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난 3000원짜리 꽈배기..세계 3대 요리학교 출신 작품이었다 [사장의 맛]

채제우 기자 2022. 9. 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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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요리 전공자가 만든 꽈배기
"왜 K-디저트는 없을까, 꽈배기는 안되나?"
국내 지점 15곳, 월 평균 매출 8000만원..해외 진출이 목표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꽈배기집 ‘꽈페(QUAFE)’ 1층. 통유리 넘어 보이는 화려한 도넛들. 무지개색의 ‘유니콘 트위스트’, 카라멜 코팅 위에 네모난 버터 조각이 올라간 ‘솔티드 카라멜 트위스트’.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노티드’ 도넛의 색감을 닮았다.

하지만 도넛이 아니다. 길거리 간식 대명사인 꽈배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세계 3대 요리 학교 중 하나인 르꼬르동 블루 호주 캠퍼스에서 프랑스 요리를 전공한 이준호(41)씨가 주인. 2020년 10월 오픈한 꽈페는 압구정·광교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이달까지 전국에 직영점 3곳, 가맹점 12곳을 열었다.

26일 오전 11시쯤, 서울 마포구 연남동 '꽈페' 매장 1층. 이준호 사장이 이날 아침에 만든 꽈배기들을 앞에 두고 웃고 있다. 꽈페는 당일 제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고운호 기자

◇1등 메뉴는 7살 딸을 위해 만든 동화 같은 꽈배기

이준호 씨에게 “가장 자신있는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고민 끝에 고른 건 ‘유니콘 트위스트’, ‘솔티드 카라멜 트위스트’, ‘티라미수 트위스트’, 추천 음료는 ‘꽈페 라떼’였다.

가장 잘 팔린다는 ‘유니콘 트위스트’를 먼저 맛봤다. “무지개를 좋아하는 7살 딸을 위해 만들었다”며 “아이들의 환상을 만족시킬 동화 같은 맛”이라고 했다. 한 입 먹어보니 조금 이해가 됐다. 꽈배기 답지 않은 부드러운 식감에, 얇게 코팅된 설탕에서 나오는 은은한 단맛. 단맛이 과하지 않아 좋았고, ‘크림 소다’ 향도 추억에 빠져들게 했다.

꽈페 시그니처 메뉴인 '유티콘 트위스트'. 이 꽈배기는 이씨의 7살짜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이자, 꽈페의 판매량 1등이다./ 고운호 기자

단짠은 요즘 디저트 진리. ‘솔티드 카라멜 트위스트’에서는 먼저 ‘찐한’ 카라멜 향이 났다. 네모난 버터 조각은 씹을 때 반죽 사이에 스며들어, 부드러운 식감을 살려줬다. 카라멜을 좋아하지 않지만 먹어보길 잘했다 싶은 메뉴였다.

마지막 선택, ‘티라미수 트위스트’. 마스카포네 크림치즈와 생크림을 섞어 만든 토핑에 초코 파우더가 어우러져 정말 티라미수 맛이 났다. 특이한 건 거기에 짠맛까지 더해졌다는 것. ‘칼로리 폭탄’이라는 걱정만 없다면 몇개 더 먹고 싶었다.

이준호 사장이 꼽은 꽈페의 대표 꽈배기들. 왼쪽부터 티라미수, 유니콘, 솔티드 카라멜./고운호 기자

음료는 아메리카노 대신 ‘꽈페 라떼’를 권한다. “우유의 고소함이 개성 강한 꽈배기의 맛을 더 잘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페라떼 속 우유와 꽈배기의 크림은 잉꼬부부처럼 잘 어울렸다.

‘유티콘 트위스트(2500원)’, ‘솔티드 카라멜 트위스트(2900원)’, ‘티라미수 트위스트(3300원)’, ‘꽈페 라떼(4900원)’를 합한 가격은 1만3600원.

기자의 ‘내돈내산’ 총평: 일반 꽈배기보다 부드럽고, 케이크보다 쫄깃한 식감이 인상적. 평소와 달리, 이 집에서 알록달록 토핑 맛에 빠져들었다. 케이크 한 조각이 6000~7000원임을 감안하면 가격도 합리적.

◇K-팝, K-드라마, K-푸드...왜 K-디저트는 없을까?

이준호 씨는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요식업이 하고 싶어 호주 르꼬르동 블루에 입학했다. 전공은 프렌치 요리. 2년제 학교를 다니며 학교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하며 다양한 음식을 맛봤다. 캐나다에서 1년간 셰프로 일했고, 귀국해 수제버거 집, 솜사탕 가게, 칵테일바 등 여러 가게를 냈다. 현재는 꽈배기에 사로잡혀 꽈페에 전념하고 있다.

이준호 사장이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꽈페 본점 2층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꽈페는 포장 손님이 전체의 90% 이상이다./고운호 기자

–프랑스 요리를 전공했는데, 어떻게 꽈배기집을 차리게 됐나요?

“서양은 디저트 문화가 발달했어요. 프랑스만 해도 마카롱, 크레뻬, 몽블랑 등 다양하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도 들어봤잖아요. 반면 한국 디저트는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외면 받고 있어요. 저는 꽈배기로 K-디저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약과, 한과, 떡...많은 디저트 중에 왜 꽈배기였나요?

“일단 튀긴 거는 기본적으로 맛이 있잖아요. 고소한 튀김 위에 토핑을 올려 새롭게 맛을 내기도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꼬인 모양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좋고요.”

–꽈페의 꽈배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꽈페는 토핑을 올려야 해서 애초에 식은 상태로 먹어야 해요. 그런데 전통 꽈배기는 식으면 딱딱해지잖아요. 식어도 부드럽도록 반죽을 뜨거운 물에 익히는 ‘탕종기법’을 썼어요. 반죽에 감자를 섞어 쫄깃함을 살렸고요.”

–꽈배기 치고는 가격이 좀 비싼 거 같은데.

“꽈배기는 싸다는 편견이 있죠. 하지만 고메 버터를 큼직하게 올리고, 고급 재료에 속하는 마스카포네 크림을 사용해요. 토핑 양도 상당해요. 신선도를 위해 당일 제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니까 원가가 올라가네요.”

'꽈페'에서 만든 신제품 꽈배기 '할로윈'. '미라'와 '프랑켄슈타인'을 본떠 만들었다./고운호 기자

–손님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에요?

“20~30대 여성 손님들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아이들이요. 알록달록한 색깔과 독특한 모양 덕분이죠. SNS를 중심으로 알려지면서 젊은 손님들이 많은 거 같아요.”

–코로나가 한창일 때 오픈 했는데, 장사는 잘 됐나요?

“꽈페는 테이크아웃 손님이 90% 이상이라서 사실 코로나를 체감하지 못했어요. 오픈한 지 한 달만에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쪽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 달라는 제의가 왔고, 입소문을 타면서 가맹 문의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현재 매장 수, 매출은 어떻게 되나요?

“이번 달 기준으로 직영점 3곳, 가맹점 12곳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점 월 평균 매출은 약 8000만원입니다. 현재 중국, 베트남, 일본 등 해외에서 가맹점을 내고 싶다는 문의가 많아서, 늦어도 내년 안에는 해외 지점도 낼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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