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무기화'로 재미본 러시아, 가스관도 무기화하나

이용성 기자 입력 2022. 9. 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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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의 발트해 해저관 3개에서 일어난 가스누출 사고가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텔레그래프와 가디언 등 영국의 주요 매체들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7일(현지 시각) 북유럽 발트해의 노르트스트림-2 해저 가스관에서 가스가 유출되는 모습을 덴마크의 보른홀름섬에서 발진한 F-16 전투기가 촬영한 사진.

해저 가스관에서 누출사고 자체가 드문데다 여러 가스관에서 동시에 사고가 난 것은 의도적인 파괴 행위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에 가스공급을 줄이는 등 에너지를 무기화한 선례가 있다.

앞서 노르트스트림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 AG는 노르트스트림의 3개 해저관에서 손상이 잇달아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 AG는 “동시에 3개 가스관이 망가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각각 연간 275억㎥의 공급 용량을 가진 2개의 가스관으로 이뤄진 노르트스트림-1은 2011년부터 러시아에서 독일로 가스를 공급해 왔다. 노르트스트림-1은 이달 초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됐으나 내부에는 여전히 많은 양의 가스가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황상 가스누출 사고가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긴 하지만, 도발을 감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이들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긴 하지만 현재는 모두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가 이달 2일 정비를 이유로 가스공급을 무기한 중단했고, 노르트스트림-2는 준공은 됐지만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사용승인을 하지 않아 가동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가스누출이 러시아 소행이라면 아마도 겨울을 앞두고 인근의 다른 유럽 가스관에 위협을 주기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7일은 공교롭게도 노르웨이와 폴란드를 잇는 새 가스관 ‘발틱 파이프’가 개통한 날인데, 발틱 파이프가 노르트스트림-2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발틱 파이프는 노르웨이에서 덴마크와 발트해를 거쳐 폴란드로 천연가스를 수송하기 위해 건설됐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이 이젠 대체 공급처를 찾고 난방 부담이 있는 겨울이 오기 전에 가스비축량을 늘리려는 일련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 이를 근거로 이번 사건이 ‘궁지에 몰릴 경우 노르트스트림뿐 아니라 발틱 파이프에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러시아의) 경고’로 보는 의견도 많다.

유럽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를 대체해 유럽의 주요 천연가스 공급자로 올라섰다. 26일에는 노르웨이 연안 에너지 시설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나타난다는 제보가 잇따르자 현지 석유안전청(PSA)이 관련 기업에 경계 강화를 당부하는 일도 있었다.

러시아의 소행이 맞다면, 어떻게 해저 가스관을 파손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해저 임무에 특화된 잠수함을 동원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이 잘못될 경우 초래될 외교적 후과를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일에 잠수함 부대를 동원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자율무인잠수정(AUV)이나 폭발물을 장착한 수중 드론도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여건상 쉽지 않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러시아가 앞서 바다에 설치해 사전 프로그래밍한 기뢰를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군 소식통을 인용해 위장된 상선으로부터 은밀히 매설된 기뢰가 수일 또는 수주 뒤 폭발한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했다.

파손된 가스관은 러시아의 자산이기도 하다. 노르트스트림-1의 지분 51%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이 갖고 있고 노르트스트림-2도 가스프롬의 스위스 소재 자회사가 보유 중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일이 러시아의 무력 도발로 드러난다고 해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서방의 군사 대응이 필요하지 않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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