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지 합병투표, 압도적 가결".. 안보리 "영토 병합 불가"

백수진 기자 2022. 9. 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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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 시각)부터 닷새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에서 러시아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된 가운데, 27일 러시아 측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이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기 위해 실시한 주민 투표가 27일(현지 시각)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됐다. 투표를 치른 지역의 면적은 약 9만㎢로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에 달한다.

AP통신·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3일부터 닷새 동안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주민투표를 시행했다. 러시아 측 선거관리위원회는 점령지 4곳 모두에서 주민 절대다수가 러시아 연방에 가입하기로 투표했다고 발표했다. 잠정 집계 결과, 지역별 찬성률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99%,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98%, 남부 자포리자주 93%, 헤르손주는 87%였다.

투표 결과에 따라 러시아는 이들 지역의 영토 편입 절차에 신속히 돌입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일 러시아 의회에서 국민 투표 결과와 관련해 연설할 계획이다. 이날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다음 달 4일 공식적인 영토 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26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한 병원에서 한 시민이 투명한 투표함에 접히지 않은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이번 투표를 ‘가짜 투표’라 규탄하고 있다. 이날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러시아가 시행한 주민투표의 불법성과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에 병합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논의했다.

러시아 점령지 내에서 무장한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 관리들이 주민들에 투표를 강요했으며 비밀투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논란도 계속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주민투표는 법적 구실을 만들기 위한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바딤 보이첸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시장은 “수개월간 이어진 러시아의 공격으로 대다수의 도네츠크 주민들이 떠나고, 남은 20% 주민만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총을 든 남자가 당신의 집에 들어와서 투표하라고 강요하는데, 어떻게 반대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투표 결과를 근거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탈환 시도도 자국 영토에 대한 침공이라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러시아를 보호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쓸 것이며 이는 허풍이 아니다”라고 했다. 핵무기를 포함해 모든 방어 수단을 쓰겠다고 간접적으로 위협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영토 탈환 작전을 지속할 계획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크림 반도에 이어서 또다시 사이비 투표로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을 시도했다”면서 “이는 러시아 대통령과 더 할 이야기가 없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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