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일구이언'법

기자 2022. 9. 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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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은 매일 형무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한다.

보호구 착용 지시의 경우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은 하청에 의무를 부과하게 돼 있으나 신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원청 기업 CEO로 바꿔치기해 놓았다.

이렇게 사사건건 CEO를 걸고넘어지려고 애쓰면서도 노조의 불법 행위에 관한 처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노조 임원들의 처벌을 면제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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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은 매일 형무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한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경제 형벌(형사처벌)을 규정한 국내 법령은 모두 6568개에 이른다. 일례로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기업이 대기업집단 지정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으로 제출했을 때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 고의가 아니라 단순 실수로 서류를 누락해도 순간적으로 ‘전과자 함정’에 빠진다. 부당노동행위나 대체근로에도 징역 1∼2년쯤은 각오해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사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고마다 CEO가 책임져야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은 한결같이 ‘기-승-전-경영자’다. ‘경영자 타도’의 혁명 구호가 노골적이다. 하청 기업에 의한 사고에도 원청 기업의 대표이사를 처벌한다. 보호구 착용 지시의 경우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은 하청에 의무를 부과하게 돼 있으나 신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원청 기업 CEO로 바꿔치기해 놓았다.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라는 조항만 내걸었을 뿐 정작 이 조항의 실질적(?) 의미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기업과 경영자는 일심동체라는 논리뿐이다. 주식회사라는 법인(法人) 개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

이렇게 사사건건 CEO를 걸고넘어지려고 애쓰면서도 노조의 불법 행위에 관한 처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노조 임원들의 처벌을 면제하려 든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노란봉투법)은 파업·태업·피케팅 등 노조의 불법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야당 측에서는 무조건 불법을 면책해주는 것이 아니라며 노조의 불법 행위 중 ‘폭력·파괴 행위’는 제외하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쥐구멍이 뚫려 있다. ‘폭력·파괴 행위가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노조 임원이나 조합원, 그 밖의 근로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CEO는 법인과 자연인을 분리할 수 없지만, 노조는 분리해야 마땅하다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일구이언(一口二言)법이다. 일구이언 다음에 이어지는 경구가 뭔지는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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