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이통3사의 중간요금제 사실상 '요금 베끼기'?

서주연 기자 2022. 9. 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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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에서 학생들이 휴대전화 대리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고물가 대책의 일환으로 주도적으로 시행한 5G 중간요금제 출시로 통신 3사가 새 요금제를 내놓은 지 이제 한 달이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5G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통신 3사의 '눈치게임'의 산물이자 사실상 '담합'인 '요금 베끼기'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신 3사가 최근 5G '중간요금제'와 'e심요금제'를 출시했지만,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똑같거나 비슷한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기대했던 요금 경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5G 중간요금제는 24~30GB 등 소량 데이터 구간에 초점이 맞춰졌고, 가격 차이도 최대 2,000원이었습니다. e심 도입과 함께 등장한 듀얼 심 요금제의 경우, 통신 3사가 모두 가격을 '8,800원'으로 똑같이 출시했습니다.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통신사들이 요금 설계 정보를 사전 공유하거나 담합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5G 불만족' 1년 전 보다 커져…주요 요인은 '요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제공=연합뉴스)]

5세대 이동통신 5G 서비스가 도입된 지 3년 3개월 만에 가입 회선이 2,500만을 넘었습니다. 이동통신기기 석 대당 한 대는 5G망을 쓰고 있다는 건데요,

휴대전화는 물론, 태블릿PC나 스마트워치 등 첨단 기기에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데이터 사용량, 트래픽 기준으로는 72%를 차지할 만큼 이용량이 많습니다.

그러나 5G 서비스 이용자 만족도는 지난해보다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불만족의 주요 요인은 데이터 요금 수준과 데이터 전송속도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최근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G 데이터 서비스 이용 시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요금 수준(82%)과 데이터 전송속도(78%)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요금 수준에 대한 만족도는 20%, 데이터 전송속도 만족도는 30%로 낮게 조사됐는데요. 지난해 보다도 만족도가 더 떨어졌습니다. 2021년 5G 데이터 품질에 대한 만족도는 42%, 요금 만족도는 35%였습니다.

5G 수신 가능 지역은 해마다 늘어나고, 전송속도와 지연시간 역시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자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LTE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제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5G 통신서비스는 비싸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LTE 이용자 중 3만 원대 이하 요금제 비중은 51%로 과반을 차지하는 반면, 5G는 7만 원대 이상 고가 요금제 이용자가 3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5G로 전환하지 않은 LTE 가입자 대다수가 저가 요금제 이용자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5G 이용자가 납부하는 월평균 통신 요금은 6만 7460원이고, 이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답한 비율은 75%에 달했습니다.

5G 단말기 역시 고가 신제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한 달 평균 단말기 할부금은 1만 2950원을 내고 있으며, 이를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은 23%로 나타났습니다.

이통 3사 중간요금제 출시 한 달…'요금 베끼기' 논란 여전

정부는 지난 4월 고물가 대책으로 5G 중간요금제 출시 유도를 공식화했는데요. 통신 3사는 지난달 24~30GB 구간의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5G 중간요금제의 경우 SK텔레콤이 먼저 내놓자 KT, LG유플러스가 요금을 조금 더 높이고 혜택도 추가해 선보였는데요.

SK텔레콤은 월 5만 9,000원에 24GB를 제공하는 '베이직플러스'를 5G 중간요금제로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올 상반기 기준 5G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26.8GB)에 못 미칩니다.

국회와 시민단체들로부터 비판이 나오자 KT는 6만 1,000원에 30GB, LG유플러스는 같은 가격에 31GB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통신 3사가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중간요금제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애초 5G 중간요금제는 그간 10~100GB 사이에 요금제가 없다는 문제에서 출발했고, 정부나 시민단체는 최대한 사용한 만큼 지불할 수 있도록 3~4구간의 단계별 요금제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통신 3사는 5G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7GB라는 점을 내세워, 데이터 소량 구간에만 요금제를 만들었는데요.

5G 서비스가 나온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30~100GB 사이의 요금제는 없습니다.

참여연대는 "통신 3사의 중간요금제 도입은 이용자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생색내기식 조치'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하나의 폰으로 두 개의 번호'를 쓸 수 있는 이심 요금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KT가 제일 먼저 월 8,800원에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9월 1일 서비스 상용화에 발맞춰 출시했습니다.

LG유플러스도 KT와 같은 날 동일한 가격에 혜택을 더한 이심 요금제를 선보였습니다.

며칠 뒤 SK텔레콤도 이심 요금제를 내놨는데 모두 '8,800원' 같은 금액이었습니다.

시민·소비자 단체들은 사실 이통사들의 이런 닮은꼴 요금제들이 '요금 베끼기'를 넘어서 사실상 담합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고질적 '요금 베끼기' 사실상 '담합'

경쟁사가 준비한 요금제 정보를 입수한 뒤 살짝 손을 봐서 요금제를 내놓는 이른바 베끼기 전략. 이통업계의 이 같은 행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3세대(3G) 이동통신 시절인 지난 2010년 SK텔레콤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하자 KT와 LG유플러스는 약 한 달 간격으로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또 2013년엔 LG유플러스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자 KT와 SK텔레콤이 유사 요금제를 거의 바로 발표했습니다.

차별화 없는 베끼기 행각에 이통 3사가 담합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통신사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요금제는 같거나 비슷한 상황입니다.

업계는 이통사들의 이런 전략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가입자 쟁탈전이 치열한 시장 특성상 경쟁사가 괜찮은 상품을 내놓는다면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베끼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한 통신사에게만 특정 요금제의 독점권을 주기도 어려운데, 이 경우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차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베끼기를 방조하면 시장이 정체될 수 있습니다. 혜택 좋은 혁신적인 요금제를 마련하려 해도 타사가 바로 베껴 출시한다면 건강한 경쟁이 이뤄지기 힘듭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요금제 베끼기 행각을 차단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과거 요금 담합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통신 요금 이용약관인가제는 2년 전 폐지됐고, 지속되는 요금제 담합 의혹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통해 무혐의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는 통신 3사의 '담합' 문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입니다.

5G 품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해 중간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사실상 별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 잇따르자 정치권에서도 나선 건데요.

과연 고질적인 통신비 담합에 대한 솔루션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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