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충돌? 우린 공룡과 다르다"..소행성 궤도 바꾸는 '다트' 프로젝트

윤현성 2022. 9. 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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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0만년 전 최소 지름 10여㎞로 추정되는 소행성 '칙술루브'는 공룡을 멸종시키고 전 세계 생명체의 70% 이상을 휩쓸었다.

다트의 목적은 우주선과 소행성을 의도적으로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의도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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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나사, '다트 우주선'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고의 충돌 성공
궤도 약 1% 또는 10분 가량 단축 전망…"SF를 사실로 바꿔"
다트, 최고 효율 행성방어체계 실현시켜…소행성 발견이 선결과제

나사의 '쌍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우주선이 충돌 11초 전 포착한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모습. 다트 우주선과 디모르포스 사이의 거리는 약 68㎞다. (사진=나사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6600만년 전 최소 지름 10여㎞로 추정되는 소행성 '칙술루브'는 공룡을 멸종시키고 전 세계 생명체의 70% 이상을 휩쓸었다. 적어도 인류는 이같은 멸종을 당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지구를 향하는 소행성과의 충돌에 성공하며 소행성 궤도를 원하는 대로 틀어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나사는 '쌍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우주선이 27일 오전 8시14분(한국시간) 지구에서 약 1100만㎞ 떨어진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정확하게 충돌했다고 밝혔다. 인류가 심우주에 있는 소행성을 직접 타격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트, 10개월 비행 끝 디모르포스 명중…궤도 변경 성공 할까

다트, 가장 효율적인 행성 방어 체계 실현…소행성 충돌 '사전대응' 가능성 열어

디디모스 쌍성 소행성계에 충돌하기 전 다트 우주선을 묘사한 이미지. (사진=나사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DART(다트)는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1.8m와 1.9m, 무게는 620㎏ 수준의 소형 우주선을 통해 추진됐다. 지난해 11월 발사된 이후 시속 2만1600㎞ 속도로 항해한 끝에 디모르포스와 충돌하게 됐다. 이번 실험에는 3억3000만달러(약 4600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사는 다트 우주선과 디모르포스가 충돌하는 모습을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 중계했다. 우주선은 디모르포스와 충돌 직전 소행성 표면 사진을 지구로 보낸 뒤 신호가 끊겼다.
다트와 충돌한 디모르포스는 지름 160m 수준의 작은 소행성으로, 디디모스로 명명된 지름 780m의 소행성을 공전하고 있다. 다트의 목적은 우주선과 소행성을 의도적으로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의도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나사는 지상 망원경으로 디모르포스를 관찰해 궤도 수정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며, 이번 충돌로 인해 디모르포스의 궤도는 약 1% 또는 약 10분 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다트 임무의 성공을 두고 나사의 관리자인 빌 넬슨은 "다트는 행성 방어에 전례없는 성공을 상징하는 동시에 모든 인류의 실익을 위한 통합의 임무"라며 "이번 국제 협력은 지구를 보호하는 하나의 방안을 보여주면서 공상과학(SF)을 과학적 사실로 바꿨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다트 우주선이 디모르포스 소행성을 명중시킨 것의 의의는 뭘까. 학계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행성 방어 체계를 실현시켰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초 전 세계 천문학계는 지난 2009년부터 '행성방위학회(PDC)를 2년에 한번 개최해 소행성과 혜성 등 자연우주물체의 지구위협과 이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 논의해왔다. PDC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상의 소행성 지구 충돌 상황을 가정하고 단계별 대응 방안에 대한 시나리오 훈련을 진행한다.

당장 지난해 열린 PDC에서도 수차례의 가상 시나리오가 진행됐다. 이같은 가상 시나리오 훈련은 소행성의 지구 충돌확률, 예상 충돌 시각, 예상 충돌 위치, 소행성의 크기 등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뒀다. 결국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 확정되더라도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충돌 위치를 추정하고 시민·자산·유물 등을 대피시키는 데 그쳤던 셈이다.

그렇기에 나사의 다트 성공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사후 대처만 가능했던 소행성 충돌을 사전 대응할 수 있는 문을 열어젖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문학계에서는 다트와 같이 우주선 등을 직접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변경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김명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선임연구원은 "내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축구공의 궤도를 눈 앞에서 틀려면 강한 힘이 필요하지만, 그 공이 10㎞ 밖에서 날아오고 있다면 아주 작은 힘으로도 크게 궤도가 바뀐다"며 "이와 같이 멀리 있는 소행성을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만 있다면 가장 효율적으로 충돌을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트 우주선의 디모르포스 소행성 충돌 시뮬레이션 이미지. 계획이 성공할 경우 디모르포스의 공전 궤도가 흰색 궤도에서 파란색 궤도로 바뀌게 된다.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행성방어, 전 지구적 협조 필수…韓도 디모르포스 관측에 힘 보탠다

한국천문연구원이 포착한 나사의 '다트' 우주선과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충돌 순간.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연구원의 설명대로 다트와 같이 효율적인 행성방어체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행성을 먼저 발견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나사에 따르면 디모르포스와 비슷한 크기인 지름 140m 이상의 소행성은 지구 공전 궤도 주변에만 약 2만5000개에 달하는데, 현재까지 발견된 것은 40%(1만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확인된 소행성 중 향후 100년 안에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은 없지만, 나머지 1만5000개의 소행성은 아직 어둠 속에 숨어있는 셈이다.

결국 끊임없이 우주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 지구적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구가 계속해서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기에 관측이 용이한 지점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이다.

이번 다트 우주선 충돌에도 나사 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천문기관이 관측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돌 성공은 확인됐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소행성의 '궤도 변경 여부'인 만큼 전 세계가 지상망원경으로 디모르포스 주변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천문연 또한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네트워크(OWL-Net)를 통해 다트 우주선과 소행성이 충돌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충돌 직후 소행성 표면에서 먼지가 분출되는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천문연은 산하 보현산천문대 1.8m 망원경, 레몬산천문대 1.0m 망원경, 소백산천문대 0.6m 망원경, OWL-Net 0.5m 망원경 등을 이용해 디모르포스의 궤도 변화를 조사 중이다.
디모르포스는 디디모스를 약 11.9시간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 이처럼 쌍 궤도운동을 하는 두 소행성이 지구상에서 하나로 겹쳐 보일 때 뒤에 있는 소행성은 그 빛이 어두워지는데, 빛이 3번 어두워지면 한 바퀴 공전했음을 뜻한다. 처음 빛이 어두워졌을 때와 세번째 어두워졌을 때의 시간 간격을 알아내면 디모르포스의 바뀐 공전주기를 파악할 수 있다.

김명진 천문연 연구원은 "다트와 같은 방법은 굉장히 작은 힘으로 소행성 궤도를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효율적"이라며 "이 방법을 그간 컴퓨터 코드를 통한 시뮬레이션, 지상 실험 등으로는 수없이 많이 해왔지만 실제로 우주선을 쏘고 우주 공간에서 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 최초의 시도가 목표 소행성을 정확하게 명중시켰다는 것은 향후 우주 방위, 행성 방위 측면에서 굉장히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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