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도 있는 5G 중간요금제, 알뜰폰엔 왜 없을까

심지혜 2022. 9. 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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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요금제 자체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 미비…투자 여력 부족
수익성 제고 위해 도매대가 방식 개선 필요…관련 법 삭제 요구
도매제공 의무 3년 일몰 방식도 지적…"지속성 어렵게 해"

[서울=뉴시스] 알뜰폰 스퀘어 (사진=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제공) 2022.6.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매월 40GB 안팎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직장인 A씨. 사용량에 맞는 5G 요금제가 없어 고민하다 최근 나온 5G 중간요금제를 찾아봤지만 이 역시도 이용 패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에 알뜰폰으로 갈아타기로 마음먹고 적정 요금제를 찾았으나 실패했다. 알뜰폰에서도 중간 구간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통3사가 11GB 이상 110GB 이하 사이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반면 알뜰폰은 해당 구간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요금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알뜰폰은 이통사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요금제 라인업을 강점으로 하는데 5G에서만큼은 이통사 요금제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유는 알뜰폰이 자체적인 요금제 설계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다. 알뜰폰은 이통사 망을 임대해서 사용한다. 요금제는 망을 도매제공하는 이통사의 요금제를 기반으로 낸다.

알뜰폰이 5G 중간요금제를 내기 위해서는 이통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마저도 이통사가 해당 구간을 도매제공 해야 가능하다.

원하는 요금제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종합 전산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스템을 갖추려면 수백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알뜰폰에게 큰 부담이다. 수익성에 한계가 있는 데다 사업을 지속하는 것조차 불안한 상황이다 보니 대규모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서울=뉴시스] 황성욱 알뜰폰협회 상근부회장이 현행 도매대가 산정방식이 이통사 영업이익을 100% 보전해 주고 있어 알뜰폰이 수익성을 확대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설비투자비를 보전하기 어렵게 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20229.27

황성욱 알뜰폰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27일 열린 설명회에서 “현재 알뜰폰에는 상당 수준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설비기반 사업자가 없고 이통사와 동일한 서비스를 요금만 인하해 판매하는 단순 재판매사업 위주만 존재한다”며 “종합 전산 시스템을 갖추려면 500억~600억원 수준의 투자가 필요한데 수익성이 낮은 알뜰폰 사업자가 엄두를 내기에는 만만치 않은 규모”라고 토로했다.

알뜰폰 협회는 수익성 제고 방안으로 도매대가 산정 방식 개선을 주장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 제4항에 따르면 대가 산정은 도매제공의무서비스의 소매요금에서 마케팅비, 광고비 등 회피가능비용을 차감해 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소매요금은 회피가능 비용과 회피 불가능 비용, 영업이익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서 회피가능 비용을 제외한 게 도매대가다. 알뜰폰이 이통사 영업이익을 100% 보전해주는 셈이다. 이같은 구조는 도매대가를 지나치게 높게 산정되게 한다는 게 협회측 시각이다.

황 부회장은 “SK텔레콤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도매대가에서 이통사 영업이익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5%로 높은 수준”이라며 “이럴 경우 중요한 설비에 대한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 설비를 갖춘 사업자(MVNE)가 등장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정한 투자보수를 포함한 원가에 기초해 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또한 산정방식을 법에 정해두는 것은 지극히 예외적인 규정으로 입법적 제약이 지나치고, 산정방식을 다양화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MVNE는 자체 서비스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보급할 수 있고 다른 알뜰폰 사업자에게 과금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도 제공할 수 있다.

삭제에 따른 대안으로는 "도매대가 산정 방식은 가격산정에 관한 방법론에 속하는 것인 만큼 관련 사항은 장관 고시로 위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협회는 도매제공 일몰제도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 1위인 SK텔레콤은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다. 하지만 도매제공 의무는 전기통신사업법 부칙2조로 인해 유효기간이 있다.

2010년 도매제공 제도 도입시 정부는 최소 3년 동안은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일몰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국내 이동통신 시장 경쟁은 활성화되지 못했고 이를 이유로 국회와 정부는 계속 3년씩 이 기간을 연장해왔다. 연장은 2013년, 2016년, 2019년에 이뤄졌다.

그러다 3년이 지난 현재, 지난 22일을 기점으로 도매제공 의무 조항은 일몰됐다. 도매제공의무가 일몰되면 장관의 도매제공의무사업자 지정권한, 장관의 도매제공사업자 지정 해제 권한, 장관의 도매제공의무사업자가 따라야 할 각종 절차 및 대가 산정에 관한 고시 권한에 대한 규정이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물론 당장 일몰됐다고 해서 계약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알뜰폰 업계는 사업 불확실성을 높인다며 이같은 일몰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 부회장은 "3년마다 이런 위기를 겪게 되면 알뜰폰 사업자의 불안감을 높이게 되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계획 수립을 어렵게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도 도매대가나 일몰제와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법으로 규정된 만큼 개정에 동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관련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재작년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연내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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