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은 여전히 잘 살아있다"..부활 시동거는 인텔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2. 9. 2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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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이노베이션 2022' 행사 가보니
인텔 이노베이션 2022. /김성민 기자

27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산호세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 차림을 한 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가 양손 엄지를 치켜든 채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는 2024년 이후 적용할 차세대 반도체 미세공정인 인텔의 20A(2.0나노급), 18A(1.8나노급) 로드맵을 화면 가득 띄워놓고, “무어의 법칙은 여전히 잘 살아있다”고 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 창립자인 고든 무어가 창안한 것으로, 2년마다 반도체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가 2배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사실 반도체 업계는 미세공정의 복잡성과 기술적 난도로 인해 무어의 법칙이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 지난 20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무어의 법칙은 죽었다”며 새로 출시한 그래픽카드(GPU)의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칩 설계가 복잡해지고 반도체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가 비싸지면서 무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팻 겔싱어 인텔 CEO. /인텔

하지만 이날 인텔은 이를 정면 반박했다. 겔싱어 CEO는 “통상 반도체 업계에선 한 노드를 적용하는 데 2년이 걸리기 때문에 ‘인텔이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지만 앞으로 4년간 5개 공정을 적용하겠다는 목표는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 AMD 등 경쟁사의 부상,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고객의 이탈로 위기에 몰린 인텔이 다시 부활을 선언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날 인텔은 연례 개발자대회인 ‘인텔 이노베이션 2022′를 개최했다. 팻 겔싱어 CEO는 이날 업계 관계자, 고객사, 미디어와 애널리스트 1000여명 앞에서 새로운 13세대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소개했고, 다양한 반도체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생태계 확장,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등을 발표했다.

인텔이 27일(현지시각) 출시한 새로운 GPU 아크 A770. / 인텔

◇GPU 시장 노리는 인텔

인텔은 이날 데스크톱PC용 그래픽카드인 아크 A770 GPU 출시를 발표했다. 겔싱어 CEO는 “최근 게임용 GPU 가격은 너무 비쌌다. 게이머들은 계속 불만을 호소해왔다. 오늘 우리가 이 문제를 고칠 것(Fix)”이라고 했다. 현재 GPU 시장은 엔비디아와 AMD가 차지한 상태다. 특히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하지만 GPU 가격은 지속 상승 중이다. 엔비디아가 지난 주 출시한 최고 성능 GPU인 RTX 4090은 1599달러에 달한다. 이런 시장에 인텔이 본격 진출해 가성비 좋은 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날 인텔이 출시한 아크 A770 GPU는 정확한 성능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엔비디아의 작년 출시 제품인 RTX3060Ti 수준인 것으로 본다. 겔싱어 CEO는 “A770 GPU는 레이트레이싱 성능이 경쟁사 대비 65% 좋다”고 했다. 가격은 329달러부터 시작하며 10월 12일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인텔이 엔비디아가 장악한 GPU 시장에서 가성비 제품을 내세우며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본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27일(현지시각) 인텔 이노베이션 2022 행사에서 CPU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인텔

인텔은 이날 또 새로운 13세대 CPU(중앙처리장치)도 공개했다. 작년 출시한 12세대 제품보다 기능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1초당 처리 속도는 최대 5.8GHz다. 겔싱어 CEO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칩”이라고 했다. 인텔은 이번 제품(모델명 i9-13900K) 가격을 직전 제품과 같은 589달러로 책정했다. 인텔은 내년 초 최대 속도를 6GHz까지 끌어올린 한정판 CPU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인텔 이노베이션 2022. /김성민 기자

◇반도체 생태계와 소프트웨어 역량도 확장

인텔은 이날 또 지난 3월 발족한 통합 칩렛 UCle 컨소시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UCle 컨소시엄은 삼성전자, TSMC, AMD 등 다양한 반도체 공급업체가 서로 다른 공정에서 설계·제조한 칩을 첨단 패키징 기술로 서로 연결하는 개방 생태계를 추구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칩 간 데이터 연결과 목적에 맞는 패키징(포장)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칩렛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UCle 컨소시엄에는 인텔, ARM, 퀄컴, AMD,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로소프트 등 80여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겔싱어 CEO는 “UCle는 인텔의 반도체와 TSMC의 반도체, 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전력제어 반도체와 글로벌파운드리가 생산한 입출력 반도체를 모아 인텔의 패키징 기술로 가공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며 “한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혁신이 반도체 제조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인텔은 또 이날 행사에서 AI(인공지능) 기반 비전 기술, 한번의 클릭으로 코드를 압축하고 구동 속도를 늘리는 기술, 스마트폰을 PC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유니슨 기능도 선보였다. 특히 리눅스 창시자인 라이너스 토발즈를 무대에 초청해 ‘인텔 평생 공로상’을 주고 오픈소스 생태계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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