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아닌 '시민'으로[오늘을 생각한다]

2022. 9. 2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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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우리 지구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다. 사람들이 추궁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글로벌 아웃도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의 말이다. 한 기업의 대표라기보다는 활동가나 선동가의 언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을 환경운동가로도 소개한다. 얼마 전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파타고니아 지분 100%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세운 비영리재단에 기부한다고 밝히며 전세계인들의 마음에 진동을 울렸다. 홈페이지에 새롭게 떠오른 ‘이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입니다’라는 문구는 긴 여운을 남긴다.

파타고니아는 2011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로 유명하다. 이 광고는 종종 매출 상승에 기여한 마케팅 전략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 아웃도어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미국 쇼핑 시장의 대목인 블랙 프라이데이 주간에 대해 진심으로 우려했다. 오늘날 환경과 기후위기의 원인을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은 물건을 소비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어떤 곳보다 친환경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재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 제품을 생산할 때 탄소 배출, 물 소비, 쓰레기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비용은 그 제품의 가격을 능가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따라서 어떤 물건을 사기 전에 이 물건이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뜻에서 이 광고를 만들게 됐다.

젊은 시절 이본 쉬나드는 등산, 낚시, 서핑 등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집시였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의 품에서 살아온 그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무언가에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돌보고 보호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저렴한 값에 물건을 제공받아 한번 쓰고 쉽게 버리려 하는 우리는 주체로서의 ‘시민’이기를 포기한 셈이다. 대신 파괴하고 폐기하고 낭비하고 소모하는 존재로, 한명의 ‘소비자’가 돼버렸다. 그는 자연을 사랑하고 돌보고 싶기에 과소비가 ‘쿨하지 않게(Uncool)’ 느껴지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의 모든 어록에 동의하지만, 단 하나 수정하고 싶다. 오늘날은 ‘지구’가 아닌 ‘인류’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다. 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 끝에도 살아남았으며, 인류가 멸종하더라도 건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존하는 생태계와 인류 운명은 기로에 서 있다. 인류가 너무 큰 단어라면, 우리의 자녀, 손자녀의 안전한 삶이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소비자’가 아닌 ‘시민’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뚱뚱한 성장(growing fatter)이 아닌 건강한 성장(growing stonger)을 도모하도록 정부를 추궁하자.

지현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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