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라노스, 인디 뮤지션들의 '사려 깊은 연인'

이재훈 2022. 9. 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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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김은마로 실장 인터뷰

[서울=뉴시스] 포크라노스 팝업 스토어 현장. 2022.09.28. (사진=포크라노스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인디 음악 신(scene)에 대한 통념 중 하나는 독립 뮤지션이 말 그대로 홀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본이나 이념엔 얽매여 있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 척박한 생태계에서 존재하려면, 공동체(共同體)가 필요하다. 아무런 도움 없이 자립하기는 힘들다.

뮤직 딜리버리 브랜드를 표방하는 포크라노스는 티를 내지 않고 '창작자의 자립'을 돕는 인디 음원 유통사다. 인디 뮤지션들의 사려 깊은 연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뮤지션의 독자성을 뮤지션 개인의 성취로 만들고자 유통, 홍보 등의 영역에서 따뜻하고 섬세한 동반자 역할을 해온 곳. 2016년 10월 설립된 이곳을 유통사 혹은 인디 서비스 플랫폼이라 부르는 대신 인디 생태계의 울타리라 칭하는 이유다.

포크라노스 역시 레이블(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플랫폼(오즈) 등의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마운드 미디어라는 든든한 울타리에 속해 있다.

최근 홍대 앞에서 만난 김은마로 포크라노스 실장은 "음악으로 하여금 세상에 많은 울림을 주는 뮤지션분들이 저희의 친구입니다. 진심으로 잘 됐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창작 활동을 오래 오래 건강하게 지속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고 말했다. 2016년 포크라노스 설립 때부터 함께 해온 김 실장의 말과 태도엔 뮤지션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들어줄 수 있는 삶의 방식이 자연스레 묻어 있었다. 다음은 최근 홍대 앞에서 만난 그녀와 나눈 일문일다.

-바이닐(LP) 제작, 디뮤지엄 미술관 콘서트 선셋 라이브 등 포크라노스 활동 스펙트럼이 최근 넓어진 거 같아요.

"주력 사업은 변한 게 없어요. 좋은 음원을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발판이 돼 주는 발매와 유통이 메인입니다. 그 외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좋은 음악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굴되고 더 널리 알려지기 위한 수단 중 하나하나일 뿐입니다."

-인디 신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무엇일까요?

[서울=뉴시스] 파란노을 바이닐. 2022.09.28. (사진=포크라노스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기획사에 소속된 뮤지션인 경우 발매, 마케팅 담당자가 있지만 인디 뮤지션은 그렇지 않죠. 음원을 세상에 정식으로 발매하는 것 이상이 이뤄져야 유의미한 활동으로 연계되기 쉽다고 생각해요. 포크라노스는 뮤지션에게 일감을 주고 싶어하는 입장이에요. 공연, 플레이리스트 피칭, 라디오 출연 등의 제안과 컨설팅 영역을 조금 도와주고 있습니다. 뮤지션분들께서 어려움을 느끼는, 혼자 쉽사리 진행하지 못하는 문서작업과 같은 행정적인 부분 또한 도움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도움을 주는 뮤지션들은 얼마나 되나요?

"현재 저희와 앨범을 유통하고 있는 팀은 2000팀가량이에요. 매일 매일 숫자가 늘고 있죠. 다만 2000팀을 모두 동시에 도와주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레이블은 발매뿐만 아니라 뮤지션의 활동 전반을 모두 함께 고민하지만 저희는 레이블이 아니니, 인물보다 발매작에 초점을 맞추죠. 저희가 발매하고 있는 앨범들을 가급적 두루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작년 국내에 론칭한 스포티파이와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고, 지니뮤직과는 소리로만 감상하는 라이브 공연 '라이브하우스 바이 포크라노스'를 론칭하기도 했죠. 국내외 유명 플랫폼이 포크라노스와 협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망한 뮤지션분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보니 플랫폼들도 눈여겨 보지 않았나 생각해요. 인디 신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멋진 뮤지션분들이 함께해주시는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포크라노스는 유튜브, 스포티파이 같은 곳과 직계약이 돼 있어요. 국내에서 흔치 않은 케이스이죠. 플랫폼들과 빠르고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트렌드나 주요 변화에 있어서도 비교적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좋죠. 그런 세팅은 포크라노스를 통해 앨범을 유통하는 뮤지션들의 만족도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최근에 1인 슈게이징 밴드 '파란노을'이 작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투 시 더 넥스트 파트 오브 더 드림(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의 바이닐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음원 유통사라 손에 잡히는 음반을 다룰 일이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국내 음악 신 내 소비의 흐름, 주목도 등을 고려해 바이닐로도 함께 청취해줬으면 하는 음반에 한해서 선별적으로 바이닐을 제작하고 발매합니다. 반응이 좋아 감사해요. 저희 스태프들 역시 좋은 게 보이지 않는 파일로만 작업하다가 물성을 느끼게 되니 신기하고 재밌게 임하고 있습니다. 바이닐 발매 기념 팝업숍은 포크라노스 뮤지션들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현장에서 느낄 수 있어 좋고요."

[서울=뉴시스] 포크라노스 로고. 2022.09.28. (사진=포크라노스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결국 포크라노스는 인디 뮤지션에게 필요할 수 있는 서비스 전반을 제공하는 거네요.

"기획사와 유통사가 비교적 명확히 롤이 나뉘어서 존재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두 조직이 서로의 영역을 거의 침범하지 않았던 거죠. 요즘엔 하이브리드가 많아요. 제작과 유통, 홍보가 한데 어우러져 유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닿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크라노스가 뮤지션이 멋진 '인디펜던트 제작자'로서 활동해 나가는 데 있어 작지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왜 인디 신에 포크라노스 같은 조직이 필요할까요?

"조금 민망하기도 하지만, 건강한 자립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분들을 유독 포크라노스에서 많이 본 것 같아요. 어떤 큰 조직, 단체 등에 속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멋진 행보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포크라노스가 작은 발판 역할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시대가 변하면서 창작자 개인의 권익에 대한 목소리와 고민이 커져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지점을 함께 고민해줄 수 있고, 가끔은 대안을 찾아줄 수 있는 뮤지션들의 친구같은 브랜드가 되려고 합니다. 그렇게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 감흥과 영감을 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선순환이죠."

-포크라노스에 몸 담고 계시면서 보람을 느낀 적이 많죠?

"'포크라노스 덕분에 도움이 됐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뿌듯하죠. 굉장히 포괄적인 말이지만, 망망대해 같은 환경과 상황 속에서도 많은 분들에게 울림을 주시고 계신 뮤지션분들께 저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단순하게는 본인의 앨범을 발매해줘 감사하다는 분들부터, 발매 이상의 무언가를 알려주고 꿈꾸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많이 들었던 같아요. 여러 장르와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수많은 뮤지션들이 모여있는 곳이니만큼 저희도 그만큼의 다양성을 품으면서도 멋진 뮤지션들의 활동에 도움이 될만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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