그 짧은” 하지에 이르기까지, 24절기 중 13절기의 풍경과 세시풍속이 작품의 큰 틀을 구성한다. 각 절기를 고유한 악장으로 구성하면서 13절기 전체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냈다.

정영두 연출은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부터 ‘아시아 여성들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 제작을 의뢰받았다”면서 “현세대가 아닌 윗세대의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급격한 도시화와 시간의 흐름으로 이분들이 지닌 삶의 지혜가 사라진다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거대한 역사의 단위, 층위가 사라지는 것인데 그걸 모른 채 우리가 다음 세대로 진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며 “그 시대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인터뷰를 진행했고, 공연에도 인터뷰 영상을 담아 어르신들에게 듣는 한 편의 이야기처럼 작품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배삼식 작가는 “우리가 곁에서 보고 보살핌을 받았던 할머니, 어머니, 고모와 이모, 누님들의 이야기를 24절기를 따라 기억하면서 노랫말을 썼다”며 “이 여성들의 삶을 인고와 끝없는 희생으로만 국한하지 않았고, 이분들이 힘듦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아름다움과 인간으로서의 품격, 빛나는 순간들과 욕망도 가감 없이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마디와 매듭> 제작발표회에서 배삼식 작가(왼쪽), 정영두 연출가가 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배 작가는 “섣부르게 과거를 재단하고 판단하기 이전에, 우선 찬찬히 그 기억들을 더듬어 보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 공연은 ‘여성의 삶’이라는 주제에서 흔하게 다뤄지거나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결을 지닌 작품입니다. 주어진 삶의 조건과 힘듦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맞서 싸우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상을 기대하고, 그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죠. 그러나 과거 그 기준에 맞춰 살지 못했던 삶은 무가치한 것이며 기억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이런 문제의식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러한 삶도 공동체의 이야기 속에서 추방되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옛 시골마을의 풍경을 재현한 무대 위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화자로 등장해 절기에 따른 생활상과 심리를 시적인 노랫말로 풀어낸다. 정가(김나리), 서도민요(김무빈), 판소리(조아라) 등 서로 다른 창법과 분위기의 소리가 어우러지며 광주 송원초등학교 중창단이 코러스로 참여한다. 피아노, 대금, 클라리넷, 타악기, 아코디언 등 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함께 빚어내는 하모니에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한 무용수들의 춤이 더해지는 공연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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