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영화음악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최후의 기사' 됐다

정지섭 기자 2022. 9. 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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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서거 직전 승인한 외국인 훈포장 수훈자 발표
존 윌리엄스, 디즈니 전 사장과 함께 명예기사작위
귀익은 테마곡 만들어낸 선율의 마법사

조앤 롤링의 원작 소설과 할리우드 영화 모두 지구촌의 메가톤급 히트상품이 된 ‘해리포터’ 시리즈는 그룹 비틀스, 프리미어리그 축구와 함께 영국 문화의 저력을 뽐내는 글로벌 히트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런던 등 소설 속 풍경을 실감나게 재현한 연출과 이를 뒷받쳐준 음악도 성공적인 영화화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음울하면서도 신비감이 가득한 영화 테마곡은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90)의 작품. 그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은 ‘최후의 기사’가 됐다.

존 윌리엄스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마지막으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는 내용을 전한 영국 매체 클래식 FM 게시물. /Classic FM 페이스북

영국 정부는 지난 23일 영국정부와의 선린 우호에 기여한 공로로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각종 훈·포장을 받게 되는 외국 인사 9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윌리엄스는 이 중 대영제국훈장 명예기사(Honorary KBE) 작위 수훈자에 이름을 올렸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롯해 수퍼맨·스타워즈·인디아나존스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하고 지휘자로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음악 분야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존 윌리엄스는 영화음악가이면서 교향악 지휘자로 모두 명성을 얻었다. /존 윌리엄스 리거시 페이스북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대중문화계 명사들에게 기사 또는 데임(기사에 해당하는 여성) 작위를 수여한 것은 엘리자베스 시대의 오랜 전통이었다. 가수 폴 매카트니·믹 재거·톰 존스·클리프 리처드·올리비아 뉴턴 존과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주디 덴치·매기 스미스 등 쟁쟁한 예술인들이 여왕으로부터 기사 또는 작위를 받았다. 여왕의 서거 직전 명예기사 작위 수훈자가 됨으로써 윌리엄스는 엘리자베스 치세 최후의 기사가 된 셈이다. 그와 함께 밥 아이거 전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도 양국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 기사 작위를 함께 받게 됐고, 크리스타나 피구에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이 명예 데임 작위를 받게 됐다. 1932년생인 윌리엄스는 96세에 서거한 엘리자베스 여왕과 동시대 인물이다. 조스·인디아나 존스·ET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상징하는 귀익은 선율이 대부분 그의 작품이다. 특히 올해는 그의 아흔살을 축하하는 기념 연주회와 축하 이벤트가 연중 개최되고 있다.

최근 LA 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존 윌리엄스가 인디아나 존스 5편 삽입곡을 들려주고 있다. /존 윌리엄스 리거시 홈페이지

윌리엄스는 특히 할리우드의 간판 감독 스필버그와 오랫동안 협업해온 콤비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자칫하면 스필버그 때문에 윌리엄스의 앞길이 가로막힐 뻔한 순간이 있었다. 윌리엄스를 세계적 영화음악가로 도약시킨 1975년 영화 ‘조스’ 테마곡을 스필버그가 무산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윌리엄스는 최근 한 음악매체 인터뷰에서 이 같은 뒷얘기를 털어놨다. 조스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어느날 스필버그로부터 테마곡 작업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윌리엄스는 즉석에서 멜로디를 들려줬다. “따 다 따 다 따다다다”하는 바로 그 선율이다. 이를 듣고 스필버그가 한 말은 “지금 장난치는 거죠?”였다. 자신보다 열 네 살 위의 윌리엄스에게 즉시 불쾌감을 드러낼 정도로 못마땅해한 것이다.

/존 윌리엄스 리거시 페이스북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영화음악가 콤비로 꼽히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그러나 스필버그 감독은 유명한 조스 테마곡을 마음에 안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스필버그 감독은 윌리엄스가 이전에 작업한 1972년작 ‘환상속의 사랑’ 테마곡과 비슷한 느낌을 기대했다고 윌리엄스는 회고했다. ‘환상속의 사랑’은 할리우드의 거장 로버트 알트만 감독(1925~2006)이 연출한 스릴러 영화다. 윌리엄스는 영화음악에 일본 악기를 사용해 이국적 색채를 짙게 했는데, 스필버그는 ‘조스 테마곡’도 비슷하기를 바랬다는 것이다. 스필버그의 냉랭한 반응에도 윌리엄스는 자신의 의지를 밀고 나갔다. 윌리엄스는 “스필버그의 구상은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했다”며 “이 영화(조스) 음악은 우리가 상어나 뱀 등을 봤을 때 느끼는 근원적 공포감을 담은 단순간결한 선율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에게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거장이라는 간판을 안겨준 출세작 '조스'의 사운드트랙 겉표지. /아마존

결국 조스는 영화와 음악 모두 대박이 났다. 윌리엄스는 ‘조스’의 성공을 계기로 ‘스타워즈’ ‘인디아나존스’ ‘E.T.’ ‘쥬라기 공원’ ‘해리포터’ 등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귀익은 테마곡을 만들었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팡파르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테마곡 등 행사 음악들도 다수 작곡하면서 미국의 ‘국민음악가’로 사랑받고 있다. 아카데미상에 52차례 후보로 올라 ‘조스’를 포함해 네 번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의 90세를 축하하는 행사가 연중 열리고 있는데, 지난 2일에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영화음악 거장 콘서트에서 지휘봉을 잡고 자신의 주요 작품들을 들려줬는데, 내년 개봉 예정인 해리슨 포드(80) 주연의 ‘인디아나 존스5′의 새 음악도 깜짝 공개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워싱턴DC의 케네디 센터에서 첼리스트 요요마, 스필버그 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 갈라 콘서트도 열렸다. 공상과학 영화 음악을 통해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고취시킨 공로로 미국항공우주국(NASA) 특별 공로상도 받았다.

올해 80세가 된 해리슨 포드가 존 윌리엄스의 음악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윌리엄스는 해리슨 포드의 '인생작'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유명한 테마곡도 만들었다.

윌리엄스는 대중적 영화음악가로 활동하면서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교향악단과도 활발하게 협업해 클래식의 대중화에도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컴퓨터를 활용한 음악작업이 보편화된 시대에서 윌리엄스는 실제 연주자들을 대거 동원한 오케스트라 형식의 음악을 고집한 것이 그의 독창성의 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윌리엄스는 인디아나 존스 5편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최근 AP 통신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편 엘리자베스 여왕명의로는 마지막이 된 이번 영국정부 외국인 훈·포장 수훈자중에는 한국인도 포함돼있어 눈길을 끌었다.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봉직한 공로로 대영제국 명예메달을 받게 된 윤건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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