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회사가 석유회사보다 온실가스 배출 많은 이유..간접배출 계산해 보니

강한들 기자 2022. 9. 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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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붐비는 도심.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의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가 신고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실제보다 훨씩 적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비영리 연구단체 유럽수송환경연합(European Federation for Transport and Environment)는 28일(현지시간) 보고서 ‘변장한 석유 기업 - 스코프3 의무 보고라는 탄소 폭탄과 투자자들이 자동차 주식과 자동차 ESG 등급을 피해야 하는 이유’를 발표했다. 이들은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닛산-미쓰비시, 메르세데스-벤츠, 혼다, 포드, 현대기아차, BMW, 스텔란티스 등 9개 기업을 조사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23년부터 기업의 ‘스코프3’ 배출량 공개가 의무화된다.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는 범위는 스코프1~3으로 나뉜다. 스코프1은 해당 기업이 연료를 연소해 직접 배출하는 범주다. 스코프2는 기업이 산 열, 전력 등의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이다. 스코프3은 공급망 등 기업이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곳에서도 발생하는 모든 간접 배출을 말한다. 자동차 기업에는 자동차를 구매한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등이 해당된다. 보고서는 “대부분 자산 관리자가 투자처를 탈탄소화하려고 해서 온실가스 총배출량, 전주기 평가가 투자자들의 공통 언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9개 자동차 제조사의 스코프3 탄소 배출량을 분석했다. 기업들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자발적으로 제출한 수치를 기준으로 삼았다.

자동차 제조사는 ‘스코프3’의 탄소 배출량 비중이 98%로 다른 업종에 비해 컸다. 석유화학기업 엑손모빌은 85%, 유통기업 월마트는 80%, IT기업 구글은 58%였다. 시멘트 등을 만드는 독일 건축자재 기업 ‘하이델베르크 시멘트’는 20%였다.

보고서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 주기 배출’을 과소평가한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신고한 차량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45.2tCO2eq(탄소환산톤)인데 보고서가 계산한 차량당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보다 50% 가량 더 많은 68.2tCO2eq이었다.

보고서는 자동차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달리는 거리가 과소평가됐다고 봤다. 보고서는 “도요타의 경우 차 한 대당 10만㎞만 주행할 것이라고 계산해, 배출량을 69% 과소평가했다”고 적었다.

‘변장한 석유 기업 - 스코프3 의무 보고라는 탄소 폭탄과 투자자들이 자동차 주식과 자동차 ESG 등급을 피해야 하는 이유’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차 한 대당 29.2tCO2eq를 배출한다고 신고했지만, 단체가 예측한 차 한 대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62.9tCO2eq였다. 신고한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교해 115.7% 높은 수치다. 보고서 갈무리

누락된 데이터가 없는 업체 중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와 비교해 가장 적게 신고한 업체는 현대기아차였다. 현대기아차는 차 한 대당 29.2tCO2eq를 배출한다고 신고했지만, 단체가 예측한 배출량은 2배 이상 많은 62.9tCO2eq이었다.

유럽수송환경연합 추정치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배출량을 신고한 제조사는 혼다와 포드뿐이었다.

자동차 회사에 투자하는 게 석유 회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탄소 집약도’가 높다는 지적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엑손모빌에 100만 유로를 투자하면, 2000tCO2eq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자동차 제조사에 같은 돈을 투자하면 온실가스가 4500tCO2eq이 배출된다. 심지어 르노-닛산-미쓰비시는 1만tCO2eq을 배출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보고서의 제목이 ‘변장한 석유기업’인 이유”라고 했다.

기후단체 플랜1.5의 윤세종 변호사는“자동차 제조사의 스코프 3 배출량은 전기차로 전환하지 않는 한 줄이기 어렵다”며 “유럽에서 내년부터 금융기관의 스코프 3 공시가 시작되고 현대기아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이번과 같은 평가가 이어질 경우,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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