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 오닐 "음악은 꿈의 연속, 타카치 콰르텟은 꿈의 실현"

임석규 2022. 9. 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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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에서 넷이 된 무대, 내한공연 앞둔 용재 오닐 인터뷰
국내에서 대중적 인기가 높은 비올라 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은 지난해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클래식 솔로 연주자상’을 받았다. 크레디아 제공

1975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리스트 음악원’에서 공부하던 네명이 현악사중주단을 창설한다. 그로부터 45년이 흐른 2020년, 한국계 미국인 비올라 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44)이 새 멤버로 합류한다. 현존 최고의 현악사중주단으로 손꼽히는 타카치 콰르텟 얘기다. 세월이 흘러 현재는 첼리스트 언드라시 페예르가 유일한 창단 멤버다. 제1바이올린 에드워드 듀진버리는 영국인이고, 제2바이올린 하루미 로즈는 일본계 러시아 태생의 미국인이다. 인종과 국적, 세대와 문화를 초월해 오로지 ‘음악적 유전자’를 중심으로 뭉친 이 실력파 실내악단이 다음달 서울 등 6개 도시를 순회한다. 용재 오닐 참여 이후 첫 내한이다. 용재 오닐과 제1바이올린 주자 에드워드 듀진버리를 서면으로 만났다.

2020년 타카치 콰르텟 합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현악사중주단”

용재 오닐은 독주자로서 이미 탁월한 성취를 이뤘다. 많은 음반을 발매해 호평받았고, 국내 클래식 분야에선 드물게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연주자다. 지난해 미국 그래미상 ‘최우수 클래식 솔로 연주자상’(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멘털 솔로)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그런데도 그가 굳이 이 현악사중주단에 합류한 이유는 뭘까. “음악을 만드는 일은 제가 꿈꿔온 이상향이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현악사중주단의 일원이 되는 건 꿈이 실현되는 거죠. 타카치 콰르텟이 성취한 정도의 업적을 이룬 현악사중주단은 많지 않아요.” 용재 오닐은 “타카치 콰르텟이 저를 선택한 건, 제겐 정말로 행운”이라며 “이 정도 수준의 음악성을 구현하는 사중주단은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타카치 콰르텟은 인종과 국적, 세대와 문화를 넘어 오로지 음악적 유전자로 결합한 실력파 현악사중주단이다. 오른쪽부터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하루미 로즈(제2바이올린), 언드라시 페예르(첼로), 에드워드 듀진버리(제1바이올린). 어맨다 팁턴 제공

타카치 콰르텟은 수많은 음반을 발매해 호평받았다. 그중에서도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녹음은 명반으로 꼽힌다. 영국 음악전문지 <비비시(BBC) 뮤직 매거진>도 지난 1월 ‘역사상 가장 위대한 10대 현악사중주단’을 발표하며 이들을 빼놓지 않았다. 지금은 사라진 알반 베르크, 이탈리아노, 아마데우스, 부시 콰르텟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용재 오닐은 17년 전인 2005년에도 타카치 콰르텟 오디션에 응모했으나 합류하지 못했다. 그 대신 실내악 그룹 ‘앙상블 디토’나 <안녕?!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등을 통해 국내에서 대중들에게 친숙한 연주자가 되었다. 그는 “제가 (그때 타카치에 합류하지 못한 대신) 한국에서 실내악의 가치를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었던 건 대단한 행운”이라고 당시 경험을 떠올렸다.

용재 오닐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어머니 콜린 오닐은 전쟁고아였다. 1957년 미국 워싱턴주의 한 시골에 입양됐는데, 어려서 앓은 열병으로 지적장애가 있었다. 미혼모가 낳은 용재 오닐을 아일랜드계 외조부와 외조모가 정성껏 키웠다. 팔순의 외조모가 왕복 네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차로 운전하며 오닐이 레슨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런 경험은 그의 음악 인생에 자양분이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제가 겪은 모든 경험과 제가 배운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타카치 콰르텟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20년 리처드 용재 오닐이 새 비올라 주자로 합류한 타카치 콰르텟이 다음달 내한해 서울과 인천, 대구, 대전, 울산, 성남 등 6개 도시를 돌며 연주한다. 왼쪽부터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언드라시 페예르(첼로), 하루미 로즈(제2바이올린), 에드워드 듀진버리(제1바이올린) 크레디아 제공

제1바이올린 듀진버리 “네 사람 호흡, 분절된 시대에 좋은 귀감 될 것”

제1바이올린 주자 듀진버리는 베토벤 현악사중주를 해설한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현악사중주는 사회의 축소판과도 같다”며 “네 사람이 함께 일을 해나가는 것은 요즘처럼 각각 분절된 삶을 살아가는 시대에 좋은 귀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멤버가 바뀌어도 창단 이후 계속 이어지는 타카치 콰르텟의 특징적 요소가 있을까. “이전 멤버들의 해석과 디테일에선 차이가 있겠지요. 우리는 타카치의 전통도 따르려 해요. 마치 관객들이 우리와 같은 방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만큼, 그 즉각적인 감각이라든가, 현장의 열기를 녹음에 담아내는 것 말이죠.” 듀진버리는 “멤버 개개인의 활약은 물론 우리가 하나 된 팀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공연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용재 오닐은 “좋은 현악사중주단은 멤버 개개인의 특성과 전체의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며 “제 주관이 꽤 강한 편인데 다른 멤버들이 너그럽게 받아들여준다”고 했다.

타카치 콰르텟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2번, 버르토크(바르톡) 현악사중주 6번,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죽음과 소녀'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듀진버리는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는 지금껏 우리가 연주한 작품들 가운데 가장 극적이고 아름답다”고 소개했다. 용재 오닐은 “하이든이 현악사중주를 거의 70곡 가까이 남긴 것에 감사해야 한다”며 “한곡 한곡들이 보석과도 같다”고 했다. 다음달 4일 성남(성남아트리움)에서 시작되는 공연은 6일 서울(예술의 전당), 7일 울산(현대예술회관), 8일 인천(서구문화회관), 9일 대구(서구 비원뮤직홀), 10일 대전(대전 예술의 전당)으로 이어진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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